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前대통령이 제기한 진실게임 끝장을 보라 [이진곤의 그건 아니지요]

데스크 2024. 5. 22. 0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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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비 그렇게 쓰면서 기부나 좀 하지
팩트 말하는데 악의적 왜곡이라니
대통령 부인을 여왕에 비유하다니
ⓒ데일리안

도대체 문재인 전 대통령이 회고록이라는 것을 왜 썼는지 그것부터 이해하기 어렵다. 회고록이라고 이름 붙인 ‘작문(作文)’은 대부분 자기 합리화, 자화자찬을 위해서다. 예전에 최석채 선생이 언론계에서 은퇴했을 때 기록자로 인터뷰를 간 적이 있다. 회고록을 쓰실 거냐고 물었더니 답변이 명쾌했다.

“안 써. 내가 한마디라도 거짓말을 하지 않을 자신이 있다면 모르겠거니와 그게 아니니 쓸 수가 없지요.”

그 후 그분의 회고록이나 자서전이 나왔다는 이야기는 들은 적이 없다. 언론에 저명인사들, 특히 정치인들의 회고록 출간 소식이 실릴 때마다 그분 말씀이 생각난다. 칼럼에서도 가끔 기억을 떠올린다. 큰 위안을 느끼면서….

국비 그렇게 쓰면서 기부나 좀 하지

문 전 대통령의 ‘회고록’ 제목이 “변방에서 중심으로”라고 붙여진 모양이던데, 그것부터가 어이없다. 책을 읽어보지 않았으니 그 의미가 무엇인지는 추측만 할 수 있을 뿐이다. 자신이 대통령이 되어 변방에 머물렀던 대한민국의 국제적 위상을 중심국가로 끌어올렸다고 말하고 싶었던 듯하다. 물론 아닐 수도 있다. 아니라면 이 추측은 취소할 텐데 정정하기는 어렵다. 앞으로도 그 책을 돈 들여 읽고 싶지는 않기 때문이다.

한 달에 1400만원인가 1500만원인가 되는 연금을 세금 한 푼 안 내고 받는 분이 자기 미화를 위해 쓴 책이다. 일개 시정인(市井人)이 굳이 사서 읽어야 할 까닭이 있으랴. 말이 나왔으니 말이지만 이분과 그의 부인을 유지하는 데(박영선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은 ‘문재인 보유국’이라고 했었지, 아마) 비용이 너무 든다. 경호 인력이 무려 65명이다. 경호시설 건축 예산으로 39억 8900만원이 투입된다고 했었다. 부지매입비로 경호처 소유분이 4억 599만원 들었다. 동일용도로 확보된 예산은 22억원이라고 했다(조선일보, 2021. 3. 15). 담 대신 철쭉 등 조경수목과 울타리로 막는데 3억 3591만원의 예산이 쓰인다는 보도도 있었다(JTBC, 2022. 3. 23). 재임 중에 코로나19로 영세자영업자들이 그야말로 생사의 위기에 내몰리는 것을 뻔히 봤으면서도 ‘문재인 보유’ 비용이 너무 든다는 데 대해서는 별 느낌이 없었던 것일까?

박근혜 전 대통령은 2015년 9월 21일 자신이 제안한 청년희망펀드에 제1호 기부자로 나서서 일시금 2000만원, 매월 월급의 20%를 기부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의 경우는 서울시장과 대통령 재임 중 월급을 전액 기부했다. 문 전 대통령은 얼마를 어떤 식으로 기부했는지 별로 알려진 바가 없다(필자가 과문한 탓이니 이해해 주시길…). 인터넷에 찾아보니까 고향(거제)사랑기부금으로 작년 올해 각 500만원씩 보낸 기록이 있다. 아주 인상적이었던 것은 2020년 5월에 받은 긴급재난지원금 60만원(2인 가구)을 기부했다는 언론 보도였다. ‘전액 기부’라는 점이 제목으로 강조됐었다.

팩트 말하는데 악의적 왜곡이라니

평산 책방 수익금은 전액 공익사업에 쓰인다고 알려졌다. 고마운 일이긴 하지만 세금도 안 내고 받는 거액 연금 중 하다못해 세금에 해당하는 금액이라도 보태서 기부하면 어떨까 하는 아쉬움이 있다. 보조금 월 250만원을 주지 않는다고 키우던 풍산개를 파양할 정도로 근검절약이 몸에 밴 분이어서 그렇다고 짐작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인지 청와대 관저에서 쓰던 집기나 생활가전 등을 몽땅 평산리 자택으로 가져갔다는 논란이 빚어진 바도 있다.

잊히고 싶다던 다짐대로 조용히 책방의 방장 역할이나 하면 될 텐데 무슨 미련이 남아서 그러는지 걸핏하면 정치적 발언으로 매스컴의 화면과 지면에 끼어든다. 그것으로도 성이 차지 않는 모양으로 이번엔 회고록까지 들고 나섰다. 기자들 눈에도 이건 아니다 싶었던 모양으로, 부인 김정숙 여사의 인도 타지마할 방문에 대한 문 전 대통령의 역성들기에 초점을 맞춰 보도했다.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을 것 같았는데 오히려 역공하고 나왔다.

“지금까지도 아내가 나랏돈으로 관광 여행을 한 것처럼 악의적으로 왜곡하는 사람들이 있다. 외국에 순방 가면 그 나라가 보여주고 싶어 하는 유적이나 문화재를 볼 때가 있는데, 그걸 관광이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악의적 왜곡’이라니! ‘지금까지도’는 또 무슨 뜻인가? 잘못은 세월이 아무리 흘러도 잘못이다. 인도에서 김 여사를 초청한 게 아니라 우리 정부가 먼저 김 여사가 간다고 했다는 건 그간에도 거듭 밝혀진 사실이다. 타지마할 방문은 일정에 없었다고 한다. 거기서 다른 관광객 다 카메라 앵글 밖으로 밀어내고 사진 찍은 것도 상대방의 자발적 호의거나 요청이었을까? 아무리 대통령 부인이라도 그렇지, 어떻게 세계적 관광명소에 가서 독사진을 찍기 위해 다른 관광객들을 밀쳐낼 생각을 했다는 것인지 참으로 기가 막힐 일이다.

그렇다. 문 전 대통령의 억울하다는 듯이 말했지만 그건 ‘나랏돈’ 맞다. 중앙일보 남정호 당시 논설위원이 당시에 ‘김정숙 여사의 버킷리스트?’라는 제목의 칼럼으로 비판했다. 이미 시중에 소문이 넘쳐났었다. 부끄러움을 아는 사람들이었다면 그러려니 넘겼을 일이다. 청와대는 기어이 명예훼손 등의 혐의로 고소했다가 패소하고 말았다. 그 논란의 ‘타지마할 관광’에 쓰인 돈이 설마 ‘사비(私費)’였다는 말은 아닐 것이다. 김 여사는 40명의 수행단을 이끌고 대통령 휘장이 부착된 전용기를 이용했다. 이래 놓고도 비판하는 사람들을 향해 ‘악의적 왜곡’이라니! 이 일 말고도 김 여사가 외국 순방 중 보였던 매우 특이한 행동들에 대해서도 문 전 대통령은 이제까지 어떤 해명도 유감 표명도 없었다.

대통령 부인을 여왕에 비유하다니

국민의힘이 다시 이 문제를 거론하는 가운데 ‘김정숙 특검’ 이야기까지 나오자 민주당 쪽에선 ‘김건희 특검법 물타기’라고 반박하고 있다. 생각한다는 게 늘 이지경이다. 자기들은 특검을 요구할 권리를 가졌지만, 상대는 말도 꺼내지 말아야 한다는 건가? 말이 났으니 말이지만 김정숙 여사나 김해경 여사(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부인)나 의심 사는 부분에 대해서는 특검이 아니라 그보다 더한 조사를 받아야 하는 것 아닌가? 의석수 때문에 이들에 대한 특검은 사실상 면죄부를 주는 절차가 되기에 십상이겠지만, 어쨌든 의혹 자체로는 훨씬 중해 보이는데 뭘 잘한 일이 있다고 기고만장해서 나서는지 황당하다.

그 정도에 그치는 것도 아니다. 진성준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은 21일 김 여사의 타지마할 방문은 과거 영국 여왕의 안동 방문과 같은 ‘외교 일정’이라며 국민의힘 측 특검 주장을 ‘생트집’이라고 몰아세웠다. 김 여사를 지키기 위해 고인이 된 영국 여왕까지 끌어들이는 게 정상적 사고인지 실소를 금할 수가 없다. 대통령 부인이 아니라 대통령이 그랬다면야 누가 뭐라고 하겠는가. 대통령의 부인이면 여왕이나 마찬가지라는 뜻인가?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이 안동에서 사람들 다 물리치고 독사진 찍어야겠다고 한 적 있는가? 이런 막무가내 충성이 대한민국의 정치 수준을 권위주의 시대로 되돌려놓는다는 것을 거대정당의 정책위의장쯤 되는 사람이 모를 리 없다. 뻔히 알 텐데 도대체 왜 이러는가?

‘물타기’이든 뭐든 일개 서민의 관심사는 그게 아니다. 잘못을 저지른 사람이라면 그가 누구든 응분의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만 알 뿐이다. 물타기 안 하면? 서로 없던 일로 덮자는 것인가? 그건 안 되지. 서민들의 속을 뒤집어 놓는, 가진 자들만의 짬짜미가 비집고 들 틈을 허용하지 말아야 한다. 전직 대통령이 나서서 만들어놓은 진실게임이다. 이왕 시작된 거, 끝장을 보라. 당신들이 전가지보(傳家之寶)처럼 휘두르는 그 ‘국민’(가운데 한 사람)의 요구다.

글/ 이진곤 언론인·전 국민일보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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