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호 통일장관, 文 회고록 정면 비판…"北 선의에 국민 생명 맡겨"

남가희 2024. 5. 20. 1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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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남북관계관리단서 출입기자간담회
"능력 무시한 채 의도에만 초점 맞춰 정세 오판"
책 속 미국 책임 언급엔 "동맹국에 책임 돌려"
통일담론 발표시기에 대해선 "정해진 바 없다"
김영호 통일부 장관이 2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삼청동 남북관계관리단에서 열린 출입기자단 간담회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김영호 통일부 장관이 문재인 전 대통령의 회고록을 정면 비판했다. 문 전 대통령이 회고록에서 "(김정은이) 핵을 사용할 생각이 없다(고 했다)"고 언급한 것에 대해 "북한은 핵과 미사일을 개발해 우리를 위협할 능력을 가지고 있다. 그 능력을 무시한 채 의도에만 초점을 맞춘다면 정세를 오판하는 결과를 가져온다"고 지적했다.

김영호 장관은 20일 서울 종로구 통일부 남북관계관리단에서 열린 출입기자단 간담회에서 "남북관계, 그리고 국제정치에서 우리가 어떤 사안을 평가할 때 가장 중요한 기준은 의도와 능력"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앞서 문 전 대통령은 지난 17일 출간한 회고록 '변방에서 중심으로'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비핵화 의지를 나름대로 절실하게 설명했다"고 밝혔다.

문 전 대통령은 2018년 남북 정상회담에서 김정은 위원장이 '핵은 철저하게 자기들(북한)의 안전을 보장하기 위한 것' '사용할 생각이 전혀 없다' '핵 없이도 살 수 있다면 무엇 때문에 많은 제재를 받으면서 힘들게 핵을 머리에 이고 살겠는가' '딸 세대까지 핵을 머리에 이고 살게 하고 싶지 않다' 등의 발언을 했다고 소개했다.

이와 관련해 김 장관은 "북한의 의도와 선의에 국민의 생명과 안보를 맡기면 실질적으로 다른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며, 그 예시로 1938년 영국의 네빌 체임벌린 수상과 독일 아돌프 히틀러 사이에 체결된 뮌헨 회담을 언급했다.

김 장관은 "영국의 체임벌린 수상이 히틀러를 전적으로 신뢰를 했다. 유화정책이라고 볼 수 있는데, 1938년 그다음 해에 세계2차대전이 일어났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이번 회고록을 보면서 다시 말씀드리는 것은 북한의 의도와 북한 정권의 군사적 능력에 대한 것은 냉혹하게 구분해서 봐야 한다"며 "북한의 의도를 전적으로 믿는다는 건 대단히 부정적인 안보상의 결과를 가져올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3D 정책을 추진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며 "의도와 능력을 명확하게 구분해야 하고 능력에 대해 억제력과 대비책을 갖추는 게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김 장관은 문 전 대통령이 회고록에서 2019년 하노이 미북 정상회담 결렬에 대해 마이크 폼페이오 당시 미 국무장관,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마이크 펜스 부통령 등이 "대화의 발목을 잡는 역할을 한 것"이라며 미국의 책임을 언급한 것에 대한 생각도 밝혔다.

그는 "북핵 문제 책임, 그 협상의 실패는 이 문제를 야기한 북한에 있는 것이 분명하다"며 "북핵 문제를 동맹국인 미국의 책임으로 돌리는 건 잘못됐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지난해 어선을 타고 해상으로 탈북한 한 탈북민의 발언을 인용하며 "만약에 지금도 한국에 문재인 정부가 있다면 자신들은 탈북을 결심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했다"고 말했다.

그는 "2019년 11월 문재인 정부가 한국으로 온 두 북한 사람을 강제로 추방을 했다"며 "탈북민 증언을 들어보면 문재인 전 정부의 대북정책이란 것이 과연 북한 주민들에게 어떤 의미를 갖고 있는지 대단히 분명해진다"고 밝혔다.

김 장관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최근 지속 논의가 이루어지고 있는 통일담론에 대한 생각과 진행 경과에 대해서도 밝혔다.

김 장관은 모두발언에서 "지난해 말 이후 북한은 2국가론을 주장하며 '통일 지우기'를 진행 중이고 아직 북한이 공식 발표하지는 않았으나 '통일전선부' 역시 '노동당 중앙위 10국'으로 이름을 바꾸고 심리전 중심의 기능을 수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하지만 김정은은 통일을 지우려다 김일성의 통일 유훈을 기리고자 건립된 '조국통일3대헌장기념탑'을 철거하고 철도·도로 등 김정일이 합의했던 남북정상선언의 성과물들도 훼손하고 있다"며 "이러한 김정은의 통일과 관련한 소위 '선대 업적 지우기'는 사실상 '김일성-김정일 격하 시도'로 북한 내부에 이념적 혼란을 불러일으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새로운 통일담론에 대해 "통일부는 '자유로운 통일 대한민국'이라는 지향점을 분명히 하면서 새로운 통일담론에 대해 다양한 의견을 청취해 왔다"라며 "정부는 앞으로 추가적인 의견수렴과 정부 내 논의 등을 거쳐 적절한 시기에 발표할 수 있도록 준비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김 장관은 새로운 통일담론의 구체적 내용과 시기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그는 민족공동체 통일방안 수정안의 구체적 내용과 발표 시기를 묻는 질문에 "현재로서는 정해진 바가 없다"고 했다.

남북 간의 대화가 재개될 가능성에 대해 김 장관은 "우리 정부는 북한과의 대화에 항상 열려있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그렇지만 북한은 우리와 국제사회의 대화 제의에 일절 응해오지 않고 적대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며 "이런 점을 감안할 때 현재로선 남북 간 대화 재개가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통일부 고위 당국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남북 간의 대화가 단절된 상황에서의 통일부의 역할론을 묻는 질문에 "(남북) 교류협력이나 북한의 대화와 관련된 문제는 통일부의 대단히 중요한 역할이다. 그러나 통일부가 이를 전혀 하지 않으려 한다는 것은 문제가 있는 생각"이라며 "여건을 만들려고 노력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북한이라고 하는 상대의 태도 변화도 염두에 둬서 이 문제를 보면 좋겠다"고 응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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