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정애의 시시각각] 지지율, 말만으로 오르지 않는다

고정애 2024. 5. 22. 0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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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정애 중앙SUNDAY 편집국장대리

취임 2주년이었던 윤석열 대통령의 한국갤럽 지지율(직무수행 긍정평가)이 24%인 걸 두고 “6공화국 출범 이후 대통령들의 같은 시기 지지율 중 최저”란 기사가 나왔다. 이걸 보다 든 생각이다.

먼저 ‘6공화국’이다. 갤럽리포트엔 별 언급 없이 노태우 대통령부터 등장했다. 이 경우 흔히 1987년 체제라고 말해왔다. 이번엔 ‘6공화국’이 다수였다. ‘7공화국으로 개헌’이란 야권 프레임이 통하나 싶었다. 둘째, 취임 2주년을 특정했는데, 전체 그림을 보는 데 외려 지장을 줄 수도 있겠다 싶었다. 취임이 5월로 옮겨지면서 주요 선거가 전후에 자리하게 돼서다. 대통령 지지율이 선거에 영향을 주지만 선거 결과 역시 지지율에 반영된다. 문재인 이전 대통령과 다른 점이다.

「 대통령 지지율 상고하저 패턴 반복
MB만 예외, 위기 때 반전에 성공
국정기조·인사·정책 모두 달라져야

서론이 길었다. 오늘은 둘째 생각, 대통령 지지율에 대한 얘기다. 역대 패턴은 대체로 상고하저(上高下低)다. 취임 초반에 높지만 대세 하락해 마지막엔 낮다. 극단적 사례가 YS(김영삼)로 한국갤럽의 분기별 평가에서 83%까지 올랐다가 6%로 물러났다. 노무현 대통령은 초반 6개월을 제외하곤 20~30%대 머물렀는데 이마저도 4년 차 중반 이후 10%대로 떨어졌다. 문재인 대통령만 높게 시작해(81%) 비교적 높게 끝났다(42%, 정권 재창출엔 실패했다). 반등하더라도 한두 분기에 그쳤다.

예외가 MB(이명박)다. 초기 20%대를 넘나들다가 2년 차 3분기부터 4년 차 3분기까지 줄곧 36% 이상을 기록했다. 3년 차 2분기엔 49%였다. 앞의 표현을 빌리자면 ‘6공화국 대통령들의 같은 시기 최고 지지율’이었다. 정권 재창출에도 성공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윤석열정부 2년 국민보고 및 기자회견에서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어떻게 가능했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위기에 응답했고 반전의 동력을 이어갔다는 것이다. 당시 4·29 재·보선 참패와 노 전 대통령의 서거로 여론은 싸늘했고, 여권 내 소장파의 쇄신 요구는 거셌다. MB는 6월 ‘근원적 처방’을 언급했고, 8·15 경축사에선 ‘친서민 중도실용’ 노선을 천명했다. 대통령실을 개편하고 민주당 주자로 거론되던 정운찬 전 서울대 총장을 총리로 영입했다. 경쟁자(박근혜)에게도 손을 내밀었다. 실감할 만한 대책도 이어졌다. 무담보 소액대출인 미소금융이나 동반성장이 그 예다. 정치적 불리함에도 세종시 수정안을 내 국회에서 결론짓게도 했다.

MB 스스로는 박형준 당시 홍보기획관의 여론동향 보고를 계기로 들었다. “대선 지지자 상당수가 이탈했는데, 최대 원인이 ‘서민에 대한 배려 부족’으로 조사됐다”(『대통령의 시간』)는 것이다. 청와대 인사는 당시 이렇게 전했다. “대선 때 우리가 5.2(0=강한 진보, 10=강한 보수)였는데, 이번엔 이회창 자유선진당 대표가 6이고 우리가 7로 나왔다는 것이다. 우리와 교감이 없는 내곡동(국가정보원) 쪽에서 시너지가 있었을 거다. 경찰 보고서도 비슷했다는 말도 있다. 다 같으니 MB도 ‘진심으로 충고하는 것 맞네’라고 했다.”

물론 MB도 삐끗하곤 했다. 검찰총장에 자신과 같은 고려대 출신을 앉힌 게 일례다. 이후 검찰 내부가 시끄러워졌다. “민정수석실에선 ‘충성심 높은 사람은 오히려 우리를 더 못 도와준다. 조직 내 신망이 높은 사람을 시켜야 조직이 (우리에게) 잘하고, 그런 사람이어야 우리를 도울 수 있다’고 보고했다. MB는 충성심 높은 사람을 시켰고, 결국 한 명도 못 살렸다.” 내막을 아는 인사의 몇 년 뒤 토로였다.

윤 대통령도 기로에 서 있다. 민생·소통을 강조하지만 기조는 뭔지, 무엇을 어떻게 해나갈 건지 알 길이 없다. 대통령을 오판하게 했다는 이들이 여전히 대통령 옆에 있는 걸 보면 신상(信賞)은커녕 필벌(必罰)도 안 된다. 정책 전달도, 관리도 어설픈데 대통령실부터 키운다. 정치컨설턴트 박동원 말대로 “뭐가 되겠다, 어떤 시험을 치겠다는 목표 없이 공부만 열심히 하겠다는 것과 같은 일”이다. 대통령, 아니 참모라도 MB 지지율 관리에서 배워야 한다.

고정애 중앙SUNDAY 편집국장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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