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 심의 막 올랐다…'업종별 차등적용' 놓고 노사 기싸움

나상현 2024. 5. 21. 1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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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최저임금위원회 위원장에 이인재 교수
최저임금위원회 위원장으로 선출된 공익위원인 이인재 인천대 경제학과 교수(왼쪽 세 번째)가 21일 오전 정부세종청사 최저임금위원회 회의실에서 열린 제1차 전원회의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향후 3년간 최저임금 심의를 이끌 최저임금위원회(최임위) 위원장으로 이인재 인천대 경제학과 교수가 선출됐다. 노사는 올해 최임위 최대 관심사인 ‘업종별 차등적용’ 여부를 놓고 날 선 공방을 예고했다.

최임위는 21일 정부세종청사에서 2025년도 최저임금 심의를 위한 1차 전원회의를 열고 본격적인 최저임금 심의에 돌입했다. 올해부터 새롭게 임기를 시작한 13대 노사공 위원들은 신임 위원장에 이인재 교수를 표결 없이 만장일치로 뽑았다. 이 위원장은 최임위 공익위원과 중앙노동위원회 공익위원, 한국노동연구원장 등을 지냈다.

신재민 기자


이 위원장은 이날 모두 발언을 통해 “최임위는 노사공으로 구성된 위원회로, 어느 쪽에 치우치지 않고 공정하게 운영할 것”이라며 “노사가 배려와 타협 정신을 바탕으로 최대한 이견을 좁히고 합의를 형성하는 방식으로 심의가 진행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노동계는 이 위원장이 자신의 논문을 통해 정부가 최저임금을 결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는 이유 등으로 비판 성명을 냈지만, 이날 위원장 선출 과정에선 큰 마찰이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최임위 운영위원회를 구성하는 공익위원 측 간사로는 권순원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가 선출됐다. 권 교수는 지난 최임위에서도 공익위원 간사를 지냈다. 근로자위원에선 류기섭 한국노총 사무총장과 이미선 민주노총 부위원장이, 사용자위원에선 류기정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 전무와 이명로 중소기업중앙회 인력정책본부장이 간사를 맡게 됐다. 운영위는 전원회의 등 일정 관리, 안건 사전 조율 등의 기능을 수행한다.

내년도 최저임금 수준을 결정하는 최저임금위원회 심의가 21일 시작됐다. 사진은 이날 서울 종로구 한 식당에서 종업원이 일을 하는 모습. 뉴스1


이날 노사 위원들은 ‘업종별 차등적용’을 놓고 시작부터 기 싸움을 이어갔다.

사용자위원 측은 가사서비스업 등 일부 업종에 대해선 더 낮은 최저임금을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저임금법 4조 1항은 ‘사업의 종류별로 구분하여 (최저임금을) 정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최저임금제도 시행 첫해인 1988년을 제외하면 한 번도 차등적용은 이뤄진 적이 없다.

류기정 전무는 “재료비 상승과 인건비 부담으로 벼랑 끝에 몰려있다고 소상공인들이 호소하고 있다”며 “높은 최저임금 인상률을 일률적으로 적용해 어려움이 강조됐다. 최저임금 안정과 더불어 업종 지역 등 다양한 기준을 활용해 최저임금을 구분 적용해야 된다는 게 사회적 요구”라고 강조했다.

이명로 본부장도 “많은 영세 사업주들이 폐업에 내몰리고 있고, 지난해 자영업자 대출 연체가 2022년보다 86.3% 증가한 2조1719억원”이라며 “올해는 최근 이슈가 된 가사서비스업 등 지불능력이 취약한 업종에 대해 구분적용이 되길 희망한다”고 밝혔다.

내년도 최저임금을 심의할 최저임금위원회 첫 전원회의가 열린 21일 오전 정부세종청사 최저임금위원회에서 근로자위원인 전지현 전국돌봄서비스노조 위원장이 ″최저임금 차등 적용 결사반대!!″라고 적힌 조끼를 입고 있다. 연합뉴스


반면 근로자위원 측은 일률적인 최저임금 인상이 필요하고, 나아가 배달 라이더와 같은 플랫폼·프리랜서·특고 노동자에게도 최저임금 제도를 적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저임금법(5조 3항)과 그 시행령(4조)은 시간당 임금 산출이 어려운 도급제 노동자의 경우에도 생산량을 기준으로 한 최저임금액을 정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다만 업종별 차등적용과 마찬가지로 사실상 사문화돼 있었다. 근로기준법상 노동자성을 인정받아야 한다는 문제도 있다.

류기섭 사무총장은 “시대와 맞지 않는 업종별 차별적용, 수습노동자 감액적용, 장애인 노동자 적용 제외 등 차별 조항에 대해 최임위가 (최저임금법을) 바로 잡아야 한다”며 “최저임금 제도 사각지대에 있는 플랫폼 및 프리랜서, 특고 노동자들에게도 최저임금제도가 적정임금 보장을 위한 최소 수준의 안전장치로 기능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미선 부위원장도 “물가 폭등으로 직장인 유일한 점심시간 낙이 사라진 지 오래”라며 “지난 2년간 이어진 역대 최저 인상율, 물가 폭등으로 하락한 실질임금을 보전하고 노동자 현실 보전 수준에서 결정되길 간절히 바란다”고 말했다.

앞으로 최임위는 최저임금액 결정 단위와 업종별 차등적용 여부, 최저임금 수준 등을 심의하게 된다. 올해 시간당 최저임금은 9860원으로, 약 1.42%만 올라도 1만원을 넘기게 된다. 법정 심의 기한은 고용부 장관이 심의를 요청한 날로부터 90일이 되는 6월 27일이지만, 올해는 노사공 위원을 새롭게 구성하느라 첫 전원회의가 늦게 시작한 만큼 기한을 넘길 가능성이 크다.

세종=나상현 기자 na.sanghy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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