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는 도종환 장관 초청했는데, 갑자기 김정숙 여사로 바뀌어”
문재인 전 대통령의 회고록으로 다시 논란이 된 2018년 김정숙 여사의 인도 방문과 관련, 실무 부처가 도종환 당시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의 인도 방문을 준비하는 중에 갑자기 김 여사 방문 방침이 확정됐다고 복수의 소식통이 전했다. 초청장을 ‘받은’ 게 아니라 ‘받아낸’ 모양새였다는 취지다.
외교부는 지난 20일 당시 인도 측이 처음 방문을 청한 것은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었다고 밝혔다. 그런데 외교부가 “여타 외교 일정으로 어려운 상황”이라고 통보했고, 인도는 대신 도종환 당시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을 초청했다는 것이다. 실제 실무 부처에서는 도 장관의 인도 방문을 추진했다.
이런 과정에서 인도가 초청한 적도 없는 김 여사의 인도 방문 방침이 갑자기 정해졌다고 한다. 한 소식통은 “원래 도 장관이 주빈으로 인도를 방문하는 것으로 준비하고 있었는데, 어느 시점에 갑자기 김 여사가 인도에 가는 것으로 상황이 달라졌다”며 “당시 김 여사의 인도 방문과 관련해 전반적으로 불필요한 말이 나오지 않도록 정부 내에서 조심하는 분위기였다”고 귀띔했다. 또 다른 외교 소식통은 “청와대의 드라이브 없이 가능한 일이었겠느냐”며 “하지만 이를 감안해도 좀 특이한 상황이었다”고 말했다.
당시 문체부 예산으로 김 여사의 순방 비용을 댄 것도 이런 ‘갑작스러운 등판’ 때문일 가능성이 크다. 이런 외교부의 설명과 당시 정황은 문 전 대통령이 회고록에 “나로서는 인도를 또 가기가 어려워 고사를 했더니 인도 측에서 ‘그렇다면 아내를 대신 보내 달라’고 초청했다”고 적은 것과는 상반된다.
다만 외교가에선 “애초에 외교부 장관도 외교적으로 불필요하다고 넘겼던 일정에 영부인이 나선 건 이례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또 당시 학계에선 역사적 고증 작업이 완전히 이뤄지지 않은 ‘설화 속 인물’에 지나지 않는 허왕후와 관련해 영부인급 사절단까지 나선 데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나왔다. 허왕후는 인도 아유타국에서 가야로 건너와 김수로왕의 부인이 됐다는 신화 속 인물이다.
문 전 대통령은 회고록에서 김정숙 여사의 인도 방문을 두고 “첫 단독 영부인 외교”라고 주장하는 한편 중국과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 체계 관련 합의, 탈북 선원 강제북송, 서해상 공무원 피살 등에 대해서는 사실상 입을 닫았다. 공교롭게도 모두 검찰 수사 혹은 재판이 진행 중이거나 감사원의 감사가 이뤄지고 있는 사안이다. 모든 외교·안보 사안의 최종결정권자는 대통령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사법 리스크’를 피해 가려는 의도도 있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정영교·박현주 기자 park.hyunj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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