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사이야기]대양해군 걸맞은 전력 도입된다
극초음속 미사일 요격가능한 SM-6 개량형 도입 서둘러야
"평화를 원하거든 전쟁에 대비하라”. 로마 제국의 전략가 베제티우스(Vegetius)가 남긴 말이다. 전쟁 억제력의 중요성을 알려주는 명언이다. 해군도 해양력 장악을 위해 대양해군을 지양해왔다. 대양 해군은 ‘연근해뿐만 아니라 대양에서도 국가 이익을 수호하고 국가 정책을 지원할 수 있는 작전 능력을 갖춘 해군’을 말한다. 1995년 4월 1일 안병태 전 해군참모총장이 취임사에서 ‘대양 해군 건설 준비’를 최초로 주창하고 같은 해 해군본부가 한국적 의미의 ‘대양 해군’ 개념을 정립했다. 삼면이 바다인 한국의 지리적 특성상 연안 방어는 물론 바다의 중요성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전력도 강화됐다. 이지스 구축함과 대형 수송함 구축이 추진됐다. 구축함급 이상 전투함, 적정 수의 잠수함, 해상 작전 항공기를 보유하는 것은 물론, 오랜 시간 대양에서 독립작전수행을 할 수 있는 상륙함과 기동 군수 지원함 계획도 세웠다. 하지만 해군은 천안함 피격사건 이후 ‘대양해군’이란 용어를 쓰지 않기로 했다. "연안도 지키지 못하면서 무슨 대양해군이냐"는 비판 때문이다. 상황은 달라졌다. 해양력 장악을 위해서는 대양해군 건설이 불가피하다. 대표적인 사례가 있다. 청해부대의 삼호주얼리호 인질 구출이다. 정치권에서도 대양해군의 필요성을 절실하며 해군력 증강을 제안했다.
군도 2020년 첨단 함정을 제안했다. ‘2020~2024 국방중기계획’에서다. 한국형 ‘아스널 십(Arsenal Ship)’ 합동화력함과 F-35B 스텔스 전투기를 탑재할 수 있는 경항공모함급 대형수송함을 건조하는 사업을 추진하기로 했다.
4000~5000t급으로 건조되는 합동화력함은 함대지미사일을 비롯한 정밀 유도탄을 다량으로 탑재해 ‘떠다니는 미사일 탄약고’라고 불린다. 합동화력함은 서해나 동해에 계속 배치함으로써 북한 도발을 억지하는 전력으로 활용할 수 있다. 개전 초 적 미사일 공격에 지상의 아군 주요 군사시설이 피해를 볼 것에 대비해 해상에서 반격을 준비하는 함정이다. 북한이 합동화력함으로부터 100발 이상의 집중포화를 맞을 각오를 하지 않고선 선제공격을 감행할 수 없다는 의미다. 군 관계자는 "합동화력함은 주로 함대지미사일을 대량으로 실어 지상 화력 작전을 지원하는 용도"라며 "합동화력함 2~3척을 건조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합동화력함은 지난해 4월 대우조선해양(현 한화오션)이 합동화력함 개념설계 사업자로 선정됐다. 개념설계는 기초적인 설계 단계다. 이후 설계에 대한 사업 타당성이 있다고 판단되면 건조를 한다.
같은 해 6월 부산에서 열린 국제해양방위산업전(MADEX)에서 한화오션은 합동화력함 모형을 선보였다. 당시 공개됐던 모델은 만재배수량 8000t, 길이 150m, 폭 20m, 깊이 9.5m였다. 함포를 제거한 형태였다. 드론 공격에 대비해 레이저포 탑재를 검토하며, 레이더 반사 면적을 최소화하는 설계를 적용한다. 미사일 운용을 위한 함정 안정성과 합동교전능력 확보에 초점을 맞춘다. 함수엔 해궁 함대공 미사일이나 홍상어 대잠어뢰 등을 탑재할 수 있는 설치되는 한국형수직발사체계(KVLS)-Ⅰ가 장착됐다. 함교엔 48셀이 설치됐다. 함대지 탄도미사일을 장착하는 KVLS-Ⅱ, 해궁 함대공미사일이나 홍상어 대잠어뢰 등이 탑재될 것으로 보인다. 그 뒤엔 장거리 함대지 미사일 발사를 위한 원통형 수직발사대를 장착할 수 있다. 군은 합동화력함에도 올해부터 배치 예정인 현무-5를 장착할 계획이다. 다만 합동화력함 사업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미사일 종류나 수량, 장비 위치 등이 변경될 가능성은 있다.
함대지 탄도미사일 개발은 이미 시작됐다. 방사청은 지난 3월 신원식 국방부 장관 주재로 제160회 방위사업추진위원회를 열어 함대지 탄도미사일 체계개발 기본계획을 심의·의결했다. 국방과학연구소(ADD)가 연구개발을 주관하고, 방산업체는 시제품 제작을 맡는다. 오는 2036년까지 개발과 양산에 6800억원이 투입된다. 함대지 탄도미사일은 올해 말부터 순차적으로 3척이 취역할 정조대왕급 이지스구축함에 탑재, 탄도미사일 기지와 지하 벙커, 전쟁지도부 지휘소 등 북한 전역에 있는 전략 표적을 타격하는 역할을 맡을 예정이다. 휴전선 남쪽에서 북쪽을 향해 발사하는 것 외에는 없었던 기존의 탄도미사일 공격 방식에서 벗어나 동해에서도 북한 내륙을 공격할 방법을 추가로 확보, 북한의 부담을 가중하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해외에서 요격미사일도 도입한다. 여기에 미정부가 지난해 말 우리 해군에 SM-6 함대공 요격 미사일을 대외군사판매(FMS) 방식으로 판매하기로 잠정 승인했다고 전했다. 정부는 최대 사거리 400㎞ 이상인 ‘SM-6’ 요격미사일 최대 38기 구매를 요청했다. SM-6는 최대 사정거리 400㎞ 이상에 미사일이 자체 레이더로 목표를 직접 추적한다. 탄도미사일은 물론 항공기, 함정, 순항미사일 모두 요격이 가능하다. 극초음속 미사일까지도 요격(개량형)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 해군은 2016년 1월에 요격 미사일 사상 가장 먼 거리에서의 요격에 성공하는 기록을 세웠다. 같은 해 7월엔 지상 시험시설에서 발사된 SM-6가 다기능 첨단 데이터 링크를 탑재한 F-35B 스텔스기의 유도로 표적을 파괴하는 데 성공하는 쾌거를 올렸다. 심지어 그해 12월엔 사거리 3000~4000km급의 중거리 탄도미사일에 대한 해상 요격 시험도 성공한 것으로 알려졌다. 군사전문가들은 중국이 개발한 DF-21D 및 DF-26 대함 탄도미사일에 대한 요격 능력을 과시하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았다.
SM-6 도입은 북한이 핵·미사일을 발사하려 할 때 선제적으로 타격하는 킬체인, 북한이 핵·미사일로 공격하면 한국이 보복하는 대량응징보복(KMPR)과 함께 한국형 3축 체계 중 하나로 그 의미가 크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SM-6를 도입하면 더욱 조밀한 해상 방공망 구성이 가능해져 북한 탄도·순항미사일 등에 대한 대응 능력이 한층 강화된다는 게 우리 군 당국의 판단이다. SM-6는 최신예 이지스함 정조대왕함에 처음으로 탑재될 예정이다. SM-6는 미 레이시언사가 제작했다. 항공기 및 함정의 경우 240~460㎞ 떨어진 목표물을 타격할 수 있고, 탄도미사일의 경우 수십㎞ 밖에서 날아오는 미사일을 최대 35㎞ 고도에서 요격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것으로 전해졌다. SM-6의 길이는 6.55m, 직경은 34㎝ (부스터 직경 53㎝)다. 무게는 1506㎏, 최대 속도는 마하 3.5다.
군 소식통은 "당장은 해군 함정을 보호하기 위한 요격미사일로 도입해 장착한다"며 "하지만 향후 SM-6 개량형이 극초음속 미사일 요격 능력도 갖게 된다는 점에 도입 필요성의 방점을 찍어야 한다"고 말했다.
양낙규 군사전문기자 if@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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