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주의' 31번 언급한 대만 총통 "中, 대등하게 교류"

조슬기나 2024. 5. 20. 1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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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칭더 신임 대만 총통이 20일 취임식을 갖고 제16대 총통으로 공식 임기를 시작했다. 친미·독립 성향인 그는 취임사에서 양안 관계에 있어 '현상 유지' 정책 기조를 강조하는 한편, 무려 31번이나 '민주주의' 단어를 언급하면서 대만과 중국 간 차이점을 부각시키고자 했다.

[이미지출처=로이터연합뉴스]

라이칭더 신임 총통은 이날 타이베이 총통부에서 샤오메이친 부총통과 함께 취임 선서를 하고, 한궈위 입법원장으로부터 '중화민국 국새'와 총통 인장을 넘겨받았다.

그는 취임사에서 "민주주의, 평화, 번영은 대만의 국가 로드맵"이라며 "이는 또한 우리가 세계 다른 지역과 연결되는 고리"라고 강조했다. 이어 "우리는 세계에서 가장 활발한 민주주의 국가 중 하나"라고 자평했다. 일간 가디언은 이날 라이 총통이 취임 첫 연설에서 민주주의를 무려 31번 언급했다고 전했다. 민주주의를 앞세워 대만과 중국 간 차이를 강조한 셈이다.

글로벌 화약고로 불리는 양안 문제에 대해서는 중국이 대만해협에서의 적대적 군사위협을 중단하고 지역 평화와 안정 유지라는 책임을 다할 것을 촉구했다. 라이 총통은 "중국의 군사행동, 회색위협은 세계 평화 및 안정의 최대 전략적 도전"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중국이 대만에 대한 무력 사용을 포기하지 않는 한, 대만은 국가 수호라는 결심을 보여야 한다"면서 "대만을 합병하려는 중국의 위협은 단순하게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그는 "양안의 미래는 세계 형세에 결정적 영향을 미친다"면서 "민주화된 대만을 계승해 평화의 조타수가 되겠다"고 강조했다. 차이잉원 전 총통의 8년 집권 기조를 이어받아 현상을 유지하면서도, 결코 '비굴하지도 거만하지도 않겠다'(不卑不亢)는 선언이다. 이는 강경 독립주의자로 평가되는 라이 총통 임기 초반에 과도하게 중국을 자극하지는 않겠다는 뜻으로도 해석된다. 그는 "평화가 유일한 선택"이라며 "중국은 대만과 공동으로 평화를 수호해야 한다. 세계가 전쟁의 두려움없이 살도록 해야한다"고도 강조했다.

다만 중국의 군사위협에는 국제사회와 연계해 대응하겠다는 뜻도 표했다. 그는 "대만 해협의 평화와 안보가 글로벌 안보와 번영에 필수 불가결하다는 강력한 국제적 합의가 있다"면서 "상호 이익과 상생 번영이 공동 목표가 되길 바란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중국이 중화민국(대만)의 존재를 직시하고, 대만 인민의 선택을 존중해야 한다"면서 양자 대등한 관광 및 여행, 유학생 입국을 시작으로 한 대화와 교류를 촉구했다.

이밖에 "우리가 결정하는 미래는 우리나라의 미래이자 세계의 미래"라며 지정학적 안보측면뿐 아니라 반도체 공급망 등으로서의 대만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주요 외신들은 강경 독립주의자 성향으로 분류되는 라이 총통이 복잡한 지정학적 리스크를 고려해 과도하게 중국 본토를 자극하지는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중국이 라이 총통의 취임사에 담긴 메시지처럼 대만의 주권을 인정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짚었다. 중국 대표 소셜네트워크서비스인 웨이보는 이날 라이 총통의 이름이 포함된 해시태그를 차단했다. 퇴임한 차이잉원 전 총통의 이름이 적힌 해시태그도 제한됐다. 일간 가디언은 중국 관영언론에서 라이 총통 취임식에 대한 언급이 거의 없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대신 중국 당국은 취임식 당일 대만 무기 판매 관여를 이유로 보잉 방산 부문을 제재하는 등 대만과 서방 연합을 겨냥한 압박 카드를 쏟아냈다. 전날에는 유럽연합(EU)·미국·대만·일본에서 수입하는 화학물질에 대한 반덤핑 조사에 착수했다. '하나의 중국'을 강조해온 중국의 시진핑 국가주석은 그간 대만 통일이 필연적이라는 메시지를 쏟아내왔다.

한편 대만 외교부는 이날 취임식에 51개국 대표단, 500명 이상의 해외귀빈이 참석했다고 밝혔다. 미국에서는 라이언 디스 전 미국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과 리처드 아미티지 전 국무부 부장관이 이끄는 대표단이 참석했다. 안토니 블링컨 미 국무부 장관은 "미국과 대만의 관계를 심화하고 대만 해협의 평화와 안정을 유지하길 바란다"고 라이 총통에게 축하메시지를 보냈다.

조슬기나 기자 seu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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