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해무익한 '데드라인 설정' 왜 하나? 중요한 건 기한이 아니라 인물
[풋볼리스트] 김정용 기자= 처음엔 3월, 두 번째는 5월이었다. 대한축구협회는 아무도 강요하지 않은 데드라인을 직접 만들고 두 번 다 어겼다. 문제는 추상적인 약속을 지켰는지 여부가 아니라, 애초에 그 약속에 기준이 없다는 것이었다.
축구협회는 20일 김도훈 전 라이언시티 감독을 남자 A대표팀 임시 사령탑으로 선임했다. 6월 6일 싱가포르 원정, 11일 중국전 홈 경기로 이어지는 2026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2차 예선 두 경기를 치른다.
이로써 지난 2월 시작된 감독 선임은 번복에 재번복을 거듭하게 됐다. 위르겐 클린스만 전 감독을 경질한 뒤, 정해성 국가대표 전력강화위원장은 첫 회의 후 3월 A매치까지 감독을 선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시간이 너무 촉박하자 황선홍 당시 U23 대표팀 감독을 임시감독으로 선임하며 시간을 벌었다. 당시 내놓은 두 번째 기한은 5월이었다. 이는 6월 A매치를 새 감독이 치르게 하겠다는 이유였다. 그러나 김 감독을 임시로 선임하면서 "국가대표 감독 협상이 계속 진행되고 있어 6월 A매치 전까지 선임이 마무리되지 않을 가능성을 대비했다"고 밝혔다. 6월 6일보다 일찍 감독이 선임될 가능성도 희박하고, 이 경우에도 6월 일정은 지휘하지 못한다.
기한을 설정한 건 최대한 빨리 대표팀을 정상화하겠다는 의지의 표명이었지만, 애초에 현실성이 없었다. 1개월 혹은 2개월 안에 외국인 감독을 물색, 접촉, 협상해 데려온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무엇보다 적임자가 아예 존재하지 않는 기간도 존재하기에 더 어렵다. 대한축구협회가 적극적으로 접촉했던 인물은 제시 마시 전 리즈유나이티드 감독과 헤수스 카사스 이라크 감독 두 명이다. 둘 중 카사스 감독은 급이 확 떨어진다는 인상을 강하게 준다. 마시 감독 단 한 명을 놓고 캐나다축구협회와 경쟁을 벌인 결과 패배하면서 전력강화위원회가 들고 있던 패는 다 떨어진 꼴이 됐다.
유럽 빅 리그가 다음 주면 일정을 모두 마치기 때문에 프로 팀 사령탑 중 튕겨 나오는 사람이 생긴다. 또한 24개국이 참가하는 유로 2024, 남미뿐 아니라 북중미까지 16개국이 참가하는 코파 아메리카가 6월 개막해 7월 15일(한국시간) 마무리된다. 이들 대회 이후에 더 많은 후보와 접촉할 수 있었다. 최근까지 축구협회가 가진 예산이 부족했기 때문에, 유럽이나 남미의 중하위권 국가에서 계약을 마친 감독은 '신의 한 수'가 될 가능성도 충분했다. 지난 2022 카타르 월드컵 기준으로 32개 참가팀 중 한국의 파울루 벤투 감독보다 연봉이 적었던 감독은 21명이나 됐다. 국가대표 메이저 대회를 방금 경험했으면서 현실적인 연봉을 받는 인물이 나오는지 지켜볼 만한 시기다. 조금 더 늦은 시기까지 포함한다면 2024 파리 올림픽 남녀 축구도 있다. 프랑스 여자대표팀을 이끌고 있는 에르베 르나르 감독이 이에 해당한다.
클린스만 감독을 잘못 선임한 것부터 이미 정상화는 글렀고, 아무런 대안 없이 국민적 비판을 잠재우고자 허겁지겁 경질하고 거액의 위약금을 물어준 순간 더욱 비정상이 됐다. 새 감독을 선임할 때 중요한 건 기준을 세우고 적임자를 찾는 것인데, 그 적임자가 한달 안에 나타날 거라는 전제를 한 순간부터 선임 과정은 잘못돼 있었다. 마치 축구협회가 받은 일련의 비판을 신속한 새 감독 선임으로 덮겠다는 듯한 구도였다.
선임 기한을 정해두면 협상에 그만큼 불리해진다. 축구협회가 설정한 임의의 데드라인을 조금 넘겨야 데려올 수 있는 더 적합한 인물이 있었다면 손을 뻗기 힘들어진다.
기한 없이 감독을 찾았던 캐나다축구협회보다 대한축구협회가 오히려 밀렸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마시 감독이 캐나다를 선택했는데, 애초 축구협회의 행정력과 자금에서 한국이 압도적 우위라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오랫동안 감독을 찾아 온 캐나다는 적임자를 발견했다고 판단하자 프로팀들의 지원까지 받아가며 자금을 마련해 마시 감독을 전격 선임했다.
새 감독을 6월 안에 전격적으로 선임할 수 있을 거라는 자신감이 생기더라도, 섣불리 이를 공표하며 또 데드라인을 설정하기보다 내부에서만 일을 빠르게 처리하고 대외적으로는 언제 마무리될지 밝히지 않는 편이 유리한 방식이다.
사진= 풋볼리스트, 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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