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의 관.종]'매운 불닭' 타고 날았다…삼양식품 시총 4조 눈앞

차민영 2024. 5. 22. 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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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르보나라' 제품, 미국서 품귀현상
인플루언서 사이서 대박…MZ세대 인기
1분기 이익률 20%대…내년 공장 완공

편집자주 - 성공 투자를 꿈꾸는 개미 투자자 여러분. ‘내돈내산’ 주식, 얼마나 알고 투자하고 계신가요. 정제되지 않은 온갖 정보가 난무하는 온라인 환경에서 아시아경제는 개미 여러분들의 손과 발, 눈과 귀가 돼 기업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전해드리려고 합니다. 한 주 동안 금융정보 제공 업체인 에프앤가이드의 종목 조회 수 상위권에 오른 기업을 중심으로 기본적인 정보에서부터 협력사, 고객사, 투자사 등 연관 기업에 대한 분석까지 함께 전달합니다. 기업의 재무 상황과 실적 현황, 미래 가치까지 쉽게 풀어서 전하겠습니다. 이 주의 관심 종목, 이른바 ‘이 주의 관.종.’이라는 이름으로 매주 여러분을 찾아갑니다.

"불닭 까르보나라(Spicy Chicken Flavor Noodle Carbonara)는 제 ‘최애’ 라면입니다."

미국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 아마존에서 삼양식품의 ‘불닭볶음면’ 시리즈에 달린 동영상 후기다. 라면을 요리해 나눠 먹고 매콤한 맛을 즐기는 소비자들의 얼굴에는 웃음꽃이 피었다. 이렇게 15.9달러의 5봉지 세트 상품에 달린 댓글 수는 무려 9만7500여개다. 치즈·카레·짜장부터 2배 매운맛까지 다양한 종류의 제품을 묶은 ‘버라이어티팩’도 인기 상품이다. 봉지 라면 외에도 먹기 간편한 컵라면, 관련 소스까지 함께 상승세다. 최근 유명 래퍼 카디비와 1630만 팔로워를 보유한 틱톡 인플루언서 ‘키스 리’가 까르보 붉닭볶음면을 구매하고 조리해 먹는 영상을 올린 것도 영향을 미쳤다. 월스트리트저널(WSJ)·LA타임스·뉴욕타임스 등 현지 외신도 ‘불닭볶음면 신화’에 주목했다.

불닭볶음면 시리즈, 美 MZ세대 통했다

불닭볶음면 시리즈의 높은 인기는 올해 1분기 삼양식품의 어닝 서프라이즈(기대 이상의 실적)로 연결됐다. 삼양식품은 1분기 역대급 실적을 올리며 52주 신고가를 다시 썼다. 증권가에선 잇달아 목표 주가를 상향하며 눈높이를 높였다. 2024년 연간 매출액과 당기순이익(지배주주귀속순이익)도 전년 동기 대비 각각 29%, 81%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 만큼, 당분간 주가 상승세도 이어질 전망이다.

삼양식품은 1961년 설립된 식품회사다. 면, 스낵류, 소스 및 냉동류 등을 제조하며 국내 최초의 라면을 선보였다. ‘원조 삼양라면’이 대표적이다. 3060 소비자들에게 친숙한 ‘짱구’ ‘사또밥’ ‘별뽀빠이’ 등 과자류도 주요 제품 라인이다. 현재는 한국적인 매운맛을 담은 불닭 브랜드로 전 세계 시장에서 K-라면 열풍을 주도하고 있다. 삼양식품의 전성기를 이끄는 불닭볶음면은 김정수 삼양식품 부회장의 아이디어로 탄생한 제품이다. 2011년 초 우연히 방문한 서울 명동 음식점에서 젊은이들이 매운 음식을 땀을 흘리며 먹는 모습을 보고 이에 착안해 제품을 개발했다는 후문이다.

전 사업군 중 매출 비중이 높은 분야는 단연 라면이다. 올해 1분기 매출에서 면스낵 부문의 비중은 91.9%에 달했다. 다음으로 높은 부문은 용역서비스(물류·후레이크 선별 등)로 3.75%를 차지하며, 냉동식품(3.27%), 소스·조미료(2.37%) 순이다. 면스낵사업부의 경우 1분기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51.78% 증가한 3545억원에 달했다. 이는 주력 수출 품목인 불닭볶음면의 해외 매출 증가에 기인한다. 다양한 소비자 입맛에 맞춘 신제품 개발과 자사 대표 브랜드인 삼양라면과 불닭볶음면이 ‘캐시카우’ 역할을 톡톡히 해내는 중이다. 매운맛이 특징인 ‘불닭볶음면 오리지널’에 이어 최근 신제품인 까르보나라 버전이 홈런을 친 덕분이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한국 매운맛 라면의 인기는 외신들도 관심을 갖는 사안이다. 뉴욕타임스는 까르보 붉닭볶음면의 인기 이유로 "‘까르보나라’라는 고급스러운 맛에 접근성을 높였다"면서 레시피 변형이 쉽다는 점, 마케팅에서 가장 중요한 ‘인스타그래머블’(instagrammable·인스타그램에 올릴 만한)하다는 점 등을 높이 샀다. 인스타그래머블은 핵심 소비자인 MZ세대(밀레니얼+Z세대)를 관통하는 소구 포인트다. 인스타그램, 틱톡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인증샷을 올리기 좋은 것이 구매 결정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의미다. 인플루언서의 발언이 갖는 영향력도 크다.

단일 제품의 큰 인기는 반대로 리스크 요인으로 통한다. 회사 내부서도 고민이 많았다. 해외 현지 시장의 특성을 반영한 상품을 내놓는 것은 이 같은 노력의 일환이었다. 일례로 중국에선 현지의 대표 매운맛으로 통하는 ‘마라’를 활용한 ‘마라 불닭볶음면’을, 일본을 겨냥해선 ‘야키소바 불닭볶음면’을, 미주에선 히스패닉계를 주 타깃으로 ‘하바네로라임 불닭볶음면’을 출시했다. 불닭 시리즈의 인기를 기반으로 한 소스류도 출시했다. 정한솔 대신증권 연구원은 "불닭볶음면이라는 단일 브랜드에 대한 리스크를 해소하기 위해 오리지널 외에도 까르보 불닭볶음면, 현지 시장 특성을 반영한 맞춤형 제품 출시 등 제품 포트폴리오를 확장하고 있다"면서 "불닭 브랜드의 경쟁력이 유지되고 있는 가장 큰 이유"라고 진단했다.

증권가서도 탄성…식품업계서 영업이익률 20%대 탄생

증권가에선 1분기 해외 라면 경쟁사들이 부진한 가운데 삼양식품의 ‘독주’가 돋보였다는 평가다. 권우정 교보증권 연구원은 "1분기 음식료 업종 내 최대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했다"며 "해외 매출 비중이 1분기 74.9%로 큰 폭으로 높아져 매출과 이익 모두 호실적을 시현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특히 영업이익률(OPM)이 이번 분기 20.8%로 작년 동기(9.7%) 대비 대폭 개선됐다"며 "해외 라면 경쟁사들의 아쉬운 실적 성장세를 감안할 때 더욱 돋보이는 실적"이라고 말했다.

통상 식품 분야는 대·중소기업을 막론하고 영업이익률이 5% 내외로 타 산업군 대비 매우 저조한 편이다. 삼양식품의 경우 미국과 중국 등 해외에서 인기가 높았던 점도 높은 이익률로 연결된 것으로 관측된다. 상대적으로 평균판매단가(ASP)가 높은 해외 매출 비중이 높아지고, 투입 원가가 하락한 덕분이다. 경쟁사 대비 강력한 SNS 바이럴 효과 수혜로 막대한 마케팅 비용을 붓지 않고도 효과적인 타깃팅이 가능했던 점도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1분기 실적을 확인한 증권가에선 탄성이 쏟아졌다. 1분기 실적 공시가 발표된 이달 16일 이후 목표가를 제시한 증권사 중 목표가를 상향 조정한 곳은 무려 7곳에 달했다. 국내 증권사 중 가장 높은 목표가를 제시한 곳은 키움증권으로 66만원을 제시했다. 1분기 실적 발표 직전 미리 눈높이를 상향 조정한 곳도 3곳에 달했다. 미주 법인의 실적 개선세를 중심으로 전체 연간 실적 전망치가 상향 조정됐기 때문이다. 코스트코·월마트 등 미국 메인스트림 채널에서 입점률이 상승하고 있고, 에스닉 채널에서 신규 입점도 이어지는 상황이다. 높아진 주가에도 실적 개선 수준이 이를 앞서다 보니 ‘상대적 저평가’ 구간에 머무르고 있다고 시장에선 분석했다. 주가도 이에 화답하면서 지난 20일 종가는 50만2000원으로 50만원 선을 뚫으며 52주 신고가를 다시 썼다. 시가총액은 3조7800억원으로 4조원을 눈앞에 뒀다.

수요가 뒷받침되는 가운데 공급 부족으로 인한 품귀현상도 내년 일부 해소될 전망이다. 견조한 수요에 발맞춘 외형 성장으로 실적을 견인할 것이란 기대가 나온다. 앞서 해외에선 H마트 등 현지 한국형 슈퍼마켓을 돌아도 제품을 구하기 힘들다는 하소연이 SNS 등을 중심으로 터져 나오기도 했다. 카디비 역시 SNS에서 "이 제품(까르보 불닭볶음면)을 사기 위해 30분 동안 운전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삼양식품은 현재 국내에 총 3개의 생산 공장(원주·익산·밀양)을 보유하고 있다. 이 중 밀양공장은 용기 제품과 봉지 제품을 모두 생산하고 있으며, 수출 제품 중심으로 생산을 담당한다. 교보증권은 2025년 5월 완공 예정인 밀양 내 제2공장 증설로 회사의 생산능력(CAPA)이 30% 개선될 것으로 기대했다. 앞서 1공장 증설을 한 바 있지만 이로는 충분치 않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한편, 삼양식품은 작년 3월 주주총회에서 정관에 부동산 관련 사업과 관광사업 등 2개 사업을 사업목적으로 추가한 바 있다. 보유한 유휴부지 등에 대해 활용방안을 검토 중이다. 다만 현재 실행 방안은 구체화하지 않았다. 관광업도 마찬가지다. 회사는 해외관광 수요가 증가함에 따라 사업환경이 급변하고 있어 단기간 내 사업 추진이 불확실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차민영 기자 bloomi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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