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시감독 시즌2, 원점으로 회귀한 감독선임... 축협은 지금 어디로 가는가

이준목 2024. 5. 21.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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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목 기자]

대한축구협회(KFA)가 공석중인 축구대표팀 사령탑 자리에 또다시 임시 감독 체제를 결정했다. 축구협회는 5월 20일 공식 발표를 통하여 김도훈 전 울산 HD 감독을 축구대표팀 임시 감독으로 선임하고 6월 북중미월드컵 2차예선 A매치 2경기의 지휘를 맡긴다고 발표했다.

김도훈 임시 감독은 현역 시절 '한국의 앨런 시어러'로 꼽히며 A매치 72경기에서 30골을 기록한 정상급 스트라이커 출신이다. 2005년 K리그 성남일화 코치를 시작으로 인천 유나이티드와 울산HD, 라이언 시티(싱가포르)에서 지휘봉을 잡았다. 특히 2020년에는 울산을 AFC챔피언스리그 우승으로 이끌면서 지도력을 인정받았다.

김도훈 임시 감독은 6월 6일 싱가포르 원정경기와 11일 중국과의 홈경기를 지휘한다. 지난 2월 위르겐 클린스만의 경질 이후 3월 A매치에서 황선홍 올림픽대표팀 감독에게 첫 번째 임시감독을 맡긴 데 이어 두 번째 임시 체제다. 당초 5월까지 정식 감독 선임을 약속했던 협회는, 외국인 감독 영입이 연이어 난항을 빚으며 현재 협상이 계속 진행되고 있어서 6월 A매치 전까지는 감독 선임이 현실적으로 어려워졌다는 것을 이유로 들었다.

김도훈 임시 감독은 대한축구협회가 전한 인터뷰에서 "처음 제의를 받고 부담스러운 게 사실이었고 고민했다. 하지만 한국 축구를 위해 도움이 된다면 도움을 주기 위해 결정했다. 시간이 부족하지만 주어진 환경 속에서 최선을 다하겠다"는 소감을 밝혔다.

한편으로 축구협회는 그동안 소문이 무성하던 축구대표팀 감독 후보군들과의 협상 과정에 대해서도 해명했다. 정해성 전력강화위원장이 KBS와의 인터뷰에서 밝힌 바에 따르면 제시 마시(잉글랜드, 현 캐나다 대표팀 감독)와 헤수스 카사스(스페인, 현 이라크 대표팀) 감독을 각각 1, 2순위 후보로 놓고 협상을 진행했으나 모두 결렬된 것으로 밝혀졌다. 또한 일부 언론에서 최근 유력한 대안으로 거론되었던 세뇰 귀네슈(튀르키예) 등은 후보군에 포함만 되었을뿐, 실질적으로 협상을 진행하지는 않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당초 전력강화위는 1, 2순위 감독 후보 중에서 영입이 이루어질 것으로 낙관했으나 현실적인 조건 차이로 협상이 모두 불발되면서, 결국 감독 선임 논의를 아예 원점에서 재검토하는 것으로 방향을 선회했다. 김도훈 임시 감독이 6월 A매치를 이끄는 것이 확정되면서 축구협회는 다시 9월 A매치까지는 정식 감독 영입을 위한 시간적 여유를 다시 얻게 됐다.

축구협회는 협상 기한이 연장되었어도 여전히 외국인 감독을 우선순위로 추진한다는 입장이다. 시간에 쫓겨 클린스만이나 슈틸리케처럼 또다시 자격이 부족한 감독들을 성급히 선임하는 무리수를 두지는 않았다는 점, 최근 유럽축구 시즌이 끝나면서 감독들의 자리 이동이 본격화되는 만큼 후보군의 인재풀이 넓어질 수 있다는 것 정도가 그나마 긍정적으로 평가할 만한 요소다.

하지만 축구협회가 클린스만 경질 이후 3개월이 넘도록 정식 감독을 영입하는 데 실패하고, 결국 임시감독 체제만 두 번 연속이라는 전례없는 파행을 초래한 책임에 대해서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

축구협회는 2022년 카타르월드컵 16강을 이끌었던 파울루 벤투(포르투갈, UAE)와 재계약에 실패한 이후로는, 지난 1년 5개월간 지속적인 '헛발질'의 연속이었다. 협회는 벤투 감독 시절 구축한 '감독 영입 프로세스'를 무력화시키고, 석연치 않은 과정을 거쳐 위르겐 클린스만을 새로운 감독으로 영입했다. 하지만 클린스만은 해외에서는 이미 각종 구설수와 자질 논란으로 도마에 올랐던 인물이었다.

우려한대로 클린스만은 한국 대표팀 감독직을 수행하는 동안에도 근무태만과 기행으로 숱한 물의를 일으켰다. 중간평가 무대였던 2023 카타르 AFC 아시안컵에서는 졸전 끝에 4강전에서 요르단에 완패하며 64년 만의 우승 기회를 허무하게 날렸다. 더구나 대회 기간중에 선수단 내분 사태까지 터지며, 감독으로서 선수단 관리와 통제에서도 낙제점이었다는 것이 만천하에 드러났다.

클린스만은 대회 직후에도 성적에 대한 책임을 회피하며 선수들에게 책임을 전가하다가 국민적인 공분을 샀다. 결국 축구협회는 악화된 여론을 이기지 못하고 막대한 위약금을 감수하며 클린스만을 경질해야 했다.

또한 협회는 클린스만을 경질 이후 차기 사령탑으로 처음에는 국내파 감독을 우선순위에 뒀다. 하지만 'K리그 현직 감독의 대표팀 차출'이 대안으로 부각되면서 축구팬들의 격렬한 반발에 부딪히자 이를 철회하는 촌극을 빚었다. 그리고 올림픽대표팀을 이끌고 있던 황선홍 감독을 '임시 감독'으로 낙점하는 또다른 자충수를 두고 말았다.

파리올림픽 본선진출에 전념해야 할 시기에 A대표팀 수습에 차출되어야 했던 황선홍 감독은, 결국 지난 U-23 아시안컵 8강에서 신태용 감독이 이끄는 인도네시아 대표팀에 덜미를 잡혀 '40년 만에 10회 연속 올림픽 본선진출 실패'라는 또다른 참사를 초래하고 말았다.

무리해서 황 감독의 임시 감독 선임을 밀어붙인 축구협회는 클린스만 사태에 이어 또 한번 엄청난 비판에 직면했다. 황선홍 감독은 임시 감독에 이어 차기 A대표팀 감독 후보로까지 유력하게 거론되었으나 올림픽 진출 실패로 몰락하면서 모든 가능성은 백지화됐다.

외국인 감독으로 선회한 A대표팀 정식 감독 영입도 연이어 난항에 부딪혔다. 현재 협회는 재정적인 이유로 인하여 외국인 감독들에게 만족할 만한 조건을 제시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마시 감독과 카수스 감독은 한국대표팀 감독직에 적극적인 관심을 나타냈으나 협회가 제시한 조건과는 입장차이가 컸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과정에서 전력강화위원회의 역할과 축구협회의 협상력도 도마에 오르고 있다. 정해성 위원장의 발언을 종합해보면 전력강화위는 감독 후보군 선정에만 참여했을뿐, 실제 감독과의 협상에 대한 권한은 일임받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협회의 무능한 행정으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축구대표팀이 짊어져야 한다. 북중미월드컵을 준비해야 하는 한국축구는 이미 1년 반에 가까운 시간을 혼란속에 낭비했다. 9월까지는 외국인 감독이 선임된다고 해도, 새 감독은 한국축구와 선수들에 대하여 충분히 적응하고 파악할 시간도 없이 아시아 최강팀들이 맞붙는 최종예선에서 데뷔 무대를 치러야 하는 부담을 안게됐다.

무엇보다 한국축구가 연이은 악재과 파행에 시달리고 있는 상황에서도 정작 수뇌부는 앞장서서 책임을 지고 문제를 해결하려는 사람이 아무도 보이지 않는다. 이 모든 사태의 원흉이라고 할 만한 정몽규 회장은 여론의 질타에는 침묵하면서도, 최근 AFC 집행위원에 단독 출마하여 당선되면서 '축구협회장 4선 연임'에 대한 의지를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조직은 신뢰를 잃었고, 리더는 사라진 지 오래다. 그 어느 때보다 극심한 혼돈의 시기를 보내고 있는 2024년의 한국축구는 과연 지금 어디로 흘러가고 있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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