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우리가 여당인가 생각 든다"…황우여 순간 표정 굳었다
황우여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20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예방했다. 채 상병 특검법에 대한 대통령의 재의요구권 행사를 앞둔 시점에서, 양당 대표가 뼈 있는 말을 던지며 신경전을 벌였다.
이 대표는 이날 당 대표실에서 황 위원장을 맞이했다. 황 위원장은 “이 대표님이 저하고 같은 인천 분이다. 이웃사촌이고 존경하는 지역구 의원인데 이제 야당 지도자가 되신 것에 뿌듯하게 존경과 애정을 표한다”고 말했다. 15대 국회에 비례 의원으로 당선된 뒤 인천 연수에서만 내리 4선(16~19대)을 지낸 황 위원장이 인천 계양을이 지역구인 이 대표와의 지역 연고를 강조한 것이다.
하지만 황 위원장은 이내 거대 야당의 입법 폭주를 겨냥한 발언을 쏟아냈다. 황 위원장은 “김진표 국회의장은 제가 18대 여야 원내대표를 나눠서 했다”며 “저희 당이 (우당을 포함) 198석인가를 했고 김 의장이 이끄는 당이 89석이었는데, 매일 만나 김 의장이 바라는 바를 놓치지 않고 다 챙겨드렸다”고 했다. 황 위원장과 김 의장은 앞서 이날 오전 만난 자리에서 “대화와 타협의 정치가 있는지 자괴감이 들고, 팬덤 정치가 상대를 악마화한다”(김진표) “조만간 국민의힘 들어오시는 거 아닌가. 워낙 애정이 많으시다”(황우여) 같은 대화를 주고받았다.
이재명 대표도 물러서지 않았다. 이 대표는 “존경하는 정치계 대 선배”라고 치켜세우면서도 “5·18 행사 옆자리에서 드린 말씀이 있는데, 정치인이 여야 갈려서 만나지 않을 뿐 아니라 감정적으로 적대적으로 진짜 싸우더라”고 운을 뗐다. 그러면서 “국정을 책임지는 집권당이기 때문에 역할과 품격을 지켜주시면 좋겠다”며 “감정적 언사, 지나친 적대감 감정 표출하는 건 정당 대표나 지도적 위치에 있는 분이 할 얘기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법안 강행 처리에 대한 황 위원장의 지적에 반박하듯 “우리 당이 여당인가 이런 생각이 든다”며 맞공세도 폈다. 그러면서 “야당이 쫓아다니면서 발목 잡는다는 정도로 견제하는 게 통상 모습인데, 지금은 안타깝게 민주당 야당이 해 나가면 여당이 막는 그런 양상”이라고 주장했다. 이 대표가 “국민이 총선에서 표출한 (민의는) 국정 기조 전환이라는 점에 관심을 가져주시면 좋겠다”고 강조하자, 일순간 황 위원장의 표정이 굳어지는 모습도 포착됐다. 다만 황 위원장은 13분간의 비공개 만남 뒤에 “자주 대화하고, 존중하자는 원론적인 말을 나눴다”고 전했다.
강보현 기자 kang.bo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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