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어가는 소나무·다슬기, 병든 메기 다음은...
[서옥림 기자]
제련. 製鍊. 달구어 만들다. 광석을 용광로에 넣고 녹여서 함유한 금속을 분리ㆍ추출하여 정제하는 일.
제련 원료인 정광은 각종 중금속과 유해물질을 함유하고 있다. 이 정광에서 순도 99%의 아연괴를 얻기 위해 아연이 아닌 다른 성분들을 계속 걸러내는 공정이 들어간다. 그 과정은 다음과 같다.
▲ 영풍석포제련소의 아연괴 생산 공정 영풍석포제련소의 아연괴 생산 공정 |
ⓒ 안동환경운동연합 |
쉽게 말해 높은 온도로 산화시키고, 황산, 전류로 녹여 아연 성분만을 걸러내 아연괴를 만든다. 이 과정에서 분리된 중금속(카드뮴, 납, 구리, 수은 등)과 각종 유해물질이 배연, 폐수, 분진, 폐슬러지 등의 다양한 형태로 유출된다. 이것들이 토양, 수질(지하수 포함), 대기, 농작물을 오염시키고, 수생태 뿐만 아니라 노동자와 주민들 건강에도 영향을 미친다.
▲ 231212. 석포제련소 노동자 사망사건 관련 긴급 기자회견 제련소에서 근무하다 급성 백혈병 진단을 받은 진현철 씨가 석포제련소 내 작업환경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
ⓒ 안동환경운동연합 |
2024년 5월 현재 영풍석포제련소는 8개 지점에 TMS(굴뚝자동측정기)를 설치해뒀다. 이들은 환경부 또는 한국환경공단에 아황산가스 농도를 실시간 송출하고 홈페이지를 통해 그 값을 공개하고 있다.
그렇다면 영풍석포제련소의 굴뚝은 모두 몇 개일까? 30차 '낙동강상류 환경관리협의회' 당시 영풍석포제련소가 제출한 문건을 보면 총 460여 개다. 방지시설이 있는 굴뚝은 25% 정도이다(나머지는 방지시설 면제). 이렇게 많은 굴뚝이 있다는 것도 놀랍지만 더 놀라운 건 따로 있다. 주민들은 추운 날엔 인공강설(석포눈, 추운 날 공장 매연이 눈으로 내림, 맞으면 피부 통증)이 내릴 정도라고 증언한다. 그런데 이 정도의 매연을 단 8개만으로 측정할 수 있을까(환경안전 담당 상무는 2016년부터 3년 치 대기측정치 1868건 조작 혐의로 기소, 징역 8개월을 선고 받은 바 있다).
대구지방환경청이 2023년 3월 13일부터 4일간 정밀점검을 한 결과 후드가 미설치 되거나, 부식이나 마모로 오염물질이 새어 나가는 것을 방치하였고, 시설이 일부 고장 나거나 훼손하기도 한 것을 확인하였다.
"거기 환경은 얼마나 심하냐면 산에 있는 나무가 다 죽습니다. 그런데 저는 거기서 가까이에서 그걸 마시며 일했습니다. 아무리 말해도 그 환경을 상상하기 힘듭니다. 얼마나 냄새가 심하냐면 길을 지나가도 손으로 입을 막고 지나가야 할 정도입니다. 아무리 마스크를 써도 하도 냄새가 심해서 작업 거부도 했습니다. 현장에 올라가지 못할 때도 있었습니다. 거기에서 일하면서 병을 얻어도 회사 측은 전혀 아니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사람이 이렇게 죽는데도 자기네들은 부인만 하는 이런 회사는 하루 속히 문 닫아야 합니다. 내버려 두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죽을지 모르기 때문에.. "
이뿐만이 아니다. 2023년 12월 6일 공장 내 설비 모터 교체 중 작업자 4명이 비소가스에 노출되었고, 4일 뒤 1명이 사망하였다. 당시 사망자의 몸에선 치사량의 6배인 2ppm이 검출되었다. 그리고 지난 5월 6일 공장 배관에서 황산이 누출되어 원청 근로자가 얼굴에 3도 화상을 입은 사건도 발생하였다.
▲ 석포제련소 1,2공장 지하수 카드뮴 오염 현황 환경부 영풍석포제련소 부지 지하수의 중금속 오염원인 및 유출여부 조사(‘19.8.30 ∼ ’20.7.29) |
ⓒ 환경부 |
영풍석포제련소는 2018년 2월 폐수처리장에서 정화되지 않은 폐수를 무단 방류하다가 적발되어 조업정지 20일의 행정처분을 받았으나, 제련소는 이에 불복하여 행정소송을 신청했고, 만 3년 7개월 만인 2021년 11월 8일 조업정지 10일이 집행되었다.
2019년에는 환경부 특별단속에서 불법폐수처리 시설 및 52개 무허가 관정 운용이 적발됐는데 관정 30곳에서 오염지하수 정화기준(생활용수 0.01mg/L)을 초과, 검출을 확인하였다. 환경부는 경상북도에 조업정지 120일 처분을 요청하였으나 도지사가 국무조정실 '행정협의조정위원회'에 조정신청하였다. 위원회는 처분기간을 절반으로 감축하라고 권고하여 경북도는 2020년 12월 제련소에 60일 조업정지 처분을 내렸으나, 제련소는 2021년 1월 22일 경북도를 상대로 취소소송을 냈다.
2020년 10월 8일에 나온 환경부 보도자료에 따르면, 공장 내 외부 지하수의 연결 및 오염물질이 유출되는 것을 확인하였다. 공정수의 누출 및 일부 오염된 토양 등이 주 오염원이며 주변 부지가 투수성이 높은 충적층이 발달하여 오염 지하수 이동이 쉬운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제련소 내부 시설 지하수에서 고농도의 카드뮴이 검출되었는데, 최대 2,582mg/L로 기준 대비 25만 배(지하수 생활용수 0.01mg/L 기준)를 초과하는 수치였다(같은 해 6월 9일, 1공장 내부 지하수 카드뮴 농도: 최대 3,326.5mg/L, 기준 대비 최대 3만 7천 배 초과). 상상도 못 할 어마어마한 수치이다.
이 물이 낙동강으로 흘러 내려가 제련소 상류에 바글거리던 다슬기가 제련소를 지나며 자취를 감췄다. 왜 다슬기가 살지 못하는지 중금속과 어떤 상관관계가 있는지 추후 조사가 필요한 부분이다. 하지만 확실한 건 제련소는 중금속 오염으로 이미 생물을 죽이고 있다는 점이다.
▲ 1공장 뒷산에서 바라본 제련소 전경 왼쪽 검은 삼각형 부분이 침전 저류조이다 |
ⓒ 안동환경운동연합 |
제련소 1공장 뒤편에는 제련을 하고 남은 찌꺼기를 적치해둔 8800여 평 규모의 저류조가 있다. 1996년 검찰 폐기물 불법 매립 수사(분철과 폐산 44만t을 77년부터 20년간 자체 불법 저장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남)가 있었으니 그 역사 또한 50년이다.
2002년 2월 침전저류조 바지선 폭발사고로 4명의 노동자가 숨진 사건도 있었다. 제련소는 이 분철을 압축해 시멘트회사에 알칼리 조절제로 공급하기도 하고, 3공장에서 유가 금속을 뽑아내기도 하였다. 많은 양의 비가 오면 노출되어 있는 중금속과 유해물질이 빗물과 함께 주변 하천과 공장 부지로 유출되기도 하였다.
누구냐, 넌?
▲ 영풍석포제련소의 퇴적물 오염기여도 제련소부터 100km 하류 안동댐까지 퇴적물의 주오염원은 석포제련소임을 알 수 있다. |
ⓒ 안동환경운동연합 |
그동안 퇴적물 오염원이 폐광산 폐미가 아니냐는 이야기도 있었으나, '낙동강 상류 환경관리협의회'에서 2022년 수질퇴적물 2차년도 조사를 진행한 결과 낙동강 상류 퇴적물 오염 기여율을 밝힐 수 있었다. 그 결과는 위 이미지와 같다. 이 조사 결과로 제련소부터 100km 하류 안동댐까지 퇴적물의 주오염원은 석포제련소임을 알 수 있다.
▲ 안동댐 전경 안동댐에는 중금속 퇴적 오염물이 차곡차곡 쌓여있다. |
ⓒ 안동환경운동연합 |
이 퇴적 오염물은 안동댐에 차곡차곡 쌓여있다. '낙동강상류 환경관리협의회'의 수질 퇴적물 조사연구 결과에 따르면 안동댐의 전 구간이 카드뮴, 아연, 납, 비소로 오염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정확한 오염규모는 가늠조차 되지 않고, 세계적으로도 보기 힘든 사례이다. 물에 용출되어 나오는 양이 적다고 하나 늘 불안감을 안고 있는 것이다. 2022년 국립수산물품질관리원에서 안동댐 내 서식하는 물고기의 중금속을 측정한 결과 메기에서 기준치 두 배 가까이의 수은이 검출되었다. 수은 또한 통합환경허가 개선 조건 중 하나이다.
중금속이 퇴적되어있는 안동댐은 보물단지가 아니라 울고 있는 지구이다. 한 많은 이 물을 안동시장은 하류 지역에 팔려고 하고 대구시장은 1조 원을 들여 도수로로 끌어가려고 한다.
인간의 수요에 의해 카드뮴, 납, 비소, 아연, 구리 등 연결된 이들을 갈라낸 다음 제대로 처리하지 못하고 기업의 위불법, 윤리의식 부재, 행정의 실질적 관리 부족, 국가의 기업 프렌들리 정책, 각종 로비와 만나 거대한 오염을 만들었다.
그동안 환경을 등한시 하고 산업 발전을 최우선 했던 역사를 반성해야 한다. 정부는 더 이상 오염원을 유지해서는 안 되고, 근본적인 대책을 세워야 한다. 기업은 그동안의 피해를 사과하고 책임져야 한다. 죽어가고 있는 다슬기, 소나무, 병들어가고 있는 메기처럼 되고 싶지 않다면.
덧붙이는 글 | 안동환경운동연합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이 글은 안동환경운동연합 홈페이지에도 게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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