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한·유·나 한꺼번에 비판…잠룡 경쟁 불 붙인 ‘직구’
차기 대권을 향한 여권 잠룡의 발걸음이 빨라지고 있다. 국민의힘 당권 경쟁이 달아오르는 가운데 비켜서 있던 오세훈 서울시장도 현안에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고 있다.
오 시장은 20일 페이스북에 “안전과 기업 보호는 직구 이용자의 일부 불편을 감안해도 포기할 수 없는 가치”라며 “정책 전체에 큰 문제가 있는 것처럼 지적하는 것은 여당 중진으로서의 처신에 아쉬움이 남는다”고 썼다. 정부의 ‘해외 직접구매(직구)’ 정책 혼선 논란과 관련해 규제 방침을 옹호하면서 이를 비판한 당권 주자들에겐 각을 세운 것이다.
오 시장이 언급한 여당 중진은 직구 규제를 비판한 나경원 당선인과 유승민 전 의원, 한동훈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을 뜻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들은 앞서 “취지는 공감하지만 졸속 시행으로 인한 부작용을 충분히 검토하지 않았다”(나경원), “안전을 내세워 포괄적·일방적으로 해외 직구를 금지하는 것은 무식한 정책”(유승민), “적용 방식이 모호해 과도한 규제가 될 것”(한동훈)이라며 일제히 정부를 비판했다.
오 시장의 비판은 유 전 의원과의 설전으로 이어졌다. 유 전 의원이 이날 “국내 기업 보호를 위해 소비자들이 계속 피해를 봐야 한다는 논리는 시대착오적 발상”이라고 즉각 되받아치자 오 시장도 2시간 만에 “여당 의원이라면 페북보다 정부에 대안을 제시하는 역할이 우선이다. ‘야당보다 더한 여당’은 자제해야 한다”고 유 전 의원을 직격했다. 이에 4시간 뒤 유 전 의원이 다시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오 시장의 직구 금지 주장이 맞다면 저에게 시비걸 게 아니라 발표 사흘 만에 철회한 정부와 대통령실을 비판하라”며 “‘당정 관계’니, ‘야당보다 더한 여당’이란 감정적 언사로 논점을 이탈하고 프레임을 바꾸려 하지 말라”고 맞섰다.
오 시장의 공세 이후 여권에선 “차기 경쟁의 신호탄이 쏘아올려진 것”이란 분석이 나왔다. 7월에 치러질 것으로 예상되는 국민의힘 전당대회엔 나 당선인과 유 전 의원, 4·10 총선 패배의 책임을 지고 사퇴한 한 전 위원장까지 등판할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목격담 정치’로 물밑 횡보를 이어온 한 전 위원장이 지난 19일 직구 규제 비판을 고리로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 것도 차기 당권 경쟁이 치열해질 것이란 전망에 무게를 더하고 있다.
22대 국회에 다시 등원하는 나 당선인은 최근 공개 행보를 잇따라 하고 있다. 그가 16일 주최한 국회 세미나에 현역 의원과 당선인 등 30여 명이 참석해 세를 과시했다. 유 전 의원도 최근 팬클럽 미팅을 하고, 대학가를 돌며 ‘보수의 가치’를 강연하고 있다.
한편 여권 원내사령탑인 추경호 원내대표는 20일 당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앞으로 정부 각 부처는 민생 각 정책, 특히 국민 민생에 영향을 끼치는 주요 정책 입안 과정에서 당과 충분히 협의해 주길 촉구한다”고 말했다. 전날 고위 당정협의회 이튿날 ‘군기반장’을 자처하며 여당의 정책 주도권을 강화하는 목소리를 낸 것이다. 윤석열 정부 초대 경제부총리를 지낸 그는 “당정 협의 없이 설익은 정책이 발표돼 국민 우려와 혼선이 커질 경우, 당도 주저 없이 정부에 대해 강한 비판의 목소리를 낼 것을 분명히 밝힌다”고 했다.
이창훈 기자 lee.changhoon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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