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강인, 최종전에서 팀내 비중 높여주자 'MVP 포스' 나왔다… '음바페 이후 코어는 나' 무력시위

킬리안 음바페(왼쪽), 이강인(이상 파리생제르맹). 게티이미지코리아

[풋볼리스트] 김정용 기자= 이강인이 프랑스 리그앙 첫 시즌 최종전에서 팀 전체를 좌지우지하는 막강한 영향력을 보여주며 다음 시즌 주인공 자리를 예약했다.

20일(한국시간) 프랑스 메츠의 스타드 생생포리앵에서 2023-2024 리그앙 34라운드를 가진 파리생제르맹(PSG)이 메츠에 2-0 승리를 거두며 시즌을 마무리했다.

일찌감치 우승을 확정한 상태였던 PSG는 막판 2연승으로 리그를 마쳤다. 남은 경기는 26일 올랭피크리옹을 상대하는 쿠프 드 프랑스(프랑스 FA컵) 결승전이다. 이 경기까지 잡아내면 이강인은 프랑스 첫 시즌 자국 3관왕을 달성하게 된다.

메츠전 주인공은 1골 1도움을 올린 이강인이었다. 전반 7분 첫 도움은 이강인의 코너킥을 받은 카를로스 솔레르의 킥이 그대로 골문에 빨려들어가며 운 좋게 기록했다. 전반 12분에는 왼쪽 측면에서 동료들의 패스를 주고받으며 수비를 허문 뒤 아센시오가 중앙으로 공을 전달했고, 이강인이 문전으로 빠져 들어가며 마무리했다.

이로써 이강인은 컵대회 포함 공격포인트 10개를 기록하며 시즌을 마무리했다. 리그앙 3골 4도움, 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UCL) 1골 1도움, 쿠프 드 프랑스 1골로 총 5골 5도움을 올렸다.

이날 이강인은 오른쪽 윙어에 가까운 위치에서 경기를 시작했지만 측면에서 제한된 역할만 맡는 게 아니라 경기 전체에 큰 영향을 미치는 플레이메이커로서 활약했다. 함께 뛴 스트라이커 곤살루 하무스는 공을 오래 쥐기보다 마무리하는 역할에 집중하는 선수다. 오른쪽 윙어 자리에서 이강인과 경쟁해 온 마르코 아센시오는 왼쪽에 배치돼 좀 더 측면 플레이에 집중했다.

팀이 이강인의 역량을 다 활용한 건 아니었다. 이강인이 중앙으로 들어가 가장 위협적인 자리에서 공을 기다리는 경우도 있었지만 패스가 투입되지 않았다. 대신 이강인은 드리블 돌파와 득점으로 존재감을 드러냈다. 이강인은 패스 성공률 93%, 드리블 돌파 성공률 60%로 두 팀 통틀어 최다인 3회, 공중볼 획득 1회, 가로채기 1회를 기록했다.

전반 43분에 날린 두 번째 슛도 패스를 받아 시도한 것이 아닌, 오른쪽에서 중앙으로 직접 파고들다 왼발로 감아 차는 이강인의 특기였다. 45분에는 상대 수비 2명 사이에서 특유의 드리블 능력으로 탈압박한 뒤 파고드는 동료에게 스루 패스를 내줬다.

킬리안 음바페가 이번 시즌을 끝으로 떠난다고 이미 공언한 가운데, 이강인 중심의 공격이 충분히 파괴력을 갖췄다는 걸 보여줬다. 루이스 엔리케 감독은 이번 시즌 중요한 대목마다 음바페와 잘 어울리는 공격진을 갖추기 위해 고심했는데 그 결론은 스피드와 드리블 능력이 좋은 선수를 대거 배치한다는 방향으로 도출되곤 했다. 그래서 이강인 대신 윙어 브래들리 바르콜라가 선발로 뛰는 경우를 볼 수 있었다.

이강인(가운데 왼쪽), 킬리안 음바페(가운데 오른쪽, 이상 파리생제르맹). 게티이미지코리아

이강인(파리생제르맹). 게티이미지코아

하지만 다음 시즌은 음바페 없이 새로운 선발 조합을 만들어내야 하는데, 이강인은 팀의 중심에 설 자격이 충분하다는 걸 보여줬다. 2019 U20 월드컵에 두 살 어린 나이에 참가했음에도 불구하고 매 경기 양상을 좌지우지하며 MVP를 수상했던 모습을 프로에서도 재현할 수 있다는 걸 마요르카 시절 보여준 바 있다. PSG에서도 이강인의 역량을 극대화하면서 신체능력과 파괴력 갖춘 선수들과 조합하는 게 '플랜 A'로 떠오를 수 있는 가능성이 보였다.

PSG는 이미 공격과 중원에 23세 이강인뿐 아니라 23세 마누엘 우가르테, 22세 바르콜라, 18세 워렌 자이르에메리 등 여러 유망주를 확보해 뒀다. 이들 중 누가 장기적으로 PSG의 핵심 멤버가 될지 가리는 싸움이 프리시즌부터 다음 시즌 초반까지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포스트 음바페 시대'의 주인공을 가리는 주전 경쟁이다.

사진= 게티이미지코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