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선거운동 동영상서 나치 '제3제국' 연상 표현 논란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선거 운동 동영상에서 나치 독일의 ‘제3제국(the Third Reich)’을 연상시키는 ‘제국(reich)’이라는 표현을 사용해 비판받고 있다.
지난 20일(현지시간) 트럼프 전 대통령의 소셜미디어(SNS)에는 ‘도널드 트럼프가 이긴 뒤에는 무슨 일이 일어나는가’를 주제로 한 30초 분량의 동영상이 올라왔다.
이 영상은 “트럼프가 승리하다”라는 제목의 가상 신문 기사로 시작한다. 영상에는 선거 승리 시 경제가 호황이 될 것이라며 ‘통일된 제국의 탄생으로 산업 경쟁력이 크게 증가했다’는 내용이 나온다.
이 영상에서는 통일된 제국을 ‘unified reich’로 표현했다. ‘reich’는 독일어로 제국을 의미하는 단어이지만, 통상적으로 나치 독일의 제3국을 의미한다고 AP통신 등은 보도했다.
바이든 캠프의 제임스 싱어 대변인은 “트럼프는 권력을 다시 확보하면 ‘통일 제국’을 대상으로 독재자처럼 통치하겠다는 자신의 의도를 분명하게 말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카린 장-피에르 백악관 대변인도 이날 브리핑에서 “어떤 사람이든 히틀러 치하 나치 독일과 연관된 콘텐트를 홍보하는 것은 혐오스러우며 역겹고 수치스러운 일”이라고 트럼프 전 대통령을 겨냥했다.
트럼프 대선캠프는 성명을 내고 “이것은 선거캠프가 만든 동영상이 아니다”라면서 “이것은 온라인상 임의의 계정이 만든 동영상을 직원이 트럼프 전 대통령이 법정에 있을 때 올린 것이며 그 직원은 (문제 된) 단어를 보지 못했다”고 해명했다. 영상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전날 낮 뉴욕에서 점심시간을 끝내고 법원으로 돌아오기 직전에 게재됐다고 미국 언론은 전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해 말 불법 이민문제에 대한 강경 대응 방침을 언급하는 과정에서 이민자를 해충으로 비유하며 “이민자들이 미국의 피를 오염시킨다”고 말해 비판받았다. 이 발언을 놓고 미국 내에서는 유대인 말살 정책을 추진했던 나치 정권의 주장과 유사하다는 지적이 나와 논란이 됐다.
최서인 기자 choi.seo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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