2군 폭격 김태훈, 삼성 외야진의 새로운 동력이 됐다
2군을 폭격한 외야수가 드디어 1군에서 기지개를 펴고 있다. 삼성 라이온즈 김태훈(28)이 방망이 실력으로 박진만 감독의 눈도장을 받았다.
지난 17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삼성과 한화 이글스의 경기 8회 말. 타석에 있던 이성규가 몸에 이상을 느끼자 김태훈이 대타로 투입됐다. 갑작스럽게 타석에 섰지만 김태훈은 자신있게 방망이를 휘둘러 우중간으로 굴러가는 시즌 첫 안타를 쳤다.
김태훈의 배트는 계속해서 매섭게 돌아갔다. 19일 한화전에선 대수비로 들어가 2타수 무안타에 그쳤으나 21일 대구 KT 위즈전에선 2타수 2안타를 기록했다. 특히 1-5로 뒤진 8회 말 김태훈의 안타 이후 구자욱과 맥키넌의 안타, 김영웅의 홈런까지 나와 5-5 동점이 됐다. 비록 연장전 끝에 지긴 했지만 김태훈의 안타가 추격전의 시발점이 됐다.
김태훈은 1군에 올라오기 전까지 타격감이 좋았다. 퓨처스(2군)리그 타율 0.327(98타수 32안타), 5홈런 18타점 OPS(장타율+출루율) 0.923. 덕분에 15일 1군에 올라왔다. 소중한 기회를 잡은 김태훈은 5타석이지만 힘있는 스윙을 선보이며 코칭스태프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았다.
이병규 삼성 수석코치는 김태훈과의 대화를 소개했다. 이 코치는 "태훈이가 자신있다. 기회를 주시면 최선을 다하겠다고 하더라. 의욕적인 모습이 보기 좋았다"고 웃었다. 박진만 감독 역시 김태훈의 그런 모습을 보고 22일 경기에선 2번 우익수로 선발 출전시켰다.
경기 전 만난 김태훈은 "선발이 아니니까 계속 준비하고, 전력분석을 하면서 자신감이 생겼다. 못 쳐도 자신감 있는 사람에게 기회가 오니까 수석코치님에게 어필했다. 중요한 순간에 나가서 동점 만들어서 좋았다"고 했다. 이날 경기에서도 김태훈은 첫 타석부터 존재감을 드러냈다. 1회 말 무사 3루에서 좌중간으로 밀어치는 1타점 2루타를 때려냈다. 시즌 첫 타점. 4번 타자 김영웅의 희생플라이 때 득점도 올렸다.
김태훈은 수원 유신고를 졸업하고 2015년 2차 드래프트 5라운드로 KT에 입단했다. 데뷔 시즌에도 1군에 올라올 정도로 재능을 인정받아 타율 0.209(44타수 9안타), 1홈런을 기록했다. 하지만 이후 부상과 군복무 등으로 1군에 올라오기까지는 5년이나 더 걸렸다. 그리고 2022년엔 김상수의 FA 보상선수로 삼성 유니폼을 입었다.
2023시즌을 앞두고 지휘봉을 잡은 박진만 감독은 "타격 재능이 있다"며 김태훈을 중용할 뜻을 밝혔다. 시범경기에선 타점 1위(12개)에 오르기도 했다. 하지만 수비 훈련 도중 발목을 다쳐 제대로 시즌을 치르지 못했다.
김태훈은 "(야구를 하면서)처음 다쳤다. 다치고 나니 야구 잘하고 못하고보다도 운동을 할 수 없어 답답했다. 걷는 것조차 못해서 무력감을 느꼈다. 내가 운동선수인 걸 까먹을 정도 였다. 그 때부터 부상당하지 말자는 생각을 했다"고 떠올렸다. 힘든 상황이었지만 잘 이겨냈다. 그는 "주변에 좋은 사람이 많다. 안 좋을 때도, 힘들 때도 맛있는 거 먹고 이야기하면서 심적으로 편해졌다. 특히 (김)동진이, (김)민수 형. (김)헌곤이 형과 의지하며 격려했다"고 말했다.
그 중에서도 가장 힘이 된 사람은 외야수 김헌곤. 김헌곤은 삼성에서 가장 성실하고 후배들을 챙기기로 유명한 선수다. 김태훈은 "헌곤이 형이 1군에 있을 때 '잘 하고 있냐'고 격려해줬다. 빨리 같이 야구하고 싶었다"며 "헌곤이 형은 진짜 노력 많이 하는 선배다. 형이 잘 하는 걸 보면서 나도 노력하면 잘 할 수 있구나 희망도 얻었다"고 했다.
김태훈은 경산 출신으로 어렸을 때부터 삼성 팬이었다. 삼성에서 뛸 수 있게 되면서 가족들도 기뻐했다. 그는 "친척들도 (경산에) 다 있어 축하를 많이 받았다. 할머니와 아버지 친구분들도 축하해주셨다"고 했다.
김태훈의 각오는 뚜렷하다. 결과에 연연하지 않고, 타석에서 확실하게 자신의 스윙을 하는 것이다. 그는 "KT에 있을 때 (김)민혁 형이 '후회하지 않게 하라'고 했다. 어차피 시간을 돌려도 타석에서 똑같이 할 수 있게 5타석 5삼진을 먹더라도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대구=김효경 기자 kaypubb@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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