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보 제노사이드? 돌아온 물떼새에게 재앙이 될 수문 재가동

충북인뉴스 김남균 2024. 5. 20. 1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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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세종보 보강공사 후 수문 닫아 물 채울 예정... 환경단체 "담수호는 재앙"

[충북인뉴스 김남균]

 세종보 상류 금강 전경. 2018년 이후 세종보 수문을 개방했지만 현재까지 뻘이 남아있다. (사진=김남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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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달 30일 대전-충남-세종-충북지역 환경단체가 세종보 재가동 중단을 요구하며 세종보 일원에서 천막농성을 하고 있다. (사진=청주충북환경운동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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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달 30일 대전충남녹색연합, 대전운경운동연합, 청주충북환경운동연합, 세종환경운동연합 등 환경단체가 세종보 재가동 중단을 촉구하며 천막농성에 들어갔다. (사진=김남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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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달 30일 대전충남녹색연합, 대전운경운동연합, 청주충북환경운동연합, 세종환경운동연합 등 환경단체가 세종보 재가동 중단을 촉구하며 천막농성에 들어갔다.

2012년 완공된 세종보는 2018년부터 전명 개방돼 있는 상태였다. 이들에 따르면 정부는 30억원을 투입해 세종보 수문을 다시 닫기 위한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 세종보가 가동 돼 물길을 가두면 이 일대는 거대한 담수호로 변한다. 

현재 세종보 인근 강가의 생태환경은 어떨까?

이경호 대전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은 천막농성 돌입 기자회견에서 "모래섬 두 곳과 육상지역 모래톱 2곳의 물떼새 번식 조사를 실시했는데, 멸종위기종 2급인 흰목물떼새 둥지 2곳과 꼬마물떼새 둥지 1곳 등을 포함해 30여개의 둥지를 확인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제 물떼새가 도래하기 시작하는 시기인데 5월에 세종보 수문을 닫는다면 이곳은 수백 쌍의 물떼새가 죽는 제노사이드, 생태학살의 현장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수문 개방이 준 선물, 축구장100배 모래톱·하중도 생기고 물떼새 돌아와

지난 달 30일 금강 물줄기 세종보 상류 다리 밑에 천막이 생겼다. 천막을 친 사람들은 지난 2일 소식 하나를 전했다.

"세종보 상류 하중도에 흰목물떼새 부부의 둥지에서 하나의 알을 발견했습니다. 그리고 오늘 오전 같은 집에 또 하나의 알이 있었습니다. 둘째가 태어난 거에요. 물떼새는 하루에 하나씩 알을 낳아서 4개 정도 알을 낳는다고 합니다. 내일은 셋째가 태어날까요? 농성 첫날 첫째 아이를 '천막', 둘쨋날 둘째를 '농성'이라고 부르면 좋겠다 싶다가, 그건 좀 슬프다 싶어 관뒀습니다." (세종보 천막소식 3일째)
 
 다시 돌아온 물떼새 (사진=청주충북환경운동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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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종보 인근에서 발견 된 물떼새 둥지. 세개의 알이 놓여 있다. (사진=청주충북환경운동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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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떼새가 돌와 았다는 소식을 전하는 이들은 목소리는 들떠 있었다. 왜 이렇게 들떠 있을까?

"보에 물이 갇혀 있던 5년간, 4급수에서나 사는 실지렁이와 깔따구가 득시글했다. 소수력발전소의 낙차 소음 때문에 문을 열고 잘 수도 없는 지경이었다. 강가에 가면 악취가 진동해 시민들을 내쫓는 금강이었다. "(박창재 세종환경운동합 사무처장)

박창재 사무처장의 말대로 실지렁이와 깔따구가 득시글 했던 그곳에 물떼새가 돌와왔으니 얼마나 기뻤을까?

박 처장은 "세종보 수문을 전면 개방하면서 자연성이 회복됐다. 축구장 100배 이상 면적의 모래톱이 만들어졌고 하중도가 생겼다. 수변 생태계가 다양화되고, 예전보다 10배가 넘는 다양한 서식처가 제공됐다. 그야말로 생명의 강으로 다시 살아났다"고 말한다.

절반의 복원, 아물지 않은 상흔

지난 19일 찾은 세종보 상류에 위치한 천막농성장 주변은 평온했다. 곧 수문히 닫히면 수몰 될 운명이지만 자연은 평온했다.

물살은 급물살이라 해도 과장이 아닐 정도로 바다를 향해 빠르게 내달렸다. 천막 농성장 주변은 온통 자갈밭. 어림잡아 1㎞ 길게 뻗어있다.

모래강이라 알려진 금강에 이런 자갈밭이 있다는 것도 처음 알았다. 저 상류 옥천 혹은 무주에서부터 떠내려 왔다는 자갈은 매끄럽게 둥근 곡선으로 다듬어져 있다. 동그랗게 잘 마모된 얇은 자갈은 물수제비에 딱 제격이다.
 
 세종보 상류 천막농성장 인근 금강 전경. 2018년 세종보 수문이 전면 개방되면서, 이 일대 하천은 이전 상태로 급격히 복원됐다. (사진=김나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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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종보 상류 전경 (사진=김남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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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물떼새 산란중 조심하세요~" 세종시 세종보 상류 전경 (사진=김남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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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성장에 있던 이성우 청주충북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은 핸드폰을 꺼내 물떼새 사진 둥지를 보여줬다. 자갈밭 사이에 동그랗게 돌을 고르고 가운데를 조금 파낸 것 처럼 보이는 곳이 물떼새 둥지라고 했다. 5월이면 이곳에서 물떼새는 산란을 하고 새끼를 키운다고 했다. 
밤이 깊었다. '쬬욱, 쬬욱', 아니 '세욱, 세욱'처럼 들리는 새소리가 전해온다. 이성우 처장은 물떼새 우는 소리라고 했다.
 
 뻘흙이 말라 쩍쩍 갈라진 세종보 상류 일부 (사진=김남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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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뻘이 말라 쩍쩍 갈라진 세종보 상류 일부 전경 (사진 = 김남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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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종보 수문이 닫혀 담수 당시 퇴적된 뻘이 말라 쩍쩍 갈라진 세종보 상류 일부 전경 (사진=김남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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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뻘흙에 잠겼던 자갈이 잔재를 뒤집어 쓴 채, 제 색을 찾지 못하고 있다. (사진=김남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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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상흔은 아물지 않았다. 넓게 보면 물떼새가 돌아온 자갈밭이지만 그 사이 곳곳엔 말라 비틀어진 뻘흙이 쩍쩍 갈라져 있다. 말라 붙은 뻘흙 사이로 잡풀이 듬성 듬성 자랐다.

물길과 접촉하는 강둑 인근 돌은 각기 다른 제 색을 내며 윤이 났지만, 그곳뿐이었다. 물길에서 멀어질수록 자갈은 뻘흙 범벅을 뒤집어 쓴 채 제 색을 잃고 회색빛 돌멩이가 됐다.

보에 갇힐 금강, 거대한 제노사이드

19일 저녁 천막농성장을 지키는 환경운동가들의 목소리는 사뭇 비장했다. 멀리서 찾아온 '세상과 함께' 소속 회원들과 간담회를 진행하면서 나눈 대화의 주된 내용은 '삼보일배'였다.

이날 기자와 함께 천막에서 하룻밤을 보낸 이성우 처장은 "우리가 발 딛고 있는 이 땅이 인간만의 땅은 아니다"라며 "이곳에서 살아가고 있는 모든 생명체의 땅"이라고 말했다.

그는 "보가 재가동되고 물길을 막으면 이곳 생명체는 수몰민이 되는 것"이라고 밝혔다.
 
 세종보 농성장 전경 (사진=김남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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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벽을 걷어내고 맘껏 굽이쳐" 환경단체가 설치한 손글씨 (사진=김남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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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일 천막농성장을 지키고 있는 이성우 청주충북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 (사진=김남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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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일 세종보 천막농성장을 지키고 있는 환경단체 회원들 (사진=김남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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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일어나 보니 천막 앞 강변에 2층 돌탑 세 개가 가지런히 서있다. 밤 사이 누군가가 이곳을 찾아 세운 것으로 보인다.

동쪽에서 금강 위로 떠 오른 해는 유난히도 붉다. 곧 닥쳐올 수몰의 운명을 아는 지 모르는지 이곳 아침 새소리도 유난히도 맑고 낭랑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충북인뉴스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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