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승환 "장관 제안 많이 받았지만 거절…청바지·운동화가 좋아" [엑's 인터뷰]

김현정 기자 2024. 5. 20. 1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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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스포츠뉴스 김현정 기자) “청바지와 운동화가 좋아요.”

67세라는 나이와 망막색소변성증으로 인한 시력 저하도 배우 송승환에게는 걸림돌이 되지 않는다.  

1965년 KBS 아역 성우로 데뷔해 지금까지 연기는 물론 공연 기획자, 연출가, 프로듀서, 올림픽 개·폐막식 해설가까지 열정적으로 활동하고 있다.

아직도 양복과 넥타이는 맞지 않고 청바지와 운동화 차림이 편하다는 그다. 자유로운 마인드를 가진 송승환은 과거 행정관 제안도 뿌리치고 자신이 좋아하는 무대와 가까이하며 살고 있다.  

“솔직히 말하면 제안을 많이 받았어요. 예전에 장관 제안도 많이 받았고요. 그런 일이 체질에 안 맞는다고 생각해 거절하는 게 힘들지 않았어요. 행정 능력은 다른 능력이라고 생각하거든요. 행정 능력도, 경험도 없어서 오래전부터 공직이나 장관은 제 일이 아니라고 생각해서 거절하는 데 10초도 안 걸려요. 

두 번째는 운동화에 청바지를 입고 다니는 게 좋아요. 양복과 넥타이는 체질에 안 맞아서 공직은 내가 입을 옷이 아니라고 생각해요. 지금은 더더욱 못하죠. 이 눈으로 어떻게 하겠어요.”

그런 그는 현재 세종문화회관 S씨어터에서 공연 중인 연극 ‘웃음의 대학’에 출연, 오랜만에 코미디 연기를 선보이고 있다. 

연극열전의 20주년 기념 시즌 ‘연극열전10’ 두 번째 작품 ‘웃음의 대학’이 9년 만에 돌아왔다.

일본 극작가 미타니 코키의 ‘웃음의 대학’은 1940년 전시 상황이라는 이유로 사람들에게 웃음을 주는 희극을 없애려는 냉정한 검열관(송승환, 서현철)과 웃음에 사활을 건 극단 ‘웃음의 대학’ 전속 작가(주민진, 신주협)가 벌이는 7일간의 해프닝을 담는다.

송승환은 웃음은 불필요하다고 여기며 희극을 없애려고 하는 검열관을 능청스럽게 연기한다.

“연극을 하면서 중간 박수를 받기는 오랜만인데 박수가 나와 놀랐어요. 마지막에 공연 허가 도장을 찍어주는 장면에서도 박수가 나오더라고요. 두 번 받았어요. 관객이 잘 따라오고 있구나 했어요. 생각보다도 반응이 훨씬 좋아요.”

극 중 작가가 공연 허가를 받기 위해 검열관의 무리한 요구를 받아들여 대본을 수정하는데, 수정할수록 재미를 더해간다. 예상할 수 없는 서사 전개로 희곡 자체가 가진 가장 순수한 ‘웃음’을 선사한다.

“2030대 관객은 작가 입장에서 보실 거 같고 나이 있는 분들은 검열관 입장에서 보지 않을까 해요. 제도권과 공포 권력을 휘두르는 직업인 검열관이 연극을 검열하면서 연극에 빠져들고 나중에는 자기 일을 잊고 작가에 동화돼 작가보다 적극적으로 수정하는 모습을 보여줘요.

검열관 대사 중에 ‘나는 권력의 끝자락에 서 있는 사람이다’라는 말이 있어요. 권력에 큰 힘이 있는 사람은 아닌데 어쨌든 공권력 안에 있는 사람이에요. 제도권의 이념에 사로잡혀 인간성이 거의 상실된 인간이 검열하면서 대본에 빠져들고 작가의 실력과 매력에 빠져들어 공권력에 있는 신분을 잊어버리고 대본을 재밌게 수정하면서 인간성을 회복하는 이야기라고 생각해요. 

젊은 작가는 작가대로, 공권력과 싸워서 어떻게든 공연을 올리려고 고군분투해요. 창작자들이 권력에 대항하면서 작품을 만들어가는 과정의 어려움에 포커스를 둔 작품이에요. 단순한 코미디라기보다는 주제가 강해요. 엔딩에 가면 웃기만 하는 연극이 아니라는 걸 깨닫게 되죠. ‘웃음의 대학’이 전 세계에서 롱런할 수 있는 건 강한 테마가 있어서라고 생각해요.”

검열관과 작가 단 두 명의 배우가 무대에 오르는 2인극이다. 젊은 작가 역의 주민진, 신주협과 호흡하고 있다.

“주민진 배우는 젊은 작가지만 노련한 느낌이 들고 신주협 배우는 젊은 작가인데 열정이 있는 풋내기처럼 보여요. 캐릭터 표현이 달라서 이 작품을 반복해서 보는 분들이 있을 거예요.

젊은 배우들과 세대 차이가 있다고 생각해요. 옳고 그름의 문제는 아니에요. 확실히 세상이 많이 바뀌었고 연극배우들도 일상이 바뀌었더라고요. 주민진 배우는 공연을 2개를 하는데 그게 어떻게 가능하냐고 했어요. 요즘 그런 친구들이 많이 있잖아요. 머릿속 기억 세포에 파일을 따로 저장하는 능력이 있나 봐요. 나보다 더 멀티풀한 젊은 세대에게 놀랐고 작품 해석도 달라서 놀라기도 했어요. 연습 과정을 통해 해결이 됐죠.”

송승환이 생각하는 젋은 배우들과의 ‘세대 차이’를 줄일 수 있는 방법은 뭘까.

“강제성을 띄면 안 되고 자연스럽게 이해돼야 해요. 서로의 노력, 시간이 필요해요. 큰 목적을 가지고 함께 작업하는 과정에서 이뤄지는 것이지 목표 없이 소통하면 잘 안 될 것 같아요. 기성세대와 젊은 세대가 동일한 목표를 가질 때 소통이 되지 않을까 생각해요.”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 ‘웃음의 대학’ 종연 후에는 제작사로서 가족 뮤지컬 ‘정글북’을 올린다. 7월 파리올림픽 개·폐막식 해설 스케줄도 잡혀있으며 10월에는 연극 ‘더 드레서’ 연습에 들어간다. 3년 전 코로나19를 계기로 시작한 유튜브 채널 '원더풀 라이프'이 운영도 이어간다.

그는 “체력이 허락하는 한 활동을 계속할 것”이라며 미소를 지었다.

“신구, 이순재 선생님이 노익장을 과시하셔서, ‘신구 이순재 선생님도 하는데 뭐가 힘들어’라고 하면 할 말이 없어져요. (웃음) 언제까지라고는 말 못 하겠어요. 대사 암기력이 가능해야 하고 무대에서 2시간 설 수 있는 체력이 있다면, 프로덕션과 연출이 날 필요로 할 때까지 하겠죠. 2, 3년 후가 될 수도 있고 20년 후가 될 수도 있겠죠. 목표는 없습니다.”

사진= 고아라 기자, 연극열전

김현정 기자 khj3330@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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