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초상화' 김일성·김정일과 걸렸다…왜 지금 정통성 매달리나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노동당 중앙간부학교 준공식에 참석해 "1세대 혁명가 정신으로 무장"을 주문하면서 '창당의 이념과 정신'을 계승하라고 강조했다. 김일성-김정일-김정은으로 이어지는 3대 세습의 정통성 및 정당성 강화를 통해 당 엘리트 간부들과 주민의 충성을 유도하는 동시에 딸 주애로 추정되는 4대 세습의 토대를 마련하기 위한 작업의 일환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노동신문은 22일 김정은이 전날 평양에 들어선 당 중앙간부학교 준공식에 참석했다고 보도했다. 그의 당 간부학교 방문은 지난 15일 현장 시찰에 이후 6일 만이다.
김정은은 이날 연설에서 당 건설과 발전 과정에 있어서 가장 절박한 과제는 "간부들의 당성·혁명성·인민성을 3대 필수적 기질로 철저히 확립하고 제고하는 것"이라면서 '창당의 이념과 정신을 계승하여 새시대 당건설의 위대한 전성기를 열어나가자'는 구호를 제시했다.
또 그는 "당 창건 위업을 완수한 1세대 혁명가들의 이상과 신념, 정신으로 무장하는 것은 간부들의 첫째가는 혁명 과업"이라며 "당 중앙간부학교를 세계적인 학원으로 건설하는 것은 단순히 교육기관의 면모를 일신하는 사업이 아니라 김일성-김정일주의 당의 명맥과 백전백승의 향도력을 천추만대로 이어나가기 위한 최중대사"라고 강조했다.
집권 13년차에 새삼 이처럼 3대 세습의 정통성을 부각하는 건 사상 무장에 기반한 간부들의 충성을 강조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이는 최근 몇 년 사이 반동사상문화배격법, 평양문화어보호법 등을 잇달아 제정하며 주민들의 사상 통제를 강화하는 것과 같은 맥락이란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오경섭 통일연구원 연구위원은 "북한이 김정은의 정통성을 강화하기 위해 3대를 관통하는 이념적 토대인 사회주의를 강조하는 모습"이라며 "선대와 차별화된 김정은의 북한을 건설하고 있지만, 김일성-김정일(주체·선군)주의라는 전통적인 이념의 토대 위에 있다는 점을 부각하려는 의도로 보인다"고 말했다.
북한 매체들이 이날 김정은의 초상화가 선대 지도자인 김일성·김정일의 초상화와 나란히 걸린 간부학교 혁명사적관 외벽과 강의실의 모습을 처음 공개한 것도 이런 분석을 뒷받침하는 대목이다. 또 김정은이 방문한 한 강의실에선 ‘위대한 김정은주의 사상으로 철(저히 무장하자!)'라는 문구가 포착되기도 했다.
동시에 북한이 중국·러시아와 같은 전통적인 사회주의 우호국가들과의 연대·협력을 염두에 두고 이념을 강조하는 측면도 있다. 이와 관련, 북한은 당 간부학교 건물 외벽에 사회주의를 상징하는 사상가인 칼 마르크스와 러시아 볼셰비키 혁명의 주역인 블라디미르 레닌의 초상화를 설치한 것에 이어 전날 당 간부학교 준공식에서 사회주의를 상징하는 '인터내셔널가'를 주악했다고 밝혔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북한은 사회주의 가치를 공유하는 국가들과의 연대로 외교적 고립에서 벗어나려는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며 "당 간부학교를 매개로 러시아와의 사상·교육 분야 협력이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앞서 김승두 교육상을 단장으로 하는 북한 교육성 대표단은 지난달 러시아를 방문해 양국 간 협력 방안을 협의했다.
여기에 더해 북한 당국이 주기적으로 김정은의 공개활동에 함께 등장시키는 주애로 이어질 것으로 보이는 4대 세습체제 구축하기 위해 정지작업에 나선 것이란 관측도 있다. 마르크스-레닌에서 선대지도자로 이어졌던 사상적 정통성을 확보해 체제 내구성을 강화하는 한편 간부와 주민들의 충성심을 고취해 4대 세습의 토대를 마련하려는 계산이 깔려있을 것이란 분석이다. 김정은은 이날 '천추만대'를 직접 언급하기도 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김정은 시대 이후를 내다본 4대 세습체제 구축을 위한 사전포석"이라며 "이를 위해 골수 체제 보위세력을 사상적으로 무장시키기 위한 교육훈련 역할에 집중하려는 전략"이라고 말했다.
정영교 기자 chung.yeonggy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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