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배터리 밀어내도...삼성SDI만 웃는다

강미선 기자 2024. 5. 20. 1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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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SDI만 흑자

[한국경제TV 강미선 기자]
<앵커>

미국 정부가 연내 중국산 전기차에 대한 관세를 4배, 배터리 관세는 3배 넘게 올립니다.

중국산 침투를 철저히 막겠다는 건데, K배터리 3사(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온)가 당장 반사이익을 누리기는 힘들다고 합니다.

산업부 강미선 기자와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중국 전기차와 배터리를 밀어내면 국내 배터리사들에겐 좋은 일 같은데 꼭 그렇지도 않나 봅니다.

<기자>

중국산 전기차의 주요 수출국은 유럽과 동남아시아입니다. 미국으로 가는 비중은 1.1% 정도입니다.

그나마 배터리는 20.9%대로 높은 편이지만요. 전기차 배터리가 아닌 ESS(에너지저장장치)용 LFP(리튬인산철)배터리가 주를 이룹니다.

업계 관계자들은 “미중 관세장벽은 전기차에 큰 영향은 없고, 미국 ESS 시장에서 K배터리에 대한 수요는 확실히 높아질 것”이라고 전했습니다.

데이터센터 확대 등으로 ESS용 배터리 시장이 아무리 커진다고 해도 전기차 배터리 시장의 12분의 1 수준으로 작습니다.

즉, 관세 장벽보단 전기차에 대한 미국 시장 자체적인 수요가 국내 배터리사들에게 영향이 더 클 전망입니다.

<앵커>

중국산을 막아도 작년부터 시작된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기) 영향이 더 결정적이라는 거네요. 얼어붙은 시장은 언제쯤 회복될 전망인가요?

<기자>

증권가에서는 2분기 바닥을 찍고 서서히 회복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1년 이상 더 이어질 것이라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급격히 떨어지고 있는 가동률을 보시면 상황이 얼마나 심각한지 알 수 있습니다.

올해 1분기 배터리 3사 공장 가동률은 평균 67.6%까지 떨어졌습니다. 2~3년 전만 해도 평균 80%대 선이었습니다.

미국 포드는 이달 들어 SK온, LG에너지솔루션에 배터리 주문 축소 결정을 통보했습니다

전기차 시장 선두 주자인 테슬라도 최근 한 달간 전 세계 인력 1만명을 구조조정했습니다.

실적을 보시면요. 미국 보조금을 빼면 1분기 흑자를 낸 곳은 삼성SDI뿐입니다. 2분기는 더 악화할 전망이고요.

배터리 3사는 전기차 판매 감소와 함께 미국에서 받는 보조금(AMPC)도 줄어서 이중고를 계속 겪는 상황입니다.

<앵커>

모두 똑같은 상황에서 배터리 3사 중 삼성SDI만 흑자를 내는 특별한 이유가 있을까요?

<기자>

삼성SDI의 1분기 영업이익률은 미국의 생산세액공제 보조금(AMPC)를 제외하고도 4%대를 보였습니다.

불황에서 견조한 수익을 낼 수 있었던 건 다양한 제품 포트폴리오와 보수적인 해외공장 증설입니다. 즉 단순한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라는 겁니다.

판매 비중을 보면 전기차 배터리뿐 아니라 ESS, 전동공구, 전동킥보드 배터리 등 골고루 분포돼 있고요. 전기차 배터리도 정부 보조금에 큰 영향 받지 않는 럭셔리 전기차용에 주력하고 있습니다.

SK온은 현재 전기차용 배터리만 판매하고 있고, LG에너지솔루션의 경우 전기차용 배터리가 매출의 89%, ESS는 7% 정도 차지를 하고 있습니다.

반면 삼성SDI는 전기차용이 71%, ESS가 11% 정도입니다. IT기기 및 전동공구가 18% 정도를 차지하고 있고요.

중국 업체를 제외하면 현재 삼성SDI가 글로벌 ESS 시장에서 1위를 차지하고 있고요. 이번 미국 정부의 관세폭탄으로 반사이익을 가장 많이 보는 분야가 바로 ESS입니다.

<앵커>

삼성SDI는 전기차용에만 집중하지 않았다는 것이군요. 또한 미국 진출도 매우 보수적이었지요? 지금 미국에 공장 있나요?

<기자>

삼성SDI는 미국에 배터리 셀 공장이 없습니다. 공격적으로 미국에 진출한 LG에너지솔루션·SK온은 미국 현지 근로자 수도 줄이면서 자금 조달에 급급한데요.

삼성SDI는 당장 가동 중인 미국 배터리 셀 공장이 없어 미국 전기차 수요둔화의 직격탄을 피한 겁니다.

여기에 해외에서 가져온 배터리 셀과 모듈을 기존 미국 배터리 팩 공장에서 조립해 미국서 보조금까지 챙기고 있고요. 물론 이미 만들어진 셀을 최종 팩으로 조립하는 정도라 보조금은 LG와 SK보다는 적습니다.

즉, 기존 공장을 활용하는 수준에서 보조금도 받고 다양한 제품 구성을 가져가고 있어 타사와 비교해 유리한 입장인 겁니다.

<앵커>

과거 타사들이 공격적으로 미국 진출을 했을 당시 삼성SDI가 보수적으로 접근한 이유가 궁금합니다.

<기자>

과거 실패 경험으로 인한 학습효과 덕분입니다.

삼성SDI는 2008년 전기차 시장이 커질 것으로 예상하고 독일 자동차 부품사 보쉬와 배터리 합작사 설립을 추진했다 청산했습니다. 포드와도 2006년 합작법인을 설립하려다가 무산됐고요.

2021~2022년쯤에는 미국 리비안과도 합작공장 미국 설립을 내부적으로 검토했지만 포기하고 스텔란티스와 손잡고 미국에 공장 건설에 나섰습니다.

이처럼 삼성은 합작파트너 결정에 매우 신중한 편입니다. 예상보다 심각한 글로벌 시장침체에 내실경영을 고집해 온 삼성SDI가 빛을 보고 있습니다.
강미선 기자 msk524@wow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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