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CC 검사장, 네타냐후에 전쟁범죄 혐의 체포영장 청구
카림 칸 국제형사재판소(ICC) 검사장이 20일(현지시간)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 지도부에 대해 체포영장을 청구했다.
칸 검사장은 이날 가자지구 전쟁에서 전쟁 범죄와 반인도적 범죄를 저지른 혐의로 네타냐후 총리와 요아브 갈란트 이스라엘 국방부 장관에 대한 체포영장을 청구했다. 전쟁범죄와 반인도적 범죄는 교전과 관계가 없는 민간인을 해치는 등의 행위로 국제인도법 체계를 심각하게 위반한 경우에 해당한다.
칸 검사장은 네타냐후 총리가 기아를 전쟁 수단으로 활용하며 ICC 조약인 로마규정을 위반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날 미국 CNN과의 인터뷰에서 “법 위에 있는 사람은 없다”며 “이스라엘이 (하마스에 끌려간) 인질을 데려올 권리와 의무가 있지만 그런 행위는 반드시 국제법을 준수하면서 해야 한다”고 말했다.
칸 검사장은 “(네타냐후 총리는) 인도주의 구호물자 공급을 차단한 것을 비롯해 굶주림을 전쟁 도구로 삼았으며 전쟁에서 고의로 민간인들을 표적으로 삼았다”고 지적했다.
칸 검사장은 하마스 군사지도자인 야히야 신와르, 알카삼 여단 사령관인 무함마드 데이프, 정치 지도자인 이스마일 하니예 등 3명에 대해서도 체포영장을 청구했다. 이스라엘에 침투해 민간인을 학살하고 인질로 납치하며, 감금한 인질을 성폭행·고문한 혐의가 적용됐다.
네타냐후 총리는 즉각 “이스라엘군과 집단 학살자인 하마스를 비교하는 역겨운 행위를 거부한다”며 “이는 완전한 현실 왜곡이며, 신(新)반유대주의”라고 맹비난했다. 하마스도 “법적 근거가 부족하다”고 비난했다.
만일 ICC 재판부가 네타냐후 총리에 대한 체포영장을 발부하면 2002년 ICC 출범 이후 처음으로 미국의 동맹국 정상이 ICC의 수배 대상이 된다. 당장 체포될 확률은 낮지만,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처럼 해외여행에 제약을 받을 수 있다. ICC 회원국을 방문할 경우 체포될 수 있어서다.
서방의 입장은 엇갈렸다. 미국·영국·독일 등은 ICC 결정을 비판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ICC의 의도가 무엇이든 간에 이스라엘과 하마스는 전혀 동등하지 않다”고 밝혔다. 반면에 조셉 보렐 유럽연합 외교안보정책 고위대표는 “ICC 규정을 비준한 모든 국가는 법원의 결정을 집행할 의무가 있다”고 말했다.
영국 가디언에 따르면 파키스탄계 영국인인 칸 검사장은 파키스탄 이슬람 소수분파인 아흐마디야 무슬림 공동체 소속이다. 그는 30여년 동안 국제 형법 및 인권 전문 변호사로 활동하다 지난 2021년 ICC 검사장에 선출됐다.
이승호 기자 wonder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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