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절식 다이어트 반복…‘마른 비만’ 부른다

민태원 2024. 5. 20. 1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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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랐다고 해서 무조건 안심하는 것은 금물이다.

겉으로 보기엔 뚱뚱하지 않더라도 체지방 검사 결과 비만이거나 콜레스테롤 수치가 높을 수 있다.

인바디가 최근 공개한 '2024 인바디 리포트(2018~2022)'에 따르면 한국 20대 여성의 마른 비만 비율은 15.8%로, 조사 대상국 가운데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손보드리 가정의학 전문의(365mc 클리닉 영등포점 대표원장)에 따르면 마른 비만은 반복적인 다이어트에 의해 발생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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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칼로리 다이어트, 마른 체형 지향 사회 분위기 탓
한국 20대 여성, 마른 비만 세계 최고 수준
내장 지방, 비만 못잖은 ‘건강 위험 신호’
클립아트코리아 제공

말랐다고 해서 무조건 안심하는 것은 금물이다. 겉으로 보기엔 뚱뚱하지 않더라도 체지방 검사 결과 비만이거나 콜레스테롤 수치가 높을 수 있다. 이를 ‘마른 비만’이라고 한다. 최근 젊은 여성에서 이런 마른 비만이 급증하고 있다.

#한국 여성 마른 비만 ‘세계 톱’
마른 비만은 체지방 비율이 높고 근육량은 적은 상태다. 체질량 지수(BMI·체중을 키의 제곱으로 나눈 값)는 정상 범위라도 인슐린 저항성, 높은 콜레스테롤, 고혈압 등 여러 문제가 동반될 수 있다.
외관상 체형이 말랐는데 남성은 체지방률이 25%, 여성은 30% 이상이면 마른 비만으로 진단한다. 지방에 비해 근육량이 현저히 적다 보니 주로 복부에 지방이 몰린 양상을 띤다. 옷으로 커버하면 겉보기엔 매우 말라 보인다.

문제는 한국 젊은 여성의 ‘마른 비만’ 비율이 전 세계에서 가장 높다는 것. 인바디가 최근 공개한 ‘2024 인바디 리포트(2018~2022)’에 따르면 한국 20대 여성의 마른 비만 비율은 15.8%로, 조사 대상국 가운데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전 세계 20대 여성 체성분 데이터 218만7224개를 분석한 결과다.

손보드리 가정의학 전문의(365mc 클리닉 영등포점 대표원장)에 따르면 마른 비만은 반복적인 다이어트에 의해 발생할 수 있다. 그는 마른 체형을 지향하는 한국의 사회적 분위기가 마른 비만을 유발한다고도 진단했다.

대부분 마른 체형을 만들려는 사람은 자신에게 필요한 열량보다 섭취량을 대폭 줄이는 경향을 보인다. 손 전문의는 20일 “기초 대사량보다 낮은 저칼로리 식사를 이용한 다이어트는 체중이 감소하는 과정에서 체지방보다 근육을 먼저 분해해 에너지로 사용한다”며 “저칼로리 다어어트가 반복되면 근육량은 줄고, 신체 기초 대사량은 낮아져 살이 잘 찌는 체질로 변하게 된다. 이로 인해 다이어트 후 평소 섭취하던 칼로리를 먹더라도 에너지 소비 비율이 낮아 체지방이 증가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밖에 불규칙한 식사, 운동 부족, 지나친 채소 위주 식단, 노화, 폐경 등이 마른 비만을 유발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과체중·비만 못잖게 위험한 ‘내장 지방’
마른 비만이 최근 건강 악화의 주범으로 떠오른 것은 ‘내장 지방’의 위험성이 알려지면서다. 마른 비만의 경우 허벅지, 팔뚝, 얼굴 등은 야위어도 복부에만 지방이 몰리는 양상을 띤다. 이 자체가 위험 신호라는 것. 내장 지방은 염증 물질을 분비하다 보니 복부 비만이 심한 마른 비만일수록 일반 비만 못잖게 건강 문제를 겪을 우려가 높다는 의미다.
미국 존스홉킨스대 의과대학원 에바 첸 교수팀의 연구에 따르면 마른 비만인 사람도 비만인 사람과 같은 질병을 앓을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손 전문의는 “마른 비만인 사람 대부분은 내장에 지방이 과다하게 축적된 내장지방형이므로 혈중 콜레스테롤, 중성지방, 인슐린 저항성이 증가해 당뇨병, 고혈압, 고지혈증 등 각종 대사질환에 걸릴 확률이 높다”고 지적했다. 이어 “게다가 외관상으로는 말랐기 때문에 스스로 건강을 맹신하다가 화를 키울 수 있어 유의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탄수화물 줄이고 식이섬유 늘려야
마른 비만을 극복하려면 식단부터 개선해야 한다. 한국인이 사랑하는 탄수화물 위주 식단은 혈당과 중성지방 섭취를 늘려 심혈관질환과 대사질환 위험을 높일 수 있다.
우선 흰쌀밥, 빵, 밀가루 등 정제 탄수화물을 줄이고 식이 섬유소가 풍부한 전곡류, 채소, 해조류 섭취를 늘리면 내장에 지방이 축적되는 것을 예방하는 효과를 볼 수 있다.
단백질이 풍부한 콩, 닭가슴살 등을 자주 섭취하는 것도 중요하다. 과일과 채소류는 인슐린 분비를 억제해 복부에 피하지방이 쌓이는 것을 막는 효과를 나타낸다.
단기간에 개선 효과를 보고 싶다면 지방 흡입 등 비만 치료의 도움을 고려해 볼 수 있지만 내장 지방이 심한 마른 비만이라면 지방 흡입만으로 해결이 어려워 운동과 식단 조절이 선행돼야 한다. 내장지방이 심한 마른 비만이라면 식단 개선과 함께 유산소 운동을 매일 30분 정도 가볍게 시행하는 게 정답이다. 이는 내장 지방을 제거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처음에는 야식을 먹지 않고, 이후 저녁을 가볍게 먹는 식으로 시작해 본다. 어느 정도 익숙해졌다면 근력 운동을 병행하며 대사를 높여나가는 게 마른 비만을 예방하는 방법이다.
손 전문의는 “혼자 관리하기 힘들다면 누군가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말라”며 “비만클리닉 등 의료기관을 찾아 의료진 및 전문 영양사의 도움을 통해 식단과 운동 관리에 나선다면 보다 효과적으로 건강 관리 나설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민태원 의학전문기자 twm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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