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펌·대기업 직원도 야간반 온다…초등생 의대 설명회는 난리
" 재수·삼수라는 범주를 벗어난 대학 3~4학년이나 직장인의 문의가 오히려 많아요. ‘수능 준비하려는데 나도 가능하겠냐’라고요. "
지난 19일 서울 강남구 대치동 A학원에서 만난 한 컨설턴트는 의대 입시 관련 문의가 부쩍 늘었다며 이렇게 말했다. 그는 “법원 결정으로 의대 증원이 확실시되니까 그동안 주저하던 사람들까지 본격적으로 뛰어들 것”이라고 했다.
2025학년도 의대 증원 규모가 1509명으로 사실상 확정되면서 학원가에선 ‘의대 레이스’가 본격화하는 분위기다. 초등학생부터 직장인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사람들이 의대 진학을 목표로 ‘사교육 1번지’ 대치동에 모여들고 있다. 이날 대치동 학원가에는 초·중등 학생을 대상으로 한 의대 입시 광고가 내걸렸다. 학원 외벽에 붙은 현수막엔 ‘서울대 강사가 이끄는 최정상 메디컬반 초5~중3’이라는 문구와 강사의 사진이 담겨 있었다.
N수 상담 줄이어…의대생도 “빅5 갈아타자”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는 24일에 2025학년도 의대 증원이 포함된 대학입학 전형 시행계획을 심사한다. 이후 각 대학은 31일까지 의대 모집 정원을 반영한 수시·정시 선발 인원 등을 발표한다. 상황을 지켜보던 수험생들도 구체적인 입시 전략을 세울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대형 학원들은 재수생을 대상으로 대대적인 홍보에 나섰다. 대성학원은 이달 25일부터 설명회를 열고 반수생 특별반 모집을 시작한다. 일부 학원은 지방의대생이나 SKY(서울대·연세대·고려대) 등 주요 대학 재학생을 상대로 장학금 혜택을 내세우고 있다. 이들 중 의대 합격자가 많이 나올수록 학원 홍보에 유리하기 때문이다.
입시업계에선 “증원 여파로 의대 합격선 변동이 커지며 상위권 학생들이 반수 시장에 뛰어들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전관우 알찬교육컨설팅 대표는 “최근 지방 고교를 졸업하고 ‘서·성·한(서강대·성균관대·한양대)’ 급의 상위권 대학에 재학 중인 학생들로부터 의대 지역인재전형 문의를 많이 받았다”고 했다. 또 다른 대치동의 한 컨설턴트는 “올해 호남권 의대에 입학한 학생들이 ‘재수 공부도 할 겸 고3 과외 좀 연결해달라’고 연락이 왔다. 지방에서 메이저 의대로 갈아타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초등 의대 설명회, 자리 모자라 서서 들어”
‘초·중등 의대반’을 특화한 한 학원의 부원장은 “최근 50명 규모의 설명회를 열었는데, 실제로는 80명이 와서 학부모들이 복도에 서서 들었다”며 “대치는 의대를 준비하는 초등생이 이미 많은 동네였는데도 증원 여파로 문의가 늘어나는 추세”라고 했다. 이 학원에는 100여 명이 다니는데 초5~중1 학생이 대부분이라고 한다.
의대 지역인재전형에 대한 학부모들의 관심도 많다. 현 중3이 치를 2028학년도부터는 출신 고교뿐 아니라 중학교까지 대학 권역 내 소재해야 지역인재전형에 지원할 수 있다. 최영득 대치명인 고입컨설팅 총괄소장은 “초등 4~5학년 문의 대부분이 ‘어느 지역이 가장 유리하냐, 언제 내려가야 하느냐’를 물어본다”며 “학령인구는 적고 지역인재 선발은 많은 강원 쪽이 유리한 지역으로 꼽힌다. 올 초 상담 후 부산으로 이사한 사례도 있다”고 했다.
문과 출신 로펌·대기업 직장인도 “의대반 개근 중”
이들이 의대 입시에 도전하는 이유는 ‘성공만 하면 평생 자격증이 생긴다’는 기대 때문으로 풀이된다. 남 소장은 “전반적으로 수명이 길어지는데 일자리 시장은 불확실하다. 나이 먹어서도 전문성을 인정받을 수 있는 직업이 의사라고 보기 때문”이라고 했다.
서지원 기자 seo.jiwon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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