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세찬+핑계고 제작진, 왜 남몰래 '쑥쑥'채널 만들었을까?
[김상화 기자]
▲ 유튜브 채널 '쑥쑥' |
ⓒ 안테나플러스 |
최근 들어 유명 유튜브 채널이 대중들에게 뭇매를 맞는 일이 잦아졌다. 인기 개그 콘텐츠 채널 <피식대학>은 특정 지방 비하성 콘텐츠를 내걸었다가 사회적 물의를 빚고 결국 사과 및 동영상 비공개 처리를 했고 '예능 대부' 이경규 또한 시민 동의 없는 촬영물 공개로 논란을 자초하기도 했다.
일련의 유튜브 관련 사건 사고의 내용은 제각기 다르지면 비슷한 공통점을 지니고 있다. 안이한 기획이 낳은 산물이라는 점이다. 어떤 방향성을 담은 콘텐츠를 만들까?라는 근본적 물음에 제대로 답변을 만들지 못했고 결국 '대참사' 수준의 참담한 결과를 초래했다.
깊은 고민 없이 만들어낸 동영상이 얼마나 큰 파장을 자초했는지를 일깨워 주면서 이들 유튜브 채널의 사례는 의도치 않게도 하나의 교훈을 남기게 되었다. 그런데 얼마 전 이와는 반대되는 특이한 채널 하나가 개설되어 눈길을 모으고 있다.
▲ 유튜브 채널 '쑥쑥' |
ⓒ 안테나플러스 |
어떤 내용을 담아야 할지, 혹은 방향성조차도 정하지 않은 채 일단 오픈부터 한 '무책임'(?)한 채널의 이름은 '쑥쑥'(https://www.youtube.com/@Ssook_Ssook)이다. 그리고 채널의 주인공은 바로 유재석의 '핑계고'를 히트시킨 '뜬뜬'을 만든 안테나 플러스, 그리고 개그맨 양세찬이다.
연예인을 앞세운 유튜브는 흔하디 흔한 사례에 속하지만 <쑥쑥>은 시작 과정부터 특이점을 내보이고 있다. 그냥 뭘 해야 할지 회의 과정을 담은 동영상만 내놓고 일체의 홍보도 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일종의 브레인 스토밍과 잡담 수준의 대화로 채워진 영상물 2개가 현재 이 채널의 모든 것에 불과하다.
사실 양세찬은 개그맨 1세대 유튜버 중 한 명에 속한다. 양세형과 함께 수년 전 채널을 개설하고 50만 명 가까운 구독자도 확보했었다. 하지만 유튜브 운영은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고 한다. 가족과 함께 하다보니 의견, 취향이 다를 수밖에 없었고 조회수가 높은 먹방 콘텐츠만 계속 할 수도 없었기에 어느 순간부터 이 채널은 더 이상의 진행이 이뤄지지 않게 된 것이다.
어떤 영상을 만들어야 할지가 늘 고민거리 였기에 '뜬뜬' 제작진의 신규 콘텐츠 제작 러브콜에도 불구하고 양세찬은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그동안 수많은 PD들로부터도 제안을 받았지만 응하지 않았던 것도 이러한 이유 때문이었다고 한다. 그렇다보니 '쑥쑥' 역시 그 출발은 무척 조심스럽게 이뤄졌다. "어쩌다가 이 채널을 발견하셨다면 당신만의 비밀로 해두세요"라는 다소 황당한 자막이 등장한 이유다.
▲ 유튜브 채널 '쑥쑥' |
ⓒ 안테나플러스 |
총 2편의 영상에선 뭘 만들까?에 대한 양세찬과 제작진 나름의 고민이 중심을 차지하고 있다. 제일 처음 언급된 내용은 '토크' 콘텐츠였다. 제일 흔한 방식의 연예인 유튜브라는 점에서 접근하기 용이했지만 <런닝맨> 멤버들과 박나래-장도연 등 자신의 지인 중심의 출연진으로는 지극히 뻔한 내용이 예상되었기에 차별화 측면에서도 문제점을 내포했다.
그 다음에 등장한 소재는 공항에서 연예인을 만나 보는 콘텐츠였다. 방송국 이상으로 화려하게 꾸민 '공항 패션'을 한 만큼 그들을 현장에서 직접 부딪히며 영상에 담으면 어떻겠냐는 것이었는데 공항 허가 및 안전 문제 때문에 역시 실행에 옮길 수 없었다. 이후 '남자들의 세안법', '타 채널 패러디' 등이 뒤이어 거론되었고 '채팅방 산업 스파이(?)'라는 주제 하에 직업 관련 단톡방을 소재로 만들어볼까?라는 이야기가 등장했다.
그런데 "<웃찾사> 방도 있고 <개콘> 방도 있는 것으로 안다. 나도 <웃찾사>인데... 나는 거기에 없어"라는 양세찬의 황당한 답변에 제작진은 할 말을 잃고 말았다. 기타 퇴사 대행 서비스, 연예인 <나는 솔로> 등의 기획안에 대한 난상 토론은 결론 없이 마무리 되었다. 과연 '쑥쑥'은 무엇을 만들어 낼 것인가?
▲ 유튜브 채널 '쑥쑥' |
ⓒ 안테나플러스 |
아직까지 '쑥쑥'은 방향성조차 잡지 못한 이도 저도 아닌 신생 채널 중 하나에 속한다. 그런데 의외로 사람들을 끌어 당기는 매력을 시작부터 발휘한다. "우리 뭐 하지?"라는 지극히 자연스럽고 기본적인 사항을 두고 이뤄지는 난상토론식 기획 회의는 요즘 유튜브를 제작하는 사람들의 현 상황을 고스란히 반영하고 있기 때문이다.
누군가는 "유튜브는 일단 지르고 봐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하지만 이는 자칫 예측 불허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 부실한 기획과 결합될 경우 '피식대학 사태'처럼 걷잡을 수 없는 파장을 야기하기도 한다. 어찌보면 '쑥쑥'은 이와 같은 부분을 최대한 고려한 기획물처럼 비춰지기도 한다.
'걱정인형들의 집합체'라는 어느 구독자의 지적처럼 안테나 제작진과 양세찬은 뫼비우스의 띠 같은 무한 반복 고민에 사로 잡혀 있다. 하지만 건강한 콘텐츠를 만들기 위한 심사숙고의 과정은 어찌보면 요즘 유튜브 운영자들이 간과하고 있는 업무 방식이라는 생각을 갖게 만든다.
결론 하나 내지 못하는 답답함이 의외의 웃음과 재미를 만들어 내면서 <쑥쑥>은 동시에 유튜브 콘텐츠 생산의 어려움을 시청자들에게 알려주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거두고 있다. 남들 몰래 개설한 이 채널의 미래가 무척 궁금해진다.
덧붙이는 글 | 김상화 칼럼니스트의 개인 블로그 https://blog.naver.com/jazzkid 에도 수록되는 글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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