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종환 장관, 인도 방문 준비 중에…돌연 김정숙 여사로 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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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경화→도종환 요구했는데…갑분 김정숙
외교부는 20일 당시 인도 측이 처음 방문을 청한 것은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었다고 밝혔다. 그런데 외교부가 "여타 외교 일정으로 어려운 상황"이라고 통보했고, 인도는 대신 도종환 당시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을 초청했다는 것이다. 실제 실무 부처에서는 도 장관의 인도 방문을 추진했다.
이런 과정에서 인도가 초청한 적도 없는 김 여사의 인도 방문 방침이 갑자기 정해졌다고 한다. 한 소식통은 "원래 도 장관이 주빈으로 인도를 방문하는 것으로 준비하고 있었는데, 어느 시점에 갑자기 김 여사가 인도에 가는 것으로 상황이 달라졌다"며 "당시 김 여사의 인도 방문과 관련해 전반적으로 불필요한 말이 나오지 않도록 정부 내에서 조심하는 분위기였다"고 귀띔했다. 또 다른 외교 소식통은 "청와대의 드라이브 없이 가능한 일이었겠느냐"며 "하지만 이를 감안해도 좀 특이한 상황이었다"고 말했다.
당시 문체부 예산으로 김 여사의 순방 비용을 댄 것도 이런 '갑작스러운 등판' 때문일 가능성이 크다. 이미 일정이 정해진 행사를 위해 도종환 장관의 방인이 추진되는 중에 영부인 방문으로 성격을 갑자기 바꾸려다 보니 별도로 '영부인 외교' 예산을 마련하는 것보다 문체부 예산을 추가로 쓰는 게 가장 효과적이었을 것으로 보인다.
이런 외교부의 설명과 당시 정황은 문 전 대통령이 회고록에 "나로서는 인도를 또 가기가 어려워 고사를 했더니 인도 측에서 '그렇다면 아내를 대신 보내달라'고 초청했다"고 적은 것과는 상반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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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부인급 격상…'총리의 초청장' 필요했나
장관에서 영부인으로 사절단의 급이 높아지며 정부는 보다 격식을 갖추기 시작했다. 특히 초청장에 큰 신경을 썼다는 후문이다.
당시 인도는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 명의로 김정숙 여사에게 초청장을 발송했다. 다만 앞서 밝힌 강경화 장관에 대한 초청 의사와 도종환 장관에 대해 보낸 초청장은 모디 총리 명의는 아니었을 가능성이 크다고 한다. 애초에 인도도 '최고위급' 교류를 염두에 둔 것은 아닌 셈인데, 김 여사가 가게 되자 정부 측이 '총리 명의의 초청장'을 받으려 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문 전 대통령을 대신한 '준 정상급 외교'라는 명분을 갖추기 위한 것일 수 있다.
다만 외교가에선 "애초에 외교부 장관도 외교적으로 불필요하다고 넘겼던 일정에 영부인이 나선 건 이례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또 당시 학계에선 역사적 고증 작업이 완전히 이뤄지지 않은 '설화 속 인물'에 지나지 않는 허왕후와 관련해 영부인급 사절단까지 나선 데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나왔다. 허왕후는 인도 아유타국에서 가야로 건너와 김수로왕의 부인이 됐다는 신화 속 인물이다.
타지마할만 남은 영부인 외교
실제 김 여사의 3박 4일 일정은 애초 방인 목적이었던 허왕후 기념공원 착공식과 디왈리 축제 외에 모디 총리 예방, 인도 영부인 오찬 등 주요 인사 면담 등으로만 겨우 채워졌다. 여기에 사전 공식 일정표에는 없었던 논란의 타지마할 방문이 추가됐다.
한 전직 외교부 당국자는 "단독 영부인 외교야 충분히 가능하지만 문제의 본질은 국민 정서와 동떨어진 외유성 일정"이라고 비판했다. 만약 인도의 애초 요청대로 장관급 인사가 단독으로 방인했으면 4억원의 예비비 배정은 물론이고 타지마할 등 관광처럼 비칠 수 있는 일정, 훈령을 어기고 대통령 1호기에 휘장을 걸었다는 논란 등을 부를 일은 없었을 것이란 지적이다.
문 전 대통령과 대담을 진행한 최종건 연세대 교수는 이번 논란과 관련해 전날 MBC 라디오에 출연해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의 부인 미셸 오바마는 중국을 두 차례 단독 방문하고 유럽과 아프리카도 다녀오는 등 미국 역대 대통령의 여사들도 영부인 외교를 해왔다"고 반박했다.
그러나 주요국 영부인 외교의 사례를 보면 철저히 외교적 필요로 조율돼 목적에 부합한 일정만 소화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일례로 최 교수가 언급한 2014년 미셸 오바마 여사의 방중 때는 관광 일정도 있었지만 베이징대와 쓰촨 성에서의 중학교 강연 등 교육 분야 협력이라는 성격이 뚜렷했다.
박현주 기자 park.hyunj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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