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화성-17형' 모형폭죽 내놨다…MZ 노린 '핵 어버이' 김정은

이유정, 정영교, 김하나 2024. 5. 20. 1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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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7형의 장난감 모형을 만들어 판매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최근 딸 주애(11)를 전면에 내세워 ‘어버이 김정은’의 면모를 강조하는 동시에, 이른바 ‘ICBM 굿즈(특별 제작 상품)’까지 만들어 미래 세대를 겨냥한 사상 강화를 시도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북한 조선중앙TV는 19일 저녁 뉴스로 평양 화성지구의 ‘창광 불꽃놀잇감 상점’을 보도하면서 “20여종 9만여점의 불꽃놀잇감을 팔고 있다”고 전했다. 상점 직원은 “화성포 모형을 비롯해 여러가지 새 형태의 불꽃놀잇감들을 위주로 준비했다”면서 “그중에서 불꽃잠자리, 불꽃팽이는 우리 어린이들이 정말 좋아한다”고 말했다.

북한 조선중앙TV가 19일자 저녁뉴스로 보도한 '창광 불꽃놀잇감 상점'에서 화성-17형 모형의 장난감을 판매하고 있다. 조선중앙TV 캡처, 연합뉴스


이어 영상에 등장한 진열대엔 ‘(화성-17)형’이라고 적혀 있는 ICBM 모형이 눈에 띄었다. 모형은 몸체는 검은색에 탄두부에 흰색·검정색 격자 무늬가 둘러져 있는 등 실제 화성-17형과 유사한 모습이다. 상점은 발사관에 ‘ㅈ03380408’이라고 적힌 이동식 발사차량(TEL) 모형도 판매하고 있었다.

북한이 지난해 3월 17일 전날(16일) 화성-17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훈련을 단행했다고 밝혔을 때의 사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딸 김주애와 함께 훈련을 지켜본 뒤 ″그 어떤 무력충돌과 전쟁에도 임할 수 있도록 전략무력의 신속대응태세를 엄격히 유지하라″라고 지시했다. 뉴스1


이런 ‘ICBM 굿즈’가 처음 등장한 건 아니다. 김정은의 부인 이설주도 지난해 2월 8일 건군절 연회에서 화성-17형 모형의 ‘ICBM 목걸이’를 착용하고 공개석상에 나온 적이 있다. 같은해 10월 평양 3대혁명전시관의 경공업관에서 열린 ‘경공업발전-2023’ 전시회에도 ‘미니 화성포-17형’이 전시됐다.

대량살상무기(WMD)인 ICBM까지 장난감으로 제작해 보급하는 북한의 기괴한 행태는 ‘북한판 MZ 세대(2030세대)’를 노린 일종의 정치 사상 강화 행보로 해석된다. 통치력 제고를 위해 WMD에 돈을 쏟아 붓느라 굶주리는 주민들을 향해 핵·미사일 개발의 당위성을 강요하는 것이나 다름없다는 지적도 가능하다.

이에 대해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최근 김정은이 강조하고 있는 ‘어버이 김정은’ 이미지와 더불어 김정은이 미래 세대의 안정과 번영을 약속한다는 점을 알리기 위한 것”이라며 “젊은 세대를 향해 미국의 군사적 위협에 떨 필요가 없다는 통치 메시지를 내는 차원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젊은 세대를 겨냥한 모든 행보는 그의 11살 딸 김주애의 등장 시점과 맞물린다”고 말했다.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부인 이설주가 건군절(2월 8일) 75주년 기념연회에 참석했을 때 착용한 목걸이. 연합뉴스


ICBM 장난감이 북한이 지난해 최신형 ICBM으로 공개한 화성-18형이 아닌 17형인 것도 눈길을 끈다. 시기적으로 북한이 핵·미사일의 모라토리엄(유예)을 파기한 2022년 2~3월 이후 관련 모형들을 제작·배포하라는 지시가 떨어졌을 수 있기 때문이다.

북한은 그해 2월 27일 화성-17형으로 추정되는 ICBM을 처음 발사했고, 김정은은 이듬해 3월 16일 딸 주애와 함께 화성-17형의 발사를 참관했다. 당시 “훈련을 통해 대륙간탄도미사일 부대 전략 무력의 신뢰성이 검증됐다”면서 전력화에 임박했음을 암시했다. 반면 고체연료를 쓰는 최신 ICBM 화성-18형은 지난해 4월 첫 시험 발사를 했는데, 아직 기술적으로 완성되지 않았다는 의미일 수도 있다.

정영교·이유정 기자 uu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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