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만명 탈당에 지지율 6%P↓…'추미애'가 이재명에 던진 숙제
‘추미애 국회의장 무산’ 후폭풍이 더불어민주당을 덮치고 있다. 16일 당 국회의장 후보 경선에서 우원식 의원이 선출된 뒤 시작된 강성 당원들의 반발은 ‘문자 폭탄’을 넘어 ‘탈당 러시’로 이어졌다. 민주당 관계자는 “20일 현재 탈당 신청이 1만여 건에 달한다”고 전했다.
당 지지율도 흔들렸다. 20일 발표된 리얼미터 정당 지지율 조사(13~17일 성인 2002명 대상)에서 민주당 지지율은 전주보다 6.1%포인트 하락한 34.5%였고, 국민의힘은 2.1%포인트 오른 35.0%였다. “당원의 권한을 두 배로 늘리겠다”는 이재명 대표의 달래기에도 성난 당심(黨心)이 쉽게 가라앉지 않는 모양새다. (자세한 여론조사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홈페이지 참조)
특히 일부 당원은 “민주당을 떠나 조국혁신당으로 갈아타겠다”는 말을 공공연히 밝히고 있다. 민주당 중진의원은 “일시적인 불만으로 당을 탈당하는 것은 몰라도, 당을 갈아타는 것은 아예 차원이 다른 문제”라고 말했다. 심상찮은 분위기에 민주당은 “탈당 처리를 일주일 정도 보류한 뒤 다시 의사를 물어보는 절차를 만들겠다”(김지호 부대변인)는 방침이다.
민주당 강성 당원인 이른바 ‘개딸’(개혁의 딸)의 입김이 강하다는 것은 이미 잘 알려져 있다. 하지만 이들이 당에 타격을 가하는 집단행동을 벌이는 것은 이례적이다. 이 때문에 “이 대표가 중도 확산과 ‘개딸’(개혁의 딸) 사이에서 본격적인 시험대에 올랐다”(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 교수)는 분석이 나온다.
'추미애 탈락' 사태가 터지기 전만 해도 민주당에서는 중도층 공략 움직임이 일었다. “수권정당으로 변모해야 한다”라거나 “이 대표의 대선 플랜에는 중도층 표심이 필수”라는 논거였다. 박찬대 원내대표가 1주택자 종부세 폐지를 거론하고, 진성준 정책위의장이 민생회복지원금 25만원을 선별 지급할 수 있다고 선회한 것을 두고도 “이 대표의 의중에 따른 중도층 표심 잡기의 일환”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하지만 추 당선인의 의장 탈락 뒤 파열음이 커지자 “개딸의 집단 반발로 우클릭 행보에 제동이 걸렸다”(야권 관계자)는 반응이 나온다. 특히 22대 국회에 입성하는 조국혁신당이 '보완재'가 아닌 ‘대체재’ 역할이 가능하면서 민주당이 강성 지지층에 끌려다닐 수밖에 없는 구조가 됐다는 평가도 나온다. 이준한 교수는 “향후 특검법, 검찰 공세 정국에서 민주당은 조국혁신당과의 선명성 경쟁을 의식하게 될 것”이라며 “하지만 강성 여론에만 휘둘리면 대선 키포인트인 스윙보터(swing voter, 중도·부동층)와 멀어진다는 게 이재명 대표의 딜레마”라고 설명했다.
이 대표는 20일 당원 달래기에 무게를 뒀다. 이 대표는 이날 비공개 최고위 회의에서 “시도당위원장을 뽑을 때 권리당원 의사 반영 비중을 높일 방법을 모색해달라”고 했다고 한다. 현재 민주당 시도당위원장 선출에는 대의원과 권리당원 의사가 50대 50 비율로 반영되는데, 권리당원의 비율을 높이겠다는 의미다. 박찬대 원내대표도 “당원이 주권을 더 행사할 수 있는 제도적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고 거들었다.
더 강경한 목소리도 있었다. 친명계 김민석 의원은 이날 김어준씨 유튜브에 출연해 “국회의장이나 원내대표 경선에서도 권리당원 뜻을 최소 10% 반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같은 날 윤종군 당선인 등 당직자 출신 초선 당선인 5명도 “의장, 원내대표 경선에 권리당원 참여를 보장해야 한다”고 거들었다
하지만 이 대표가 당장은 성난 당심 달래기에 나서고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대선 가도를 염두에 두고 중도층 포섭에 주력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민주당은 2020년 총선에서 180석을 얻었지만, 상임위원장 독식과 각종 쟁점 법안 일방 추진 등으로 “독주·오만”이라는 역풍을 맞았었고, 그 결과 2021년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 2022년 대선과 지방선거 3연패를 당했다. 박성민 정치컨설팅 민 대표는 “지금 당장은 강성 당원의 입맛을 맞추려 하겠지만, 지방선거와 대선이 다가올수록 민주당의 초점은 중도층 공략에 맞춰질 것”이라고 말했다.
손국희 기자 9ke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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