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한 코로나 실상 폭로’ 中 시민기자, 4년 만에 석방
2020년 초 중국 우한에서 코로나19 초기 확산 상황을 영상으로 알린 뒤 구금됐던 중국 시민기자 장잔(張展·41)이 지난 13일 상하이 교도소에서 석방됐다.
21일(현지시각)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장잔은 코로나가 처음 발병한 중국 우한의 모습을 촬영한 동영상 120개 이상을 공개한 혐의로 유죄판결을 받고 수감됐다.
장잔은 변호사 겸 시민기자로 2020년 2월 1일 충칭행 열차에 오른 뒤 도중에 우한의 한커우역에서 내려 봉쇄 9일째를 맞은 현장 상황을 외부로 알리기 시작했다. 그는 중국 당국의 봉쇄에도 현장에서 활동하던 소수의 시민기자 중 한명이다.
당시 한 영상에서 그는 “모든 것이 가려져 도시가 마비됐다는 것 외에는 할 말이 없다”며 “그들은 전염병 예방이라는 미명 아래 우리를 가두고 자유를 제한한다”고 폭로했다.
다른 영상을 통해서는 환자들이 누워있는 침대로 병원 복도가 꽉 찬 모습을 공개하기도 했다.
2020년 5월에 체포된 후 ‘공중소란’ 혐의로 같은해 12월 징역 4년 형을 선고받은 그는 상하이 여자 교도소에 수감됐다.
장잔은 수감 1년여 뒤 옥중 단식 투쟁으로 크게 쇠약해져 걷지도 못하고 고개를 가누지도 못할 정도로 아프다고 가족과 변호사가 밝혔었다. 수감 첫해 겨울 75㎏이었던 체중이 41㎏로 줄어 그해를 넘기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는 보도도 나왔었다.
인권운동가들에 따르면 석방된 장잔이 철저한 감시 아래 위챗 메신저를 통해 친구들과 연락하고 있다. 장잔의 현재 소재지는 확인되지 않는다.
서방 정부와 인권 단체들이 지난 13일 석방 예정인 장잔의 행방이 알려지지 않아 우려해왔다. 미 국무부와 영국 및 유럽연합(EU) 모두 장잔의 안전과 안녕을 우려한다고 밝혔다.
21일 공개된 한 동영상에서 지난 13일 오전 5시 경찰이 장잔을 상하이에 사는 오빠에게 인계하는 모습이 나온다. 파자마 차림의 장잔은 피로한 모습이었다. 그는 “도와준 모든 분께 감사하다. 더는 할 말이 없다”고 전했다.
활동가들은 단식으로 말랐던 장잔이 다시 살이 붙은 듯 보인다고 밝혔다.
런던의 인권활동가 제인 왕은 중국 당국이 당초 장잔의 석방이 언론의 주목을 받지 않도록 할 계획이었으나 국제 사회의 압력을 받자 장잔에게 전화기를 주고 위챗 계정을 사용하도록 지시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인권운동가들은 장잔이 다른 반체제 인사들과 마찬가지로 가택 연금 등 철저한 감시와 이동 제한을 받을 것으로 우려했다.
장잔의 전 변호사는 “석방 후 집으로 보내지거나 1∼3달 추가로 구금될 수 있다”면서 “당분간 외부 세계와 접촉이나 이동이 금지될 것”이라고 말했다.
배재성 기자 hongdoy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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