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이 울었죠” 9억 투수 유망주 장재영, 이젠 타석 선다

고봉준 2024. 5. 21. 0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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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재영

“죄송한 마음이 너무 커서 결정이 쉽지가 않았습니다.”

프로야구 키움 히어로즈의 영건 장재영(22·사진)은 떨리는 목소리로 이렇게 말했다. 그는 지난 8일 평소 훈련하던 2군 고양구장이 아닌 고척스카이돔으로 출근했다. 이어 고형욱 단장과 홍원기 감독을 차례로 만나 진로를 놓고 진지한 대화를 나눴다. 투수에서 타자로의 전환. 쉽지 않은 결정이지만, 선수는 어렵게 말문을 열었다. 구단은 유망주의 미래를 위해 그 뜻을 받아들였다.

투수에서 타자로 변신을 결정한 키움 장재영을 20일 전화로 만났다. 장재영은 “최근 오른쪽 팔꿈치 수술을 받지 않기로 하면서 구단과 타자로의 전향을 심도 있게 논의했다. 지난 7일 마음을 굳혔고, 다음 날 감독님과 단장님을 뵌 자리에서 ‘타자로 전향하고 싶다’는 의사를 밝혔다”며 “투수를 더 해볼지, 군대를 바로 다녀올지, 아니면 타자로 포지션을 바꿀지 오랜 시간 고민했다. 그래도 이제는 결론을 내려야 할 때라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장재영은 덕수고 시절 마운드에선 시속 150㎞대 중반의 빠른 공을 던지고, 타석에선 호쾌한 장타를 터뜨리는 특급 유망주였다. 특히 1m87㎝의 큰 키에서 내리꽂는 강속구로 국내 10개 구단은 물론 메이저리그 스카우트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2021년 KBO 신인 드래프트에서 키움의 1차 지명을 받은 뒤 계약금 9억원을 받고 프로에 데뷔했다.

한국 야구의 차세대 에이스로 기대를 모았던 장재영은 그러나 프로 무대에선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다. 강속구의 위력은 여전했지만, 제구가 들쭉날쭉해 타자와 승부를 제대로 하지 못했다. 지난해까지 3년간 성적은 56경기 1승 6패 평균자책점 6.45(103과 3분의 1이닝 74자책점). 장재영의 유일한 승리는 지난해 7월 5일 고척에서 열린 NC 다이노스전이었다. 그는 이날 5와 3분의 1이닝 동안 무실점(2피안타 4볼넷 7탈삼진)을 기록하며 승리투수가 됐다.

그러나 그 이후엔 다시 제구 난조로 일찌감치 마운드를 내려가는 경우가 잦았다. 투수로서 희망의 끈을 놓지 않던 장재영은 지난 1일 경산에서 열린 삼성 라이온즈와의 2군 경기에 구원 등판했다가 오른손 저림 증상을 느꼈다. 정밀검진 결과, 오른쪽 팔꿈치 인대 손상이 발견돼 수술과 재활 사이에서 선택을 내려야 했다. 고민하던 장재영은 투수 글러브를 벗고, 타자로 변신하기로 결심했다.

장재영은 “그동안 정말 많이 노력했다. 투구폼과 템포도 바꿔보고, 호주프로야구(ABL)에서 투수 겸 타자로 뛰며 마음도 다잡아봤다. 그래서 결정을 내리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다”면서 “그동안 많이 울었다. 단장님과 면담하면서도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나더라. 단장님과 감독님, 그리고 팬들에게도 죄송하다”고 했다.

장재영은 고교 시절 타자로도 잠재력이 크다는 평가를 받았다. 스윙 스피드는 중심타자만큼 빠르고, 장타력과 주력도 뛰어나다. 장재영은 21일 이천에서 열리는 두산 베어스와의 2군 경기에 지명타자로 출전할 예정이다. 장재영은 “더는 물러설 곳이 없다는 마음가짐으로 준비해 최고의 타자로 거듭나고 싶다”고 했다.

고봉준 기자 ko.bong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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