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철기둥' 다운 코멘트였다. 독일 최고 명문 구단 바이에른 뮌헨에서의 첫 시즌을 마친 김민재가 상위권 구단 선수로서의 숙명을 깨달았다고 밝히면서 다음 시즌 더욱 강한 모습으로 돌아오겠다고 약속했다.
김민재는 지난해 여름 이탈리아 세리에A 나폴리를 우승으로 이끈 뒤 뮌헨으로 이적료 5000만 유로(추정·약 730억원)에 이적했다. 첫 시즌은 절반의 성공이었다. 지난해 12월 말 겨울 휴식기까지는 부동의 주전 센터백으로 뮌헨의 최후방을 잘 지켰고 '혹사론'이 나올 정도로 많은 경기를 뛰었다.
올해 1~2월 카타르 아시안컵을 다녀오면서부터는 상황이 달라졌다. 벤치에서 많은 시간을 보냈다. 전반기 후보였던 마테이스 더리흐트, 지난 1월 6개월 임대 신분으로 온 에릭 다이어에 주전을 내주며 지난 2017년 전북 현대를 통해 프로 입단하고는 처음으로 후보 선수가 됐다.
지난 1월 레알 마드리드와의 2023-2024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준결승 1차전 홈 경기에선 전반과 후반에 각각 한 차례씩 치명적인 실수를 범해 뮌헨이 다 이긴 경기를 2-2로 비기는 중심에 섰다. 경기 후엔 이번 시즌을 끝으로 뮌헨을 떠난 토마스 투헬 전 감독에게 "탐욕이 많은 수비였다"고 저격당하는 일도 겪었다.
김민재는 지난 12일 볼프스부르크와의 시즌 마지막 홈 경기에서 발목 삐는 부상을 입어 후반 중반 교체아웃됐다. 18일 호펜하임 원정으로 치러지는 시즌 최종전에선 아예 대기명단에도 오르지 못했다. 19일 구단 클로징 파티에 참석했다.
그런 가운데 김민재의 이번 시즌 평가와 각오를 담은 인터뷰가 유럽 언론을 통해 나오고 있다. 이번 시즌 아쉬웠던 점을 인정하면서 다음 시즌 비상을 다짐했다.
앞서 폴란드의 뮌헨 전문 매체 '디 로텐(Die Roten)' 부편집장인 가브리엘 스타흐가 김민재의 시즌 총평을 추려서 전달했다. 로텐은 독일어로 붉은색이란 뜻이며 뮌헨의 애칭이기도 하다.
김민재는 "개인적으로 이번 시즌은 만족스러운 시즌은 아니었고, 다음 시즌 더 노력해야 할 것 같다"며 "시즌을 진행하면서 무엇을 해야하고, 어떻게 했고, 무엇을 놓쳤는지 고민하게 됐다"며 "비시즌에 이런 것들을 생각해보고 다음 시즌을 준비하면 좋을 것 같다. 올해 많은 것을 배웠다"고 했다. 이어 "재작년과 작년엔 경기장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줬지만 이번 시즌 부족한 폼과 큰 실수를 통해 더 많은 것을 배우고 있다"며 "상위권 팀에서 뛰는 선수로 이런 일들을 이겨내야 할 텐데 잘 이겨내고 있다고 생각한다. 다음 시즌 더 강해져서 돌아올 거라 믿는다"고 했다.
독일 매체 'T-온라인'도 김민재의 한 마디를 전했다.
'T-온라인'에 따르면 김민재는 레알전 이후 투헬 감독이 자신을 비판한 점에 대해 "수비수로서 나는 항상 신념을 갖고 경기에 임했다. 하지만 뮌헨에서는 그런 퀄러티가 언제나 요구되는 건 아니었기 때문에 스스로 혼란스러웠다"라고 말했다.
매체는 "김민재가 왜 내적으로 갈등을 겪는가? 김민재는 공격적인 수비 방식으로 적극적으로 공을 따내는 유형으로 유명하다. 이것이 지난 시즌 그가 나폴리에서 세리에A 최고의 수비수로 선정된 이유 중 하나다. 김민재는 이런 스타일로 상대 공격수들에게 괴물 같은 수비이자 두려움의 대상이었다"라고 설명했다.
김민재는 이어 "경기 중 자신감을 갖고 경기를 하지 못해 머뭇거릴 때가 많았다. 감독님이 원하시는 모습을 보여드리기 위해 많이 노력했다"라며 투헬 감독이 원하는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노력했지만 마음처럼 잘 되지 않았다고 털어놨다.
김민재는 라인을 깨트리면서까지 상대의 볼을 먼저 차단하는 공격적인 수비로 많은 각광을 받았으나 이번 시즌엔 후폭풍도 겪었다. 월드클래스 선수들이 즐비한 레알 마드리드는 이런 김민재의 수비 특징을 역이용하기도 했다.
다만 독일 언론이 팀내 최저 평점을 줄 정도로 부족했던 시즌으로 보기는 무리가 있다. 더리흐트와 다이어의 수비 특징은 김민재도 단시간 내 흡수할 수 있는 성격이어서 다음 시즌 그의 행보가 기대된다.
마침 투헬 감독도 고민 끝에 뮌헨을 떠났고 새 감독이 오기 때문에 김민재 입장에선 자신감을 갖고 백지경쟁에 나설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뮌헨은 과거 맨체스터 시티에서 월드클래스 센터백으로 이름을 알렸던 뱅상 콤파니 현 프리미어리그 번리 감독과 협상을 하고 있다. 김민재 입장에선 같은 포지션인 콤파니 감독 아래서 자신에 대한 제대로 된 평가를 받을 가능성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