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톱’ 드러낸 일본…속내는 따로 있다 [얽히고설킨 라인야후 사태]

조동현 매경이코노미 기자(cho.donghyun@mk.co.kr) 2024. 5. 21. 2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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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인야후 사태’가 한일 양국 외교전으로 번지면서 온 나라가 시끌시끌하다. 일본 정부는 개인정보 유출을 빌미로 라인야후에 대한 네이버의 지분 정리를 압박하고 있다. 일본 국민의 중요 정보가 담기고 사회 인프라로 성장한 ‘라인’을 한국 회사인 네이버가 관장해서는 안 된다는 주장이다. 현재 라인야후 최대주주는 지분 64%를 보유한 A홀딩스다. 한국 네이버와 일본 소프트뱅크가 A홀딩스 지분을 절반씩 보유하고 있다. 당장은 네이버가 지분을 매각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대통령실이 라인야후가 일본 총무성에 제출할 보고서에 지분 매각이 포함되지 않을 것이라고 밝히면서다. 다만 지분 문제에 대한 네이버와 소프트뱅크 간 협상은 계속된다. 라인야후의 지분을 두고 ‘네이버의 분투’가 시작됐다.

일본 정부가 개인정보 유출을 빌미로 라인야후에 대한 네이버의 지분 정리를 압박하고 있다. 사진은 라인 앱 이미지. (로이터)
일본의 사회 인프라 된 ‘라인’

라인야후 지분은 “50:50”

일본 정부가 라인야후에 대해 네이버의 지분 매각을 요구하는 것은 일본에서 ‘라인’이 단순히 문자를 주고받는 메신저가 아니라 국민 생활 플랫폼으로 자리 잡았기 때문이다.

이해진 네이버 창업자는 지난 2011년 동일본 대지진 당시 모바일이 유일한 연락 수단이 된 점에 착안해 라인을 탄생시켰다. 라인은 반년 만에 1000만 다운로드를 기록하는 등 빠른 속도로 성장했다. 무료 통화·스탬프(스티커) 기능이 인기의 비결이었다. 이후 라인은 일상에 필수적인 메신저 기능을 기반으로 쇼핑·금융·오락 등 다양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슈퍼앱’으로 성장했다. 지난해 12월 말 기준 월 이용자 수는 1억9600만명이며 일본에서만 9600만명이 이용한다. 일본 국민 10명 중 8명이 라인을 사용하는 셈이다. 라인은 한국 기업이 세계 무대에 진출해 글로벌 플랫폼으로 성장한 유일한 사례로 평가받는다.

네이버가 소프트뱅크와 A홀딩스 지분을 50%씩 나눠 갖게 된 것은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이 2019년 이해진 네이버 창업자를 만나 경영 통합을 제안하면서다. 당시 네이버는 메신저 라인으로, 소프트뱅크는 인터넷 검색 서비스 야후로 일본에서 각각 서비스를 전개하고 있었다. 양 사 경영진은 일본 내에서만 경쟁해서는 해외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고 판단, 메신저와 포털을 결합해 시너지를 모색하고 향후 AI 동맹을 구축해 글로벌 빅테크에 대항하자는 각오를 다졌다. 경영 통합 이후 네이버가 직접 42.25%를, 일본 자회사인 제이허브를 통해 7.75%를 보유함으로써 소프트뱅크에 경영권을 넘기는 대신 기술 개발권을 담당해왔다.

네이버에 있어 라인야후의 비중은 상당하다. 네이버는 A홀딩스를 관계 기업으로 분류, A홀딩스 순이익을 지분 비율만큼 지분법손익으로 반영 중이다. 네이버 사업보고서 지분법 평가 내역에 따르면 지난해 A홀딩스의 ‘이익 중 지분 해당액’은 2541억원이다. 전체 네이버 당기순이익(9850억원) 4분의 1 수준이다. 전량 매각 시 약 2500억원이 순이익에서 빠지는 구조다.

사태 발단은 ‘개인정보 유출’

관전 포인트는 네이버의 ‘선택’

이번 사태는 지난해 11월 라인야후에서 개인정보 약 52만건이 유출되면서 시작됐다.

네이버 클라우드의 보안 관련 업무를 위탁받은 회사가 멀웨어에 감염된 게 발단이 됐다. 이후 네이버 클라우드와 정보기술(IT) 인프라 운영을 네이버 클라우드에 위탁하던 라인야후까지 연쇄적으로 피해를 입었다. 라인야후 발표에 따르면, 총 30만2569건의 개인정보 유출이 확인됐으며, 일본 이용자는 12만9894건이라고 밝혔다.

해킹 사건 이후 일본 총무성은 행정지도를 발표했다. 일본 정부의 행정지도는 시스템 분리, 자본 관계 재검토(지분 조정) 등 크게 2가지로 요약된다. 일본 정부는 라인야후가 시스템 업무를 위탁한 네이버에 의존해 사이버 보안 대책을 충분히 마련하지 않았다고 보고 경영 체제 개선(지분 조정)을 요구하고 있다. 일본 정부가 제시한 개인정보 유출 재발 방지책 추가 제출 기한은 오는 7월 1일까지다.

이와 관련, 정부와 네이버는 ‘헐값 매각은 안 된다’는 공통의 인식을 갖고 있다. 특히 대통령실과 네이버는 7월 1일까지 라인야후가 일본 정부에 제출할 행정지도 보고서에 지분 매각을 포함하지 않기로 했다. 우리 정부가 라인야후 사태에 대해 강경한 태도를 밝히면서 네이버에 시간을 벌어줬다는 평가가 나온다. 반면, 일본 정부 입장은 여전히 확고하다. 이번 사태가 장기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향후 관전 포인트는 네이버의 선택이다. 당장 문제는 행정지도 이행 여부다. 일본 사회는 국가기관의 행정을 신뢰하는 분위기가 강한 편이어서 통상 행정지도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행정지도가 법적 효력은 없지만 영향력은 막강하다는 의미다. 만약 이번 사태가 봉합된다고 해도 일본 정부가 향후 다른 행정지도로 규제를 이어가면 일본에서의 플랫폼 사업은 힘들어진다.

네이버가 지분을 매각하느냐, 아니면 협상을 통해 반반 지분을 유지하며 네이버의 경영상 역할만 조정하느냐도 주목된다. 소프트뱅크가 한 주만 더 가져도 라인야후의 경영권은 넘어간다. 지분 변화 시나리오에 대해서는 이해진 네이버 글로벌투자책임자(GIO)를 주축으로 최수연 대표와 김남선 최고재무책임자(CFO)가 직접 챙기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만약 네이버가 지분을 전량 매각하는 경우 네이버의 지분 규모는 8조3000억원 정도지만, 시장에서는 경영권을 넘기는 만큼 프리미엄을 고려하면 10조원 이상 받을 수 있다고 추산한다. 인공지능(AI) 투자에 사활을 걸고 있는 네이버 입장에선 거액의 AI 투자 실탄을 확보할 수 있는 수준이다.

7월 이후 네이버·정부 과제는?

“이번에 데이터 주권 확립해야”

업계에서는 일본 정부 압박을 버티면서 네이버가 끝내 지분을 고수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보는 이가 많다. 정부가 모바일·통신·금융·데이터 등의 규제 사업에 막강한 권한을 쥐고 있는 상황에서 네이버가 일본 정부의 의사에 반할 경우 라인·웹툰 등 현지 사업에 불이익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네이버가 라인의 일본 사업 지배력을 넘기더라도, 동남아 사업권은 반드시 챙겨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 경우 라인야후의 라인플러스 지분 구조를 재조정하는 등의 절차가 숙제로 남는다. 동남아 등 해외 서비스는 라인야후의 한국 자회사인 라인플러스에서 도맡고 있다.

전문가들은 사태 해결 실마리가 우리 정부의 정치·외교적 대응에 달렸다고 입을 모은다.

이원덕 국민대 일본학과 교수는 “이번 사태가 외교 현안으로 떠오른 상태에서 반드시 지분을 팔 것으로 보는 건 무리”라면서 “정부가 한·일 관계 등 외교 문제는 별도로 풀어가되, 산업적으로 부당하고 불리한 차별 대우에는 단호히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지평 한국외대 융합일본지역학부 교수는 “네이버 입장에서는 우선 보안 문제 해소에 노력을 해야 된다”며 “이번 기회에 국가 차원에서 나서 보안 기술을 강화해야 된다”고 말했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데이터 주권에 대한 기준을 세울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최경진 가천대 법학과 교수(개인정보전문가협회장)는 “한국의 개인정보나 데이터가 알리·테무 등의 외국 기업으로 얼마나 흘러가는지, 어떻게 관리하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며 “데이터가 AI 등 미래 산업 경쟁력을 좌우하는 시대다. 이번 기회에 글로벌 주권에 관한 우리나라의 입장을 명확히 할 때”라고 말했다.

[조동현 기자 cho.donghyun@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60호 (2024.05.22~2024.05.28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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