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언 납득 불가”… ‘3차 형제의 난’ 전운 감도는 효성가 [스토리텔링경제]

양민철 2024. 5. 21.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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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성家 3차 형제의 난’ 전운
고(故) 조석래 효성그룹 명예회장이 2007년 3월 전경련 회장 취임식에서 발언하고 있는 모습. 효성그룹 제공


효성가(家)에 ‘3차 형제의 난’ 전운이 짙어지고 있다. 지난 3월 세상을 뜬 조석래 효성그룹 명예회장의 유산을 놓고 형제간 다툼이 다시 불붙을 조짐을 보이면서다. 조 명예회장은 유언장을 통해 차남 조현문 전 효성 부사장에게 유류분(최소 상속 비율)보다 더 많은 유산을 물려주라는 뜻을 남겼다.

그러나 조 전 부사장은 조 명예회장의 유언장이 언론에 보도된 바로 다음 날인 지난 16일 입장문을 내고 “(유언장에) 납득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 상당한 확인 및 검토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상속 절차를 간단히 마무리하지 않겠다는 뜻을 내비친 것이다. 재계 안팎에선 조 전 부사장이 상속 문제를 통해 형제들과의 법정 공방을 다시 준비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효성은 2014년 7월 조 전 부사장이 친형인 조현준 효성 회장을 횡령·배임 혐의로 고발하는 ‘1차 형제의 난’을 겪었다. 2017년에는 조 회장이 조 전 부사장을 강요미수 혐의로 고소하며 ‘2차 형제의 난’에 휩싸였다. 이후 형제간 직접 공방은 없었지만, 부친의 타개 및 유산 배분을 불씨로 갈등의 골이 다시 깊어지는 모습이다. 특히 조 명예회장 빈소에 상주로 이름을 올리지 못한 채 ‘5분 조문’에 그쳤던 조 전 부사장은 “형제들의 행위는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앞뒤가 맞지 않는 처사”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재계 관계자는 20일 “조 명예회장의 유지와 별개로 형제간 송사 돌입은 시간문제로 보인다”고 말했다.

유족 측은 조 명예회장의 세부 유산 규모에 대해 말을 아끼고 있다. 조 명예회장의 상속 재산 대부분은 그가 생전 보유한 효성그룹 주식으로 추정된다. 조 명예회장은 지주사인 효성 주식 213만5823주(지분율 10.14%)뿐 아니라 계열사인 효성티앤씨 39만3391주(9.09%), 효성화학 23만8707주(6.16%), 효성중공업 98만3730주(10.55%), 효성첨단소재 46만2229주(10.32%) 등을 보유했다. 지분 가치는 약 7000억원(상속 개시일 전후 3개월 평균가)이다. 여기에는 최고 상속세율 60%가 적용돼 상속세만 4000억원에 달할 전망이다.


법정 상속분은 조 명예회장의 부인 송광자 여사가 1.5, 세 형제가 각각 1대 1대 1 비율로 정해진다. 효성 주식(10.14%)의 경우 송 여사에게 3.38%, 세 형제에게 2.25%씩 돌아간다. 민법상 유류분 제도에 따라 송 여사와 세 형제는 법정 상속분의 50%씩을 보장받는다.

유류분은 특정 상속인이 유산을 차지해 생기는 갈등을 막기 위해 만들어진 최소 상속 비율 제도다. 유족들이 유언장을 따르기로 합의하면 문제가 없지만, 불복할 경우 유류분 청구 소송으로 최소 상속 비율을 차지할 수 있다. 조 명예회장의 유언장대로면 조 전 부사장은 유류분 비율보다 더 많은 유산을 받게 된다.

조 회장 측은 조 명예회장의 유지를 따르겠다는 입장이다. 상속세 신고 준비 작업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조 회장과 3남인 조현상 부회장은 효성 지분을 각각 21.94%, 21.42% 보유하고 있다. 이에 조 전 부사장의 상속 지분이 다소 늘더라도 그룹 경영권에는 큰 여파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재개 관계자는 “기존 경영 구도는 흔들지 않으면서 차남(조 전 부사장)을 더 챙겨주는 절충안을 마련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반면 조 전 부사장 측은 상속 절차 전반을 따져보겠다는 입장이다. 그는 “유언장의 입수, 형식, 내용 등 여러 측면에서 불분명하고 납득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며 “현재로서는 어떠한 입장도 밝히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했다. 유언장의 진위부터 유산 배분 내용 등을 자세히 살펴보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한 대형로펌 변호사는 “유언장 작성 과정에서 배제된 유족 측이 유언장 진위나 배분 결과 등에 의문을 제기하는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다만 유언에 대한 문제 제기는 다른 상속인에 비해 유산을 적게 받는 유족이 제기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효성가 다른 형제들은 유언을 받아들이지만, 조 전 부사장은 유보적 태도를 보인 것이다. 본보는 조 전 부사장 측에 입장을 물었지만 답변을 듣지 못했다.

일각에선 조 전 부사장이 조 명예회장이 생전에 증여한 재산까지 모두 유류분 범위에 포함해 다시 따지려는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유류분에는 사망 시점의 재산뿐 아니라 사망 이전 증여한 재산도 포함된다. 2014년 이전까지 세 형제는 효성 지분을 각각 7%씩 보유했다. 이후 조 회장과 조 부회장은 별다른 증여 없이 배당금 등으로 그룹사 지분을 사 모았고, 조 전 부사장은 2013년과 2014년에 효성 주식 252만1058주를 모두 팔고 그룹을 떠났다.

재계에선 조 전 부사장이 조만간 송사를 벌일 것이란 시각이 우세하다. 10년간 서로 고소·고발을 이어오며 형제간 앙금이 여전히 깊은 상황에서 원만한 합의가 이뤄질 가능성이 크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조 전 부사장은 입장문에서 “선친께서 형제간 우애를 강조했음에도 아직까지 고발(고소)을 취하하지 않은 채 형사재판에서 부당한 주장을 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조 전 부사장은 위법 행위를 폭로하겠다며 자신의 비상장 주식을 매입하도록 조 회장을 협박한 혐의(강요미수)로 2022년 기소돼 2년간 재판을 받고 있다. 이와 관련해 조 회장이 처벌불원서를 제출하면 조 전 부사장의 재판에 유리하게 참작될 수 있다. 재계 관계자는 “유산 배분보다 형제간 앙금이 해소되는 것이 시급해 보인다”고 말했다.

양민철 기자 liste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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