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을읽다]R&D예타 폐지, 초당적 협력 이뤄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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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은 언제까지 코드분할다중접속(CDMA), 시분할전전교환기(TDX)를 치적으로 내세울 것인가."
올해는 재정전략회의에 참석한 윤석열 대통령의 입을 통해 R&D 예비타당성조사(예타)가 전면 폐지 수순으로 접어들었다.
1년 전 R&D 예산의 문제를 지적했던 윤 대통령은 R&D 예타 폐지를 통해 과학계의 불안감을 잠재울 것을 결심했다.
R&D 예타 폐지를 통한 신속 과감한 투자를 하자는 과학계의 염원은 1단계를 넘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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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은 언제까지 코드분할다중접속(CDMA), 시분할전전교환기(TDX)를 치적으로 내세울 것인가."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지난 16일 주최한 이공계 활성화 태스크포스(TF) 회의에 참석한 한 스타트업 대표의 목소리다. 두 기술은 한국 과학기술이 일상을 바꾼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하지만 CDMA는 30년, TDX는 40년 전의 일이다. 그는 지금도 ETRI의 통화연결음이 CDMA와 TDX 개발 성과를 강조하는 것에 대해 이후 연구가 국가적인 쾌거 수준에 이르지 못했음을 보여주는 예라고 해석했다.
이 목소리는 현재 우리 연구개발(R&D) 투자에서 발생하는 문제를 겨누고 있다. 국가 R&D 예산은 몸집을 불려왔지만 국가 주도의 연구가 국민들의 기대에 부응할 정도의 성과로 이어졌는지에 대한 고민은 끊이지 않는다. 그 역시 정부 출연연구소들이 중심인 국가 주도 R&D가 큰 역할을 하는 것을 부인하지 않았지만, R&D의 중심이 기업 등 민간 분야로 옮겨오고 있는 현실을 과감하게 인정하고 국가는 어젠다를 잡아 전체적인 방향 중심을 잡아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우리 과학계는 지난해 R&D 예산 삭감이라는 전대미문의 파문을 겪었다. 올해는 재정전략회의에 참석한 윤석열 대통령의 입을 통해 R&D 예비타당성조사(예타)가 전면 폐지 수순으로 접어들었다. 이는 도전적 R&D에 대해 예타를 면제할 것이라던 예상보다도 더 파격적인 내용이지만, 윤석열 대통령이 직접 언급한 만큼 방향은 정해졌다. 1년 전 R&D 예산의 문제를 지적했던 윤 대통령은 R&D 예타 폐지를 통해 과학계의 불안감을 잠재울 것을 결심했다.
정부는 국가재정법에 근거해 2008년부터 총사업비 500억원 이상인 신규 R&D 사업에 대해 예타를 하고 있다. R&D 예타는 대규모 재정이 요구되는 신규 사업 투자를 투명하고 합리적으로 결정해 재정 운용의 효율성을 높이는 게 목적이다. 그러나 언젠가부터 과학기술에 대한 신속한 투자를 가로막은 ‘통곡의 장벽’이 돼버렸다. 과학계에서 예타 제도 개선에 대한 목소리가 이어져 온 이유다.
방향이 정해졌다면 실천 방식을 고민해야 한다. 예타 폐지를 실현하려면 전제조건이 있다. 국가재정법을 수정해야 한다. 지금도 국회에는 예타 대상을 500억원에서 1000억원으로 상향 조정하는 내용을 담은 국가재정법 개정안이 계류 중이다. 500억원에서 1000억원으로의 상향 조정도 안 되고 있는데 아예 폐지를 하자는 결정이 국회의 문턱을 통과하기는 현 정치 구도상 쉽지 않아 보인다. 22대 국회에서도 상황은 달라지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는 게 과학계의 우려다.
R&D 예타 폐지를 통한 신속 과감한 투자를 하자는 과학계의 염원은 1단계를 넘어섰다. 2단계로는 대통령실은 물론 기획재정부, 과기정통부 등 관련 부처들이 전방위적으로 예타 폐지의 필요성과 보완 방안을 국회, 특히 야당에 설명하는 데 전력을 기울여야 한다. 야당 의원들에게 읍소를 해서라도 성사해야 한다. 특정 부처만의 책임도 아니다. 시간도 많지 않다.
예타 폐지 추진과 동시에 R&D 시스템의 혁신도 적절하게 밸런스를 맞춰야 한다. 무작정 예산을 다시 늘리거나 심사를 폐지하는 것만으로는 국민들의 공감을 얻기 어렵다. R&D 예산 회복을 요구하는 목소리와 별도로 투명화를 요구하는 국민들도 의견도 적지 않다.
백종민 기자 cinqang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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