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놀드 슈왈제네거가 '터미네이터'보다 돈 더 번 영화
[양형석 기자]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휴스턴 애스트로스의 간판타자이자 메이저리그를 대표하는 2루수 호세 알투베의 이름이 익숙할 것이다. 알투베는 2m에 육박하는 거구들이 즐비한 메이저리그에서 168cm의 작은 키로 3번의 타격왕과 두 번의 도루왕, 4년 연속 200안타, 8번의 올스타 출전, 6번의 실버슬러거, 2017년 아메리칸리그 MVP 등 누구보다 화려한 커리어를 쌓아 가고 있는 메이저리그의 슈퍼스타다.
'축구황제' 고 펠레를 제치고 축구 역사상 최고의 선수로 불리고 있는 리오넬 메시(인터 마이애미 CF)의 공식신장도 170cm로 축구선수 중에서는 상당히 작은 편에 속한다. 메시는 어린 시절까지만 해도 작은 키와 지나치게 호리호리한 체구 때문에 성장에 한계가 있을 거라는 지적을 많이 받았다. 하지만 체구의 핸디캡을 현란한 기술로 극복하면서 수많은 트로피를 들어 올렸고 축구 역사상 최초로 1200개의 공격포인트를 기록했다.
▲ <트윈스>는 1500만 달러의 제작비로 2억 달러가 넘는 흥행성적을 기록하며 크게 성공했다. |
ⓒ 유니버셜 픽쳐스 |
신제조건의 핸디캡 극복한 명배우
1944년 미국 뉴저지에서 태어난 드비토는 희귀한 유전질환인 다발성 골단 이형성증 때문에 신장이 147cm까지 밖에 자라지 못했다. 하지만 배우의 꿈을 잃지 않은 드비토는 1960년대 후반부터 연기활동을 시작했고 1975년 아카데미 5개 부문을 수상한 명작 <뻐꾸기 둥지 위로 날아간 새>에서 마티니 역으로 출연했다(이 영화의 여주인공 고 루이즈 플레쳐가 177cm의 장신배우라 드비토와 더욱 비교가 됐다).
젊은 시절부터 좋은 연기력을 갖추고 있었음에도 신체적 불리함 때문에 오랜 기간 빛을 보지 못하던 드비토는 1988년 가족 코미디 영화 <트윈스>에 캐스팅됐다. 드비토는 <트윈스>에서 열성 유전자를 가지고 태어나 외톨이로 자라다가 쌍둥이 형제를 만나는 빈센트 베네딕트를 연기했다. 1500만 달러의 많지 않은 제작비로 만든 <트윈스>는 세계적으로 2억 1600만 달러의 높은 흥행성적을 기록했다(박스오피스 모조 기준).
1989년 골든글로브 작품상 후보에 오른 영화 <장미의 전쟁>을 연출하면서 감독으로서의 역량을 보인 드비토는 1992년 <배트맨 리턴즈>에서 펭귄이라는 또 하나의 '인생캐릭터'를 만났다. 드비토는 기형아로 태어나 부모로부터 하수구에 버려져 빌런으로 자라는 펭귄 역할을 완벽하게 소화하며 관객들에게 극찬을 받았다. 드비토는 1993년 <마지막 액션 히어로>, 1994년 <주니어>에서 아놀드 슈왈제네거와 또 다시 좋은 연기호흡을 과시했다.
1990년대 중·후반은 드비토의 전성기였다. 1995년 페니 마샬 감독의 <르네상스맨>, 1996년 베리 소넨필드 감독의 <겟 쇼티>에서 주연을 맡은 드비토는 1996년 팀 버튼 감독의 차기작 <화성침공>에서 무례한 도박꾼을 연기했다. 1997년에는 '20세기 최후의 누아르 명작'으로 불리며 아카데미 9개 부문에 노미네이트된 < L.A.컨피덴셜 >에서 황색잡지 '허시허시'의 편집장 시드 허드젠슨 역을 맡아 열연을 펼쳤다.
드비토는 2006년부터 시트콤 <필라델피아는 언제나 맑음>에 합류했고 2019년에는 팀 버튼 감독의 <덤보>와 8억 달러의 흥행성적을 올린 <쥬만지:넥스트 레벨>에 출연했다. 2019년에는 세계 유일의 촬영감독 영화제인 카메리마쥬 국제영화제에서 평생공로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할리우드라는 화려한 세계에서 팔순에 가까운 나이까지 활동을 했음에도 별다른 구설수가 없었던 드비토는 관객들로부터 매우 높은 신뢰를 얻고 있는 배우다.
▲ 슈왈제네거(위)와 드비토는 40cm가 넘는 신장 차이가 무색한 환상의 콤비연기를 선보인다. |
ⓒ 유니버셜 픽쳐스 |
미국의 유전공학연구소에서는 엘리트 남성 6명의 정자를 섞어 인공수정을 통해 우수한 유전자를 물려 받은 아이를 낳는 실험을 했다. 하지만 유전공학연구소에서 간과했던 사실이 하나 있었으니 바로 그 아이가 쌍둥이로 태어났다는 점이었다. 우성 유전자를 물려 받은 줄리어스(아놀드 슈왈제네거 분)는 남태평양의 섬에서 국비로 교육을 받으며 자랐지만 열성 유전자를 물려 받은 빈센트(대니 드비토 분)는 어린 시절 고아원으로 보내졌다.
똑똑하고 건강하게 자란 줄리어스는 섬에서 커 세상 물정을 전혀 모르고, 키 작은 사고뭉치 빈센트는 온갖 빚에 시달리지만 세상을 살아가는 생존력과 노하우 만큼은 누구보다 뛰어나다. 자신의 쌍둥이 형제가 있다는 걸 알게 된 줄리어스는 빈센트를 만나고 각자 사랑에 빠진 쌍둥이 자매와 함께 살아 계시다는 친어머니를 찾으러 떠난다. 그리고 두 형제는 힘을 모아 도난 당한 국가재산을 찾아내고 쌍둥이 자매와 결혼해 똑같이 쌍둥이를 낳는다.
보디빌더 출신으로 영화배우 데뷔 후 <코난>과 <터미네이터> <코만도> <프레데터> 등 액션영화 위주로 출연했던 아놀드 슈왈제네거에게 <트윈스>는 본격적인 코미디 도전이었다. 아놀드는 <트윈스>에서 이질감 없는 코믹연기로 반전매력을 보여줬고 이후 <유치원에 간 사나이>와 <트루 라이즈> <주니어> <솔드아웃> 등 액션과 코미디가 조화된 다양한 영화에 출연하며 연기영역을 넓힐 수 있었다.
<트윈스>를 만들 당시 제작사의 사정이 좋지 않아 아놀드는 <트윈스>에 출연하면서 영화수익의 20%를 받기로 하는 일종의 '러닝개런티' 계약을 했다. 그리고 <트윈스>가 극장에서만 제작비의 14배가 넘는 엄청난 흥행수익을 올리면서 아놀드는 3500만 달러의 출연료를 받았다. 실제로 아놀드는 자신의 대표작 <터미네이터>보다 <트윈스>를 통해 더 많은 수익을 올렸다. <트윈스>가 1980년대 아놀드의 '숨은 대표작'으로 불리는 이유다.
두 주인공이 쌍둥이를 낳으며 해피엔딩으로 마무리된 <트윈스>는 지난 2013년 라이트만 감독이 <세 쌍둥이>라는 제목의 속편을 제작한다고 발표했다. 줄리어스와 빈센트에게 또 한 명의 쌍둥이 형제가 있었는데 그가 흑인이었다는 설정이었다. 하지만 <고스트 버스터즈> 리부트 프로젝트에 밀린 <세 쌍둥이> 프로젝트는 2022년 라이트만 감독이 사망하면서 흐지부지됐고 아들 제이슨 라이트만 감독에 의해 최종적으로 무산됐다.
▲ <트윈스>의 히로인 고 켈리 프레스톤은 1991년 배우 존 트라볼타와 결혼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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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윈스>에서 줄리어스와 빈센트는 린다와 마리라는 이름을 가진 쌍둥이 자매와 눈이 맞는다. 네 사람이 처음 만날 때부터 빈센트는 린다와 연인관계였고 줄리어스에게 마리를 소개해 주면서 쌍둥이끼리의 사랑이 연결된다. 줄리어스-빈센트 형제의 어머니를 찾는 여행에 동참한 린다와 마리 자매는 어머니가 돌아가셨다는 소식에 분노한 빈센트에게 버림 받지만 린다는 영화 후반 빈센트의 진심 어린 사과에 마음을 돌리고 동반결혼을 했다.
영화 속에서 두 쌍둥이 자매의 비중에는 큰 차이가 없었지만 영화 개봉 후 더욱 주목을 받은 배우는 마리를 연기했던 켈리 프레스톤이다. <트윈스>에서 마리 역을 맡은 프레스톤은 1991년 배우 존 트라볼타와 결혼해 슬하에 세 아이를 낳았고 <제리 맥과이어>와 <황혼에서 새벽까지> <왓 어 걸 원츠> 등에 출연하며 배우활동을 이어갔다. 하지만 프래스톤은 지난 2020년 유방암으로 투병하다가 만 57세의 나이에 세상을 떠났다.
1980년대 레전드 드라마 < V >를 비롯해 < ER > <그레이 아나토미> 등 많은 인기드라마에 출연했던 1929년생 노장배우 보니 바틀렛은 <트윈스>에서 줄리어스와 빈센트를 낳은 어머니 매리 베네딕트를 연기했다. 줄리어스가 자신을 낳다가 어머니가 돌아가셨다고 알고 있는 것처럼 매리 역시 자신이 출산하다가 아이들이 죽은 것으로 알고 있었다. 마지막 세 사람이 재회하는 장면은 코미디영화 <트윈스>의 몇 없는 감동포인트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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