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30초 얼음' 비판하더니…바이든은 다음날 '10번 말실수'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연설 도중 30여초 발언을 멈춘 것을 두고 ‘건강 이상설’을 제기했던 조 바이든 대통령이 정작 다음 날 연설 도중 10차례 말실수를 반복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올해 81세, 트럼프 전 대통령은 77세다.
중앙일보가 20일(현지시간) 백악관이 공개한 바이든 대통령의 지난 19일 디트로이트 흑인 인권 운동단체 ‘전미유색인지위향상협회(NAACP)’ 연설 녹취록을 확인한 결과 바이든 대통령은 18분짜리 연설에서 10번 잘못된 단어를 사용했다. 2분에 한번씩 말실수를 한 셈이다. 백악관은 바이든 대통령이 잘못 사용한 단어에 줄을 긋고 올바른 용어를 병기한 연설 내용 전체를 공개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당시 NAACP가 수여한 ‘상(award)’을 받았는데, 연설에선 ‘단체(organization)’를 받았다고 말했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 시절 자신이 부통령으로 재직할 당시 경기 ‘침체(recession)’ 상황을 언급하면서는 ‘팬데믹(pandemic)’ 때문에 상황이 좋지 않았다고 했다. 코로나 팬데믹은 바이든 행정부 때 일어난 일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또 임대료 인상에 따른 대책을 설명하면서 “임대료를 낮추는 기업형 건물주를 단속하고 있다(who keep rents down)”고 했다. 백악관은 이를 “임대료를 낮추기 위해 기업형 건물주를 단속하고 있다(to keep rents down)”는 표현으로 수정했다. 이 밖에 그는 흑인에 대한 건강보험 확대 정책으로 “가정마다 연간 80만 달러를 절약하게 됐다”고 말했다가 현장에서 ‘8000달러’로 정정했다. 그러나 이역시 ‘800달러’의 잘못된 데이터였다.
바이든 대통령은 특히 이날 행사를 주최한 ‘NAACP’의 명칭을 ‘NAAC’로 잘못 지칭한데 이어, 트럼프 전 대통령이 언급했던 ‘피바다(bloodbath)’라는 표현을 직접 인용하면서는 ‘유혈사태(bloodshed)’로 잘못 말하는 결정적 실수를 범하기도 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날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바이든 캠프에서 내가 30초 동안 ‘얼음이 됐다’는 가짜뉴스를 내보냈다”며 “실제로는 간주(musical Interlude) 섹션에 들어가는 중이었고, 우리가 음악을 사용하는 나의 모든 연설에서 30~60초간의 침묵이 표준”이라고 반박했다.
실제 지난 18일 트럼프 전 대통령은 1시간 30분 가량의 연설에서 갑자기 연설을 30여초 중단했는데, 중계 영상에는 연설 중단과 함께 장중한 음악이 흘러나오다 음악이 끝난 직후 연설을 이어가는 장면이 담겨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그들(바이든 캠프)이 허위정보를 만든 이유는 바이든이 항상 얼어붙고, 두 문장을 하나로 연결하지 못하며, 도움을 받지 않고는 무대에서 나가는 길로 거의 찾지 못하기 때문”이라며 “도널드 트럼프는 얼어붙지 않는다”고 적었다.
양측이 서로를 향해 지속적으로 제기하고 있는 ‘고령 논란’은 다음달 27일로 예정된 첫 TV토론을 통해 어느정도 정리될 가능성이 있다. 두 사람이 상대적으로 긴 시간동안 이어갈 논쟁이 여과 없이 생중계되기 때문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TV토론을 앞두고도 “바이든은 지난 3월 국정 연설을 할 때 마약에 취해 있었다”며 “바이든은 약물 검사를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고령 논란 속에서 진행됐던 당시 바이든 대통령의 연설은 상대적인 호평을 받았다. 그러나 트럼프 전 대통령을 비롯해 그레그 머피 공화당 의원도 “그는 연설 당시 긴 시간 동안 큰 목소리로 아주 빠른 속도로 말했는데, 무언가에 취해 있었음에 틀림없다”는 음모론을 지속적으로 제기하고 있다.
워싱턴=강태화 특파원 thk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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