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 국왕, 폐렴에 건강악화…유고시 실권자 빈 살만 계승 유력
살만 빈 압둘아지즈 알사우드(88) 사우디아라비아 국왕이 폐렴 진단을 받고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는 외신 보도가 나왔다. 살만 국왕의 건강에 적신호가 켜지면서, 왕위 계승 서열 1위인 아들 무함마드 빈 살만 빈 압둘라지즈 알사우드(39·약칭 빈살만) 왕세자에게 세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20일(현지시간) CNN과 사우디 국영 SPA통신에 따르면 살만 국왕의 건강이 악화하자, 빈 살만 왕세자는 지난 19일 방일 일정을 전격 연기했다. 방일 취소는 2022년 11월에 이어 이번이 두 번째다. 대신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는 빈 살만 왕세자와 21일 35분간 화상 회담을 열고 원유 공급과 청정에너지 분야 등에서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살만 국왕은 2020년 담낭 제거 수술을 받은 뒤 수년간 건강 상태가 좋지 않았고 최근엔 고열과 관절통에 시달려 왔다.
이에 사우디의 실권자인 빈 살만 왕세자의 권력이 한층 강화될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2015년 왕위에 오른 살만 국왕은 이미 사우디 국정의 상당 부분을 아들에게 넘긴 상태다.
빈 살만은 사우디의 오랜 관행을 깨고 왕위 서열 1순위에 오른 인물이다. 사우디는 원래 형제간 왕위 계승이 원칙이었지만, 살만 국왕은 이런 왕위 계승 서열을 파괴하고 아들을 왕세자로 책봉했다.
사우디는 초대 이븐사우드 국왕이 숨진 1953년부터 살만 국왕의 즉위까지 62년간 형제 계승 제도를 이어왔다. 장자 상속을 하면 한 부족이 권력을 장악할 수 있어 체제가 불안정할 거란 우려 때문이었다.
이런 룰을 깬 건 살만 국왕이 50세가 다 돼 얻은 늦둥이 빈 살만이었다. 빈 살만은 국왕의 세 번째 아내에게서 얻은 6번째 아들이기 때문에 왕좌와는 거리가 멀었다. 그저 왕실 후계자의 한 명에 불과했던 그는 유학파였던 다른 형제들과 달리 사우디에서 대학을 졸업하고 늘 국왕 곁에 머물렀다. 또한 여러 사업에서 두각을 나타내며 아버지의 신임을 얻은 것으로 알려졌다.
호텔 감금, 경쟁자 숙청…국고로 146조원 환수
특히 그는 왕위 계승 유력 주자들을 차례로 숙청하면서 자신의 입지를 다졌다. 그는 왕세자로 책봉된 2017년 왕실 유력 인사 수십명을 비리·공권력 남용 등의 혐의로 호텔에 감금했다. 그리고 재산 헌납 약속과 충성 서약을 받아낸 뒤 풀어줬다. ‘궁중 쿠데타’로 불린 이 숙청은 2019년 초까지 계속됐다.
빈 살만이 재산 헌납 약속을 통해 국고로 환수한 돈만 1070억 달러(약 146조원)였다. 이때부터 그는 원하는 건 무엇이든 할 수 있는 ‘미스터 에브리싱’(Mr. Everything)으로 불리게 됐다. 2020년에도 그는 살만 국왕의 동생인 아흐메드 빈 압둘아지즈 등 왕가 고위인사 3명이 '반역 모의'를 했다면서 체포했다. 빈 살만 입장에서는 삼촌과 사촌 형제였던 이 3명은 왕위 계승의 큰 걸림돌이었다.
빈 살만의 자비 없는 숙청에 국제 사회의 눈길이 곱지 않았지만, 살만 국왕은 아들에게 대규모 국가건설 사업을 맡기는 등 힘을 실어주려 애썼다. 왕세자가 벌인 '숙청'을 국왕이 눈감아줬다는 평가도 있다. 영국 가디언에 따르면 왕세자가 발부했던 왕실 유력 인사의 체포 영장에 직접 서명한 것도 살만 국왕이다.
앞서 2022년 살만 국왕은 전통적으로 국왕이 맡아왔던 직책인 총리에 왕세자를 임명하는 등 자신의 유고에 대비해 아들에게 권력을 집중시켜 왔다. 로이터통신은 고령인 살만 국왕이 자신이 살아 있을 때, 아들의 왕위 계승 작업에 착수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빈 살만은 2018년 미국 경제잡지 포브스가 선정한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 톱10'에 오르며 주목받았다. 그의 재산은 약 2조 달러(약 2602조원)로 추산된다.
서유진 기자 suh.yo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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