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배당 선진국 되려면…분리과세로 노후 세금 폭탄 막아야

박수호 매경이코노미 기자(suhoz@mk.co.kr) 2024. 5. 21. 2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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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은 적극적인 배당으로 ‘밸류업’

선진국 수준으로 배당이 활성화되려면 어떤 조건이 갖춰져야 할까. 전문가들은 투명한 회계, 고용 경직성 해소,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전환, 분리과세 등의 해법을 내놓는다.

1. 분리과세 현실화

배당 2000만원 넘기니 건보료 폭탄

배당킹.

미국에서 50년 이상 배당을 늘려온 기업을 뜻하는 경제용어다. P&G, 존슨앤드존슨, 코카콜라 등이 해당한다. 안정적인 이익을 내며 배당까지 많이 하니 워런 버핏은 물론 미국 은퇴자가 선호하는 주식으로 분류된다. 상당수 미국 은퇴자는 고배당주에 투자해두고 배당금으로 생활한다. 세금 걱정? 배당소득세가 15%지만 분리과세라 걱정이 덜하다.

한국은 다르다. 배당소득으로 생활하기 어렵다는 투자자가 많다. 한국의 배당소득은 종합과세 방식으로 세금을 내야 하기 때문이다. 한국도 미국처럼 배당소득세 자체는 15.4%로 큰 차이가 없다. 그런데 2000만원 이상 금융소득자의 경우 배당소득 2000만원 초과분에 금융종합소득세에 따른 누진세율이 부과돼 최대 45%(10억원 이상) 세율이 부과된다. 건강보험료도 같이 올라간다.

올해 2인 가구 중위소득은 월 368만원 정도다. 연간 배당소득 2000만원을 넘긴다 해도 중위소득에도 못 미치는 대상자가 많다. 그런데도 세금은 세금대로 내고 건보료까지 올라버리면 굳이 ‘배당주 장기 투자’를 할 유인이 사라진다. 따라서 ‘밸류업’ 바람이 부는 이참에 분리과세를 허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황세운 선임연구위원은 “분리과세가 허용돼야 배당소득이 금융소득종합과세에 합산되지 않아 세율이 낮아지는 효과가 있다”며 “분리과세만 돼도 적극적으로 배당주 투자를 하려는 이들이 늘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기획재정부도 이런 점을 감안해 배당소득 분리과세를 추진 중이다. 하지만 정치권 한편에서는 ‘부자 감세’라는 시각이 여전히 있어 개정 과정에서 갈등이 예상된다. 학계에서는 당장 분리과세 전환이 어렵다면 2013년부터 고정돼 있는 금융소득종합과세 기준(2000만원)을 물가 상승분에 맞춰 3000만원 이상으로 올리는 방안을 제시한다.

‘맹탕’이란 지적을 받은 기업 밸류업 지원 방안. (한국거래소 제공)
2. 배당 이끌 세제 절실

밸류업 정책 성공과도 연결

‘기대했으나 뚜껑을 열어보니 병맛’.

지난 5월 2일 정부가 발표한 밸류업 관련 2차 가이드라인에 대한 시장 반응이다. 당일 대표적인 배당주로 분류돼 있는 메리츠금융지주 등 금융주나 현대차 등 자동차주가 일제히 빠졌다. 밸류업 방안 골자가 ‘상장사가 배당 확대와 지배구조 개선 등의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자율적’으로 공시해야 한다’였기 때문이다. 이를 두고 ‘정부안이 두루뭉술하고 구체적인 혜택이나 규제가 없다’ ‘맹탕 정책’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4월만 해도 정부는 주주환원 노력이 증가한 기업에 대해 법인세 세액공제, 우수 기업 지정감사제 면제 등 인센티브를 제공하겠다고 시사했다.

하지만 5월 2차 발표에서는 이런 세제 인센티브 언급이 빠져 시장 참여자를 허탈케 했다. 법인세, 배당세 혜택은 법 개정 사안인데 ‘대기업 특혜’ 시비로 법안 통과가 불투명하다.

이남우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회장은 “정부가 자율성에 방점을 찍은 부분은 기업 스스로 주주환원 노력을 추구해 궁극적으로 기업가치를 높여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라면서도 “ ‘배당 안 하면 규제하겠다’는 논리보다 기업 참여를 유도할 수 있는 다양한 인센티브로 시장 환경을 주주친화적으로 만들어야 할 때”라고 말했다.

3. 기업은 적극 배당 나서야

‘패스트 팔로어’는 무리…혁신경제 선회

“시장 탓, 남 탓하는 지배주주 입김에 휘둘리며 주주환원에 소극적인 기업이 문제다.”

류영재 대표의 말이다. 한국 기업은 지분율이 낮아도 지배주주 지위에 있으며 이사회를 장악하고 이들 중심 의사결정을 한다는 시선을 받는다. 최근 행동주의펀드가 이런 점에 반기를 들며 주주환원책을 강화하는 쪽으로 이사회를 압박하는 사례가 부쩍 늘어났다. 이런 활동 덕에 배당이 늘어나고 해당 회사 주가가 오르기도 한다.

전문가들은 외부 충격에 의해 회사가 변화하기 전, 각 기업이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게 스스로 주주환원 필요성을 인지하고 기업가치를 이쪽에 맞춰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남우 회장은 “행동주의펀드 때문에 ‘골치 아프다’고 하지 말고 적극적인 주주환원으로 높은 주가, 시총을 유지하는 전략이 필요하다”며 애플 사례를 들었다.

기업 체질 개선이 뒤따라야 함은 물론이다.

류영재 대표는 “배당에 소극적인 기업을 들여다보면 사업 모델이 전형적인 ‘패스트 팔로어’, 즉 빠른 추종자 전략을 쓴 곳이 많다”며 “이런 기업은 경기 변동성에 취약하기 때문에 사내유보금을 많이 쌓아뒀다 언제든 위급할 때 쓰려고 배당을 덜 하려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기업 스스로 무형자산 중심 고부가가치 사업 모델로 전환하려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어 “로봇, AI, IB(투자은행) 등 혁신 주도형(innovation driven) 산업으로 전환해야 산업의 경기 변동성과 매출 추정의 불확실성이 낮아지고 현금흐름 예측 가능성은 높아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렇게 되면 자연스레 기업이 사내유보 대신 주주환원에 더욱 신경 쓸 여력이 생긴다는 논리다.

4. 고용 경직성 손봐야

해고 어려우니 배당보다 사내유보

고용 경직성이 배당과 상관이 있을까? 있다.

소극적인 배당, 코리아 디스카운트(저평가) 얘기가 나올 때 단골 이유 중 하나로 노동 시장 경직성이 언급된다.

정규직 해고가 어렵고, 비정규직·임시직·파견 근로 등 다양한 형태의 구인 절차도 복잡하다는 말이다.

한 상장사 대표는 “기업 매출은 매년 달라지고 안 좋아질 때가 있지만 고용 경직성 때문에 인건비를 건드리는 데 한계가 있다”며 “실적이 나빠져도 인건비는 고정비 성격을 띠니까 유사시를 대비해 사내유보에 집중하며 주주환원을 적극적으로 못하는 것”이라고 귀띔했다.

류 대표는 “이런 요인 때문에 경영진의 내부 유보 유혹을 만류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라며 “생산성 향상, 자유로운 고용 환경을 조성하는 쪽으로 사회 합의가 이뤄져야 ‘밸류업’ 정책이 더 탄력받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박수호 기자 park.suho@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60호 (2024.05.22~2024.05.28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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