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구 3개로 프로 첫 SV '와'…특급루키 말하다 "시간? 충분했다" [현장인터뷰]
(엑스포츠뉴스 잠실, 유준상 기자) 두산 베어스의 '특급루키' 우완 김택연이 팀을 위기에서 구해내면서 프로 데뷔 이후 첫 세이브까지 수확했다.
김택연은 21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4 신한 SOL Bank KBO리그 SSG 랜더스와의 시즌 4차전에 구원 등판해 ⅔이닝 무피안타 무사사구 무실점을 기록하면서 올 시즌 21경기 만에 첫 세이브를 달성했다.
사실 이날 경기에서 김택연이 등판할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았다. 경기 초반 대량득점으로 기선제압에 성공한 두산은 8회말까지 SSG에 8-2로 앞서고 있었고, 필승조를 소모하지 않고 경기를 끝내려고 했다.
하지만 9회초에 분위기가 묘하게 흘러갔다. 박정수가 선두타자 최준우의 내야안타, 최지훈의 1루수 땅볼로 1사 1루를 만든 뒤 대타 강진성을 볼넷으로 내보냈다. 여기에 후속타자 최정에게 3점포를 맞으면서 추격을 허용했다. 홈런 한 방에 두 팀의 거리는 3점 차가 됐다.
이어 나온 이영하도 1사에서 기예르모 에레디아에게 안타를 내주자 두산 벤치는 마무리 홍건희 카드를 꺼냈다. 홍건희도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1사 1루에서 한유섬의 안타로 득점권 위기에 몰렸고, 1사 1·2루에서 고명준의 1타점 적시타로 실점했다.
결국 두산은 아꼈던 김택연까지 마운드에 올렸다. 이번엔 이승엽 두산 감독의 교체가 적중했다. 김택연은 1사 1·2루에서 김민식에게 땅볼을 유도했고, 유격수 전민재-2루수 강승호-1루수 양석환으로 이어지는 병살타가 완성됐다. 8-6으로 경기를 끝낸 두산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경기 후 김택연은 "처음엔 벤치에 앉아서 경기를 지켜봤다. 팀이 8-2로 앞서고 있었으니까 그대로 끝나지 않을까 생각하면서도 조금 긴장하고 있긴 했다. 그래도 우리 팀 마무리 투수가 있고 다음 투수가 많이 대기하고 있었다"고 당시 상황을 돌아봤다.
이어 "간단하게 캐치볼을 시작했는데, 주자가 두 명 이상 출루하면 등판할 수 있다고 해서 포수를 앉혀놓고 공을 던졌다. 그러다가 등판한다는 이야기를 들은 뒤 불펜에서 강하게 공을 던지고 마운드에 올라왔다"며 "몸이 빨리 풀리는 편이기도 하고 캐치볼로 잘 준비한 상태였다. 불펜에서 몸을 다 풀고 마운드에 올라갔고, 또 마운드 위에서도 공을 던질 시간이 충분했다. 팀도 이겼고, 나도 첫 세이브를 했으니까 기분이 좋다"고 덧붙였다.
상황뿐만 아니라 상대 타자도 부담스러웠다. 김택연이 마주한 선수는 직전 네 타석에서 안타 3개 포함 4출루를 달성한 김민식이었다. 경기 당일 타격감만 놓고 보면 SSG 타선에서 가장 까다로운 타자였다.
김택연은 "타이밍이 좋은 건 당연히 알고 있었고, 타구질이나 이런 것도 좋았기 때문에 그냥 내가 던질 수 있는 최고의 공을 던지려고 노력했다"며 "또 운도 좋았기 때문에 결과로 이어진 것 같다"고 말했다.
올해 1라운드 2순위로 두산에 입단한 김택연은 데뷔 전부터 많은 기대를 모았으며, 시즌 개막 이후 자신의 잠재력을 펼치면서 확실하게 눈도장을 찍었다. 프로 데뷔전이었던 3월 23일 창원 NC 다이노스전에서 1이닝 2피안타 3사사구 1탈삼진 2실점으로 아쉬움을 남겼지만, 부진을 훌훌 털고 일어났다.
김택연은 "그 경기(3월 23일 NC전)가 내겐 약이 됐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경기를) 잊진 않았고, 그걸 계기로 더 성장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며 "안 좋은 기억은 잊었지만, 그렇게 남은 것들은 기억하고 있다"고 전했다.
22일 현재 김택연의 성적은 21경기 22이닝 1승 3홀드 1세이브 평균자책점 2.05. 팀은 물론이고 리그에서도 '수준급'이라고 할 수 있는 성적이다. 이승엽 감독은 최근 인터뷰를 통해 위기 때 가장 생각나는 사람으로 김택연을 꼽기도 했다.
김택연은 "(이승엽 감독의) 기사를 읽었을 땐 기분도 좋았는데, 한편으로는 위기 상황에서 믿고 올려주시는 거니까 결과를 내야 하고 보답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그런 상황에서 올라왔을 땐 항상 책임감 있게 던져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사진=잠실, 유준상 기자 / 엑스포츠뉴스 DB
유준상 기자 junsang98@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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