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성형 정글러요? 더 성장해야죠”
“김대호 감독에게 많은 것 배워… 산타 같은 존재”
“서머 시즌 카서스·니달리 등 AP 정글러 득세” “목표는 4위”
어느덧 프로 데뷔 7주년을 앞둔 광동 프릭스의 맏형이자 주장인 ‘커즈’ 문우찬은 해를 거듭할수록 오더, 메이킹을 완벽하게 구사하며 ‘완성형 정글러’란 평가를 받지만 더 높은 곳에 오르고 싶은 열망으로 지금도 스스로를 채찍질한다. 지난 20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에 있는 광동 연습실에서 문우찬을 만나 지난 스프링 시즌에 대한 회고와 미드 시즌 인비테이서녈(MSI) 평가, 서머 시즌 각오를 들었다.
지난 19일 막을 내린 MSI에선 그동안 볼 수 없었던 다양한 정글 챔피언이 겨울잠에서 깼다. 특히 니달리, 카서스 등 캐리형 AP 챔피언들의 등장이 눈에 띄었다.
“(이번 MSI를 보면서) 미드 선수들이 주도적으로 메이킹을 많이 해준다고 느꼈다. 바텀도 정석적으로 평타를 많이 안 치는 원거리 딜러 위주였다. 세나, 루시안 등을 우리도 잘 쓰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글러로서는 니달리가 정말 화젯거리다. 나 역시 연습에 몰두 중이다.”
그러면서 “카서스나 니달리는 사실 현 패치(14.10)에서 더 좋다고 본다. 오히려 (이전 패치 버전인) 대회 때 쓰이길래 신기했다. 그때부터 나도 연습을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정글이 AP가 나오다 보니 미드가 AD 챔피언을 잘해줘야 한다. 그런 것들을 풀어내는 게 우리 팀의 숙제 아닐까 싶다”고 돌아봤다.
올해 한국 팀 대표로 MSI에 출전한 젠지와 T1에는 과거 문우찬과 한솥밥을 먹던 선수들이 여럿 포진해 있다. 문우찬은 “T1, 젠지는 정말 센 팀이다. 둘 중 한 팀이 무조건 우승할 거라고 예상했었다”고 말했다. 또한 “지난해 같은 팀이었던 ‘리헨즈’ 손시우는 메이킹을 잘하더라. ‘기인’ 김기인도 든든하게 잘해줬다. 개인적으로 ‘쵸비’ 정지훈은 이번 대회에서 정점을 찍었다고 생각한다”고 평가했다. 이어 “T1도 잘해줬다”고 칭찬했다.
문우찬은 MSI, LoL 월드 챔피언십(롤드컵) 등 국제대회가 ‘선수로서는 꿈 같은 곳’이라 표현하며 “선수들 개개인은 당연히 국제대회를 나가고 싶어하고 팀에서도 대놓고 국제대회를 목표로 둔다. 그 정도로 누구에게나 꿈같은 곳”이라면서 “저는 국제대회에 나갔을 때 준비하느라 정신없었던 기억이 난다. 그러고선 항상 끝나고 나면 ‘내가 더 할 수 있었던 게 있지 않을까’라는 후회가 남는다. 쉽게 오지 않는 기회”라고 말했다.
문우찬은 최근 MSI 메타에 대해 소속팀 김대호 감독과 얘기를 나누며 속 시원한 해답을 찾았다고 했다.
“최근 MSI에서 화두였던 라인 스와프는 스크림(연습 경기)에서도 매번 나와서 골머리가 아팠다. 방법을 찾아가고 있었는데 감독님이 생각해보겠다고 하시더니 몇 시간 만에 정답을 찾아서 알려주셨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감독님의 설명을 들으니 ‘한두 번이나 먹히는 방법이지 계속하면 쉽지 않을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대처법이 모두 나왔다.”
이렇듯 문우찬이 광동을 선택한 데에는 김 감독의 존재가 큰 계기가 됐다. 문우찬은 “여러 팀을 알아보려고 했는데 쉽지 않았다. 그 상황에서 광동이 나에게 좋은 표현과 제안을 줬다. 특히 감독, 코치진이 모두 좋았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러닝을 시작했는데, 이 또한 감독님의 제안이다. 감독님이 항상 선수들한테 운동하라고 제안하고 분위기를 만들어주신다. 덕분에 스트레스가 해소되더라. 최근 감독님이 런닝화를 선물해주셨다. 나뿐만 아니라 다른 선수들한테도 각자 필요한 것들을 모두 선물해주셨다. 관심을 두시는 게 느껴지다 보니 더 따르게 되는 것 같다. 우리에게 ‘산타’ 같은 존재”라고 전했다.
문우찬은 2017년 롱주 게이밍에서 데뷔했다. 아마추어 시절부터 솔로랭크 최상위권에 단골로 이름을 올리던 장인으로 유명했다. 프로로 데뷔하고 나선 니달리, 렉시이, 그레이브즈, 카서스 챔피언을 특출나게 잘 다뤄 명성을 떨쳤다. 이후 T1, KT 롤스터 등을 거쳐 올해부터 광동에서 활동하고 있다.
문우찬은 “신인 땐 너무 서툴렀다. 대선배들과 호흡을 맞추다 보니 내 의견을 선뜻 말하기 쉽지 않았고 무작정 따르기만 했었다. 그때가 정말 아쉽다”면서 “특히 ‘피넛’ 한왕호 선수를 보면서 뒤에서 많이 배웠다”고 밝혔다.
그는 “점점 내가 주도적으로 이끌어야 하는 시기가 오더라. KT와 T1에 입단하니 내 예상보다 더 많은 관심과 사랑을 받았다. KT에선 ‘라스칼’ 김광희와 소위 ‘원장롤’ 할 때도 있었고, 또래 친구들과도 호흡을 맞췄었다. 지난해엔 또래와 함께하다 보니 팀원과의 갈등이 있기도 했었다. 그것 때문에 초반 성적이 좋진 않았지만 잘 풀어나가자 갑자기 게임이 잘 되더라. 그때부터 소통하는 법을 알고 프로게이머로서 점점 성장하는 느낌이 들었다”고 말했다.
문우찬은 ‘완성형 정글러’라는 평가에 아랑곳하지 않고 더 성장해야 한다면서 “앞으로 같이 하고 싶은 선수, 팀이 원하는 선수가 되고 싶다”고 강조했다.
광동은 올해 스프링 정규 시즌을 6위로 마감했다. 강팀을 상대로 ‘업셋’을 일으키는 저력을 보이기도 했지만 플레이오프에서 한화생명e스포츠 상대로 무기력하게 패배하면서 아쉽게 시즌을 마무리했다.
“그동안 프로게이머를 하면서 주장도, 맏형도 해본 적이 없었다. 광동에 오면서 그런 자리를 맡게 됐는데 처음이다 보니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서 잘하지 못했던 것 같다. 원래 롤드컵을 목표로 준비했다. 상대적 약팀들을 이겨내는 것에 급급하지 않고 더 높은 곳을 바라봤다. 스프링에선 전체적으로 경기력에 기복이 있었다. 서머 시즌부터는 고쳐나가려고 노력해야 한다.”
문우찬은 자신이 프로게이머 생활 중에 터득한 모든 것을 팀원들에게 주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KT 소속일 때 인게임적인 깨달음을 얻었다. 광동에 와서 감독님과 게임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면서 고칠 점이 보이고 또 옆에 신인 선수들이 많다 보니까 함께 잘하기 위해 더 열정을 갖게 된다”고 말했다.
문우찬은 선수단의 변화를 긍정적으로 바라봤다. 광동은 스프링 시즌 ‘불’ 송선규, ‘퀀텀’ 손정을 콜업하고 ‘태윤’ 김태윤 ‘안딜’ 문관빈을 센드 다운했다. 그는 “분위기를 반전시킬 수도 있는 계기가 됐다. 팀이나 감코진들의 독단으로 진행한 것도 아니고 선수들과 충분한 대화를 나눴다. 바뀐 두 선수는 모두 공격적이고 파이팅이 넘치는 선수들이다”고 전했다.
문우찬은 서머 시즌 출발선에 적용되는 패치가 AP 정글 챔피언 강세로 이어질 거로 예상했다. 문우찬은 “AP 챔피언들이 정말 많이 나올 것”이라면서 “특히 니달리가 정말 좋다. 카서스는 4, 5픽 순서 때 뽑을 가능성이 있다. 모르가나 등 온갖 AP 정글 챔피언이 나올 수 있다”고 내다봤다.
“서머 목표는 4등”이라고 밝힌 문우찬은 “최근 가수 김준수의 콘서트를 다녀왔는데 감명 깊었던 건 내가 프로게이머를 한다고 팬분들이 내 옆에 당연히 있는 게 아니라고 사실이다. 응원해주셔서 항상 감사하다. 좋은 모습 그리고 더 같이 오래 볼 수 있게 많이 노력하겠다”고 다짐하며 인터뷰를 마쳤다.
김지윤 기자 merr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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