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온 ‘흙신’…15번째 트로피 들까

피주영 2024. 5. 22. 0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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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흙신’ 라파엘 나달이 26일 개막하는 프랑스오픈에 출전한다. 클레이코트 최강자인 그는 프랑스오픈에서 무려 14승을 거뒀다. 가장 최근 우승은 2022년에 차지했고, 지난해엔 불참했다. 이번 대회가 나달의 마지막 출전이다. [AFP=연합뉴스]

“마침내 ‘클레이코트의 제왕’이 고향에 돌아왔다.”

프랑스오픈 테니스 대회 공식 소셜미디어는 지난 20일 2년 만에 프랑스 파리에 입성해 첫 훈련에 돌입한 라파엘 나달(38·스페인)의 사진과 영상을 게재하면서 이렇게 적었다. 2024 프랑스오픈은 오는 26일 개막한다. 이 대회는 호주오픈·윔블던·US오픈과 더불어 테니스 4대 메이저 대회로 꼽힌다.

프랑스오픈은 특히 나달에게 의미가 남다르다. 그는 메이저 대회 남자 단식에서만 22승을 거둔 레전드다. 하지만 그의 기록이 최다 승은 아니다. 라이벌인 노박 조코비치(37·세르비아)가 24승을 기록 중이다. 나달은 이 부문 2위다.

그런데 4대 메이저 대회 중 유일하게 클레이(흙)코트에서 열리는 프랑스오픈이라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나달은 프랑스오픈에서만 무려 14차례나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이 대회 최다 우승 기록이다. 조코비치는 3회 우승에 불과하다. 클레이코트에 서면 무적에 가깝다고 해서 팬들은 나달을 ‘흙신’이라고 부른다. 나달은 파리를 ‘제2의 고향’으로 여긴다.

1월 브리즈번 인터내셔널에서 엉덩이 근육을 다쳐 얼굴을 찌푸리는 나달. [AFP=연합뉴스]

1986년생으로 만 38세인 나달에게 올해 프랑스오픈은 더욱 특별하다. 이 대회에 마지막으로 출전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나달은 지난해 1월 프랑스오픈 불참을 발표하면서 “2024년이 선수로 뛰는 마지막 해가 될 것”이라며 올 시즌이 끝난 뒤 은퇴를 예고했다. 프랑스24는 “잦은 부상 탓에 나달은 선수 인생의 끝자락에 다다랐다. 이번이 마지막 프랑스오픈”이라고 전했다. 미국 스포츠일러스트레이티드도 “올 시즌을 끝으로 은퇴할 예정인 나달이 마지막 프랑스오픈에 나선다”고 했다. ATP 공식 홈페이지는 나달의 파리 입성 소식을 알리면서 “마지막 프랑스오픈 도전이 시작됐다”고 소개했다.

이날 훈련장이었던 프랑스오픈 메인 코트에는 나달을 보기 위해 6000명이 넘는 팬이 몰려들었다. 웬만한 국제 대회 결승전 관중보다 많은 인원이었다. 미국 워싱턴 포스트는 “은퇴를 앞둔 나달이 코트에 들어서자 관중석에선 ‘라파(나달 애칭)’를 외치며 박수가 쏟아졌다”고 전했다. 일부 팬은 “아직 나달과 이별할 준비가 안 됐다”며 눈물을 훔쳤다. 나달은 긴장한 듯 신중하게 땅을 고른 뒤, 땀을 뻘뻘 흘리며 실전 같은 훈련을 했다. 훈련 후엔 1시간 30분에 걸쳐 팬들에게 사인을 해준 뒤 코트를 떠났다.

‘파리의 남자’ 나달은

나달의 또다른 별명은 ‘걸어 다니는 부상 병동’이다. 그는 데뷔 때부터 크고 작은 부상에 시달렸다. 그중 일부는 고질병이다. 2005년부터 왼발에 앓고 있는 뮐러 와이스 증후군이 대표적이다. 발바닥 관절이 변형되는 희귀병이다. 마지막 메이저 우승이었던 2022 프랑스오픈 당시에도 그는 왼발에 마취 주사를 맞고 뛰었다. 전성기 때는 부상에도 굴하지 않고 뛰었지만, 30대 중반에 접어들면서 나달은 재활 훈련을 하면서 코트에 서지 못하는 경우가 잦아졌다. 그는 발을 치료하느라 2021년 후반기를 쉬었다. 2023년 1월엔 고관절 부상으로 그 해를 통째로 날렸다. 올해 1월 어렵게 코트에 복귀했지만, 이번엔 다리 근육을 다쳐 재활에 들어갔다. 그는 지난달 17일 남자프로테니스(ATP) 투어 바르셀로나 오픈에서 다시 코트에 모습을 드러냈다. 오랜 기간 뛰지 못한 탓에 1위였던 세계랭킹은 276위까지 떨어졌다.

나달이 올해 프랑스오픈에서 15번째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릴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나달은 지난 12일 “개막까진 시간이 남았기 때문에 지속적으로 컨디션을 지켜보겠다. 쉽지는 않겠지만, 예전처럼 우승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프랑스오픈에 대한 애정이 각별하기에 나달은 올해도 총력을 기울이겠다는 뜻을 밝힌 것이다. 스페인 AS는 “나달은 신체적으로, 정신적으로 안정적인 상태”라며 ‘흙신’의 부활을 기대했다.

피주영 기자 akapj@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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