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감선거 조직이라뇨, 저흰 공부하고 연대하는 모임입니다"

충북인뉴스 최현주 2024. 5. 21. 1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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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신화상전 한민호 상임대표

[충북인뉴스 최현주]

ⓒ 충북인뉴스
'장작은 다 타 버렸으나 불씨는 여전히 남아 전해질 수 있다'는 다소 독특한 뜻과 이름을 가진 교육단체가 있다. 신화상전(薪火相傳)이다.

신화상전은 전국 교육단체로, 혁신 교육을 주도했던 전·현직 교사를 비롯해 교육 관계자 100여 명이 참여하고 있다. 그런 만큼 신화상전의 성격이나 활동을 두고 의견이 분분하다. 일각에서는 김성근 전 충북교육청 부교육감의 2026년 교육감 선거 조직이 아니냐는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기도 한다.

오는 6월 1일 창립 1주기를 맞지만, 여전히 소문이 무성한 신화상전. 과연 신화상전은 어떤 단체인지, 그동안 어떤 활동을 했는지, 그리고 무엇을 추구하는지, 한민호 상임대표(전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 사무국장)를 직접 만나 들어봤다.

미래 교육 비전 제시 위해 사회 다양한 분야 흐름 공부

"우선 저희들의 모임은 고립감을 극복해보자는 취지에서 시작됐습니다. 진보교육감 시절, 교육청이나 교육계에서 일했던 사람들이 보수교육감이 들어서면서 대거 나오게 됐잖아요. 혼자 고립되지 말고 서로 연대하면서 공부하고 친목을 다지자는 것이 신화상전을 만든 첫 번째 이유입니다."

한민호 대표는 "지난 교육감 선거 이후 혁신 교육의 의지가 꺽이면서 많은 이들이 무력감을 느꼈고 홀로 고립감을 감내해야 했다"며 "신화상전은 이러한 고립감을 극복하고 혁신교육과 미래 교육을 공부하는 모임"이라고 강조했다.

기존 17개 시도 중 상당수를 차지했던 진보교육감들은 2022년 선거에서 대거 패했다. 진보교육감 시절, 전국 교육청에서 정책을 개발하고 기획했던 이들의 대다수는 일선 학교의 학교장 또는 교사로 밀려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한 대표는 "신화상전은 함께 기운을 내자는 취지에서 만들어진 모임일 뿐, 향후 선거를 위해 논의하는 모임은 전혀 아니다"라고 다시 한번 강조했다.

"선거라뇨? 절대 아닙니다. 친목하고 공부하는 모임입니다. 물론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는 것 자체는 이해합니다. 차기 교육감 후보로 거론되는 사람들이 몇 명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하지만 신화상전에서는 선거공학이나 선거기술에 대해 전혀 고민하거나 논의하지 않아요. 그럴 가능성도 전혀 없습니다."

연대와 친목, 공부가 목적이다 보니 이들의 활동은 자연스럽게 강의와 친목 도모가 주를 이룬다. 신화상전 회원들은 3개월에 한 번씩 직접 만나 안건을 함께 토론하고 결정한다. 여느 단체들이 회원들은 회비만 내고 사실상 운영은 대표자 중심으로 진행되는 것과 상반된 모습이다.

회의 이후에는 각 분야 전문가를 초청해 강의를 듣고 사회의 다양한 분야를 공부한다. 강좌 주제와 강사는 공동대표 10명이 결정하는데, 교육과 직접적인 관련은 없지만 그렇다고 교육과 무관한 분야도 아니다.

이를테면 전 국립외교원장이었던 김준형씨를 초청해 외교 문제와 교육과의 관계를 공부하는가 하면, 독일의 한나 아렌트를 연구한 김만권 교수를 초청해 정치철학을 공부한다. 신화상전은 지난 1년간 김준형 전 원장, 김만권 교수 이외에도 사회적 상속을 주창한 김병권씨 등 4번의 강좌를 들었다. 오는 6월 1일에는 평화교육단체 피스모모 문아영 대표의 강의를 통해 교육과 평화의 문제를 공부할 예정이다.

"우리 사회에서 영향력 있는 분들을 직접 강사로 초청해 강의를 듣습니다. 얼핏 생각하면 교육과는 직접적인 관계없는 주제들입니다. 하지만 교육과 끊임없이 연결될 수밖에 없는 주제들이고 뗄래야 뗄 수 없는 주제들입니다."

신화상전이 사회의 다양한 분야와 흐름을 공부하려는 이유는 사실 간단하다. 달라진 교육환경에서 정치·경제·노동 등 사회 전 분야의 흐름을 읽고 미래 교육의 비전을 제시해보자는 취지다. 더 이상 교육이 '섬'처럼 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교육은 사회·정치·경제·문화 등과 끊임없이 서로 영향을 주고받음에도 그동안 우리나라 교육은 '정치적 중립'이라는 틀 안에 갇혀 있었고, 교사들 또한 내부에 갇혀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1995년 만들어진 5·31교육개혁안이 아직도 유지되고 있습니다. 국가교육과정과 지역교육과정이 어떻게 조화를 이룰지, 인간적 연대와 협력을 어떻게 다룰지, 생태문제·기후문제를 어떻게 교육할지, 교장과 학교의 역할은 무엇인지, 이제는 미래 교육 비전과 교육적 담론을 아주 다른 차원에서 고민해야 합니다."

그래서 신화상전은 더욱 다양한 분야를 공부할 것이고, 그 결과물을 진보든 보수든 누구든지간에 치열한 토론과 논쟁을 통해 공유할 예정이다.

세대 간 연대... '조건 없는 선물' 실천

신화상전에서 모임의 목적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또 하나 있다. 그것은 바로 회비다. 이는 신화상전이 기여 사업을 하기 때문인데, 1인당 월 회비 5만 원 중 2만 원씩은 기여 사업을 위해 별도로 적립한다.

신화상전의 기여 사업이란, 40세 미만 교육 관련 활동가(단체) 3명에게 무상으로, 아무런 조건 없이 월 50만 원씩 1년 동안 지원하는 것을 말한다.

신화상전은 오는 5월 말 대상자를 선정해 6월부터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이는 나눔의 실천뿐 아니라 세대 간 연대, '조건 없는 선물'을 실천하기 위함이다.

"우리 안의 고립감도 연대 의식으로 극복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사회와의 연대도 중요하잖아요. 내 것을 조금이라도 내놓고 나누자라는 마음으로 시작했습니다." 

여전히 일각에서는 신화상전을 보는 시각이 삐딱한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신화상전이 미래교육을 준비하고 사회적 연대를 조금이나마 실천하는 모임이라는 것은 분명하다. 신화상전의 앞으로의 행보가 더욱 주목된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충북인뉴스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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