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사망에 이란시민 충격…호외 들고 망연자실
에브라힘 라이시 이란 대통령이 불의의 헬리콥터 추락사고로 실종된 지 하루만인 20일(현지시간) 오전 결국 사망이 확인되자 이란은 충격에 빠졌다.
AP·AFP 통신에 따르면 수도 테헤란 곳곳에서 사람들은 라이시 대통령의 사망 사실을 타전하는 호외를 사들고 망연자실해 했다. 자국 대통령의 갑작스러운 사망 소식을 생방송으로 전하는 TV 화면을 넋 놓고 쳐다보는 사람들도 많았다.
전날 오후 헬기 사고 소식이 타전된 직후부터 각기 광장이나 모스크로 모여들어 탑승자들의 무사 귀환을 기도했던 시민들은 충격에 빠져있었다.
이란 현지 언론들은 수도 테헤란을 비롯해 이란 주요도시 곳곳에서 추모 기도회가 침통한 분위기 속에서 열렸다고 보도했다.
일각에서는 2022년 시작된 히잡 시위의 유혈진압과 장기간 지속된 경제난과 민생고로 커져 온 강경 보수파 정부에 대한 불만도 감지되기도 했다.
이날 오전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세예드 알리 하메네이는 앞으로 5일간을 국가 애도 기간으로 선포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이란 스포츠청소년부는 라이시 대통령 등 사망자들에 대한 추모 차원에서 이번 주 프로축구와 레슬링 대회 등 모든 체육 경기를 연기한다고 밝혔다. 이란 문화종교부는 앞으로 7일 동안 모든 문화·예술 활동이 중단된다고 밝혔다.
라이시 대통령은 전날 오후 북서부 동아제르바이잔 주(州)에서 열린 기즈 갈라시 댐 준공식에 일함 알리예프 아제르바이잔 대통령과 함께 참석한 뒤 타브리즈의 정유공장 현장으로 향하던 중 변을 당했다.
라이시 대통령이 탑승한 헬기는 아제르바이잔 국경에서 가까운 디즈마르 산악지대에 추락했다. 동승했던 아미르압돌라히안 외무장관 등 9명 전원이 숨졌다.
이란 국영 언론과 이란 정부 관계자 등은 악천후를 사고 원인으로 지목했다. 20일 러시아 타스·스푸트니크 통신에 따르면 알리레자 사네이 주벨라루스 이란 대사는 이날 벨라루스 수도 민스크에서 기자들에게 해당 헬리콥터가 악천후 때문에 추락했다고 말했다. 사네이 대사는 “불행하게도 우리 대통령이 탄 헬기가 악천후 탓에 비상 착륙했다”며 “짙은 안개가 있었고 눈까지 내려 시야가 거의 확보되지 않았고 산악 지형이라 접근이 어려웠다”고 설명했다.
미 정보당국도 암살 시도 등 타살 시도의 혐의점은 없는 것으로 현재까지 파악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NBC방송에 따르면 척 슈머 미국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도 정보당국이 “헬기 추락과 관련해 타살(foul play)의 증거는 없다고 알려왔다”고 전했다.
슈머 원내대표는 “추가적인 조사는 필요하겠지만 당시 북서부 이란의 기상 상황이 매우 좋지 않았기 때문에 사고로 추정된다”면서 “헬기의 위치를 찾기 위한 수색이 지속되고 있고, 현지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이후 조사 내용 등에 따라 진실게임 양상이 벌어지며 세력 간 충돌의 소재로 비화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어 보인다.
한영혜 기자 han.younghy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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