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인하는 중·러…北, '핵보유국' 잘못된 환상 키운다
통일연구원 "美 적대시…北 도발 정당성 부여"
북한의 '뒷배'를 자처해온 중국과 러시아가 한반도 비핵화에 대해 묵과하면서 북한에 잘못된 신호를 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역내 신냉전 구도가 선명해진 상황에서 북한이 '핵보유국 지위'를 승인받겠다는 허상에 빠질 수 있다는 것이다.
22일 통일연구원에 따르면 이재영 북한연구실 연구위원은 '중·러 정상회담 평가 및 한반도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에서 올해 중·러 정상회담 공동성명에서 '북핵 문제'가 사라졌다고 지적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지난 16일부터 이틀간 중국을 찾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회담했다. 양국 정상은 수교 75주년을 맞아 공동성명을 발표했는데, 지난해와 달리 이번에는 '한반도 비핵화'에 관한 언급이 아예 빠진 것으로 나타났다.
불과 1년 전인 지난해 3월 시 주석이 러시아를 찾아 발표한 공동성명에는 미국 등 관계 국가들의 '자제'를 주문하면서 중국이 한반도 문제 해법으로 내세워 왔던 '쌍궤병진(비핵화 프로세스와 평화협정 동시 진행)' 등에 대한 언급이 그대로 담겼었다. 이재영 위원은 "한반도 관련 내용이 완전히 달라졌다"며 "지난해엔 각 측의 냉정과 자제, 한반도 비핵화를 여전히 강조했다면 이번에는 한반도 긴장 조성의 책임을 전적으로 미국에 돌리면서 비핵화 해법을 완전히 뺐다"고 지적했다.
북핵 문제에 대한 언급이 사라진 이번 성명에서 중국과 러시아는 미국을 겨냥한 비난에 주력했다. 이 위원은 "양국 관계의 심화는 군사협력에서 잘 드러난다. 특히 중·러 연합훈련 활동 규모를 확대하면서 정기적으로 해상·공중 연합훈련을 조직하는 등 위험에 대한 공동 대응 수준을 지속해서 높일 것이라고 강조했다"며 "이는 미국과 동맹국을 직접 겨냥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중·러 간 군사협력의 증대가 곧 한·미·일 안보 협력에도 중대한 위협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나아가 한미동맹 강화에 대한 중국과 러시아의 잘못된 인식이 북한의 '핵보유국 환상'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분석도 제시됐다. 한미 연합훈련 강화의 목적은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을 억제하기 위한 것인데, 중·러는 양국을 겨냥한 행위로 인식한다는 것이다. 역내 안보 상황에 대한 미국의 관여를 '위협'으로 해석하고 북한의 도발을 그 위협에 대응하는 '정당한 행동'으로 용인할 경우 북한은 진영 내에서 핵보유국 지위를 승인받을 수 있다는 환상을 키울 수 있다.
이재영 위원은 "중·러가 미국과의 대결에 함몰될수록 북한은 신냉전 구도를 자신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적극적으로 이용할 것"이라며 "핵 고도화에 대한 정치적 정당성을 부여하려 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美 맞서려 北 비호…'제재 감시'도 무력화
북한을 비호하는 중국과 러시아의 행보는 북한의 무력 도발에 대한 제재 능력도 무력화하고 있다. 지난 15년간 제재 이행 실태를 감시해온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대북제재위원회 산하 '전문가 패널'이 러시아에 의해 무산된 게 대표적인 사례다.
전문가 패널은 2009년 북한의 2차 핵실험에 대응하기 위한 유엔 안보리 대북결의 1874호에 따라 창설됐다. 대북제재 결의 위반이 의심되는 각종 상황을 독립적으로 조사한 뒤 연 2회에 걸쳐 보고서로 펴냈다. 올해 3월 임기를 1년 연장하는 결의안 채택이 시도됐지만, 상임이사국 중 하나인 러시아가 거부권을 행사하면서 부결됐다. 창설 15년 만에 활동이 전면 중단되면서 국제사회 차원에서 대북제재의 효과적 이행을 감시할 수단을 잃게 된 것이다.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등 고강도 도발에 나설 때마다 중·러는 새로운 제재가 결의되지 못하도록 비토권을 남발했다. 더구나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와 전쟁을 치르면서, 북측과 무기를 거래하거나 대량의 정제유를 공급했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
현재 한·미·일을 중심으로 한 유엔 회원국 50개국은 '독립적인 감시 기구'를 추진하고 있지만, 별다른 진전은 보고되지 않고 있다. 외교가에 따르면 유엔 총회 내에 새로운 대북제재 감시 조직을 만들거나, 유엔 밖에서 국가별 협의체 형식으로 기구를 설립하는 방안 등이 논의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관계자는 "정부는 안보리 이사국으로서 대북 제재가 충실히 이행될 수 있도록 국제사회와 실효성 있는 방안을 강구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장희준 기자 jun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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