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대통령, 최고지도자에 대한 비판 대신 받는 희생양”
에브라힘 라이시(63) 이란 대통령의 헬기 추락 사망을 계기로 이란 특유의 정치 체계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85)와 라이시 대통령의 관계, 하메네이의 아들 모즈타바 하메네이(55)의 행보에도 관심이 쏠린다.
20일 외신에 따르면 인구 9000만 명의 이란에선 권력이 성직자·정치인·군대 사이에 불투명한 방식으로 분산된 듯 보이나 주요 정책의 최고 의사결정자는 최고지도자다. 지난달 1일 이스라엘이 시리아 주재 영사관을 공격한 데 대한 보복으로 지난달 13일 이스라엘에 수백 대의 드론과 미사일을 발사하기로 한 결정을 승인한 사람도 하메네이였다.
가디언은 “이란에서 대통령직은 최고지도자가 비판을 피할 수 있도록 돕는 유용한 희생양 역할을 맡는다”고 전했다. 라이시 대통령의 전임자였던 하산 로하니도 그런 역할을 했다.
최고지도자 선정은 88명으로 구성된 ‘전문가 회의’에서 이뤄진다. 이들 중 상당수는 80~90대다. 이란 성직자들은 여성의 역할 축소, 히잡 의무화, 음악 제한, 음주 금지 등 문화·사회 문제에 중점을 둔다. 역사적으로 성직자들은 부유한 시장 상인과의 유대를 통해 정부 기관으로부터 독립성을 유지했다.
이슬람혁명수비대(IRGC)도 하메네이의 주요 기관이다. 육·해·공군·쿠드스군·바시민병대 등 약 25만 명으로 구성된 IRGC는 중동에서 광범위한 네트워크를 보유하고 있다. 특히 쿠드스군은 레바논 헤즈볼라뿐 아니라 예멘 후티반군, 이라크 시아파 전사, 팔레스타인 하마스 등 ‘저항의 축’ 세력에 훈련과 장비를 제공한다.
국내 정치에선 반대파 감시·탄압도 맡는다. 그래서 IRGC를 “그림자 정부”라고 부르기도 한다. 이란이 지난달 이스라엘을 향해 미사일을 발사했을 때, 이란이 적대행위 확대를 꺼린다는 메시지를 미국에 전달하기 위해 다른 나라 대사를 소환한 것은 이란 외무부가 아닌 IRGC였다.
이런 상황에서 라이시는 전 정부 수장들과 달리 최고지도자와 IRGC에 도전하지 않았고, 하메네이의 지침을 충실히 따랐다. 그 덕에 하메네이의 유력한 후계자가 됐다. 그러나 국민에게는 인기가 없었다. 집권 후 40%가 넘는 인플레이션, 자국 통화 약세 등이 인기가 없는 요인이다.
라이시의 사망으로 최고지도자 지위는 하메네이의 아들 모즈타바가 물려받을 가능성이 커졌다.
백일현 기자 baek.il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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