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칭더 “양안관계 현상 유지할 것”
라이칭더(賴淸德·65) 신임 대만 총통이 20일 취임했다. 라이 총통은 이날 취임 연설에서 “비굴하지도 거만하지도 않게 현상을 유지하겠다”고 선언했다. ‘하나의 중국’을 앞세워 통일을 서두르는 중국에 굴복하지도, 과도하게 독립노선을 추진해 도발의 구실을 만들지도 않겠다는 임기 4년의 집권 기조를 밝혔다.
라이 총통은 이날 오전 9시쯤(현지시간) 총통부에서 취임 선서 직후 제1야당인 국민당 소속 한궈위(韓國瑜) 입법원장(국회의장)으로부터 중화민국 인장과 훈장에 날인하는 옥으로 만든 도장인 영전지새(榮典之璽)를 건네받았다.
라이 총통은 취임 연설을 통해 “중화민국과 중화인민공화국(중국)은 서로 예속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양안(兩岸·중국과 대만) 정책과 관련해 “양안의 미래는 세계정세에 결정적 영향을 미친다”며 “민주화된 대만을 계승하는 새 정부는 평화의 조타수로서 ‘네 가지 견지(四堅持)’를 지키며 비굴하지도 거만하지도 않게 현상을 유지하겠다”고 강조했다.
차이잉원(蔡英文) 전임 총통이 2021년 건국기념일에 밝힌 ▶자유민주적 헌정체제 ▶대만·중국 서로 종속 불가 ▶주권 침해, 합병 불가 ▶대만 국민의 뜻에 따른 미래 결정 등 ‘네 가지 견지’ 입장을 계승하겠단 의미다. 그는 이어 “중국에 호소한다”며 “대만에 대한 말과 무력 위협을 멈추고 대만과 함께 대만해협 및 지역의 평화안정을 수호해 세계가 전쟁의 두려움에서 벗어나도록 하자”고 촉구했다.
이날 취임사의 키워드는 ‘대만’과 ‘세계’였다. 각각 87차례와 42차례 언급했다. 차이 총통이 1·2기 취임사에서 각각 대만을 41·47회, 세계를 4·11회 언급했던 것보다 2~4배 더 강조한 셈이다. 중국이 금기시하는 ‘독립’이란 단어도 한 차례 썼고, 과거 취임사에서 언급하지 않았던 ‘전쟁’도 여섯 차례나 등장해 엄중한 대만해협 주변의 안보 현실을 알렸다.
특히, 라이 총통은 인공지능(AI)·무인기(드론)·우주·해양을 신정부 경제정책의 키워드로 제시했다. 그는 “반도체 칩을 만드는 ‘실리콘 섬’이란 기초 위에서 온 힘을 다해 대만을 ‘인공지능(AI)의 섬’으로 만들겠다”고 다짐했다.
전가림 호서대 교수는 “‘실무적인 대만 독립운동가’라는 라이 총통의 별명에 걸맞은 취임사”라며 “지난달 미국 의회가 대만 군사지원을 명기한 법안을 통과시킨 걸 언급하며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선을 대비하는 모습까지 연출했다”고 평가했다.
이날 네티즌의 취임사 접근을 차단한 중국은 날 선 반응을 내놨다. 왕원빈 외교부 대변인은 “‘대만 독립’은 죽음의 길이며, 어떤 간판, 어떤 깃발을 쓰건 ‘대만 독립’ 분열은 반드시 실패할 것”이라고 말했다. 천빈화 대만판공실 대변인은 “오늘 대만지역 지도자의 연설은 완고하게 ‘대만 독립’ 입장을 견지했다”며 “어떤 형식의 ‘대만 독립’ 분열 행동도 우리는 결코 용인하지도, 용서하지도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상무부는 이날 “대만지역에 대한 무기 판매에 참여한 미국 보잉의 방위산업 부문(BDS)을 ‘신뢰할 수 없는 기업’에 포함한다”며 미국과 대만을 동시에 견제했다. 미국 측에선 이날 취임식에 마이크 폼페이오 전 국무장관, 브라이언 디스 전 국가경제위원회 위원장 등 트럼프 행정부 당시 관료들이 참석했다.
베이징=신경진 특파원 shin.kyung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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