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기 사고 사망' 라이시 이란 대통령…"최고지도자 유력 후보"
19일(현지시간) 발생한 헬리콥터 사고로 사망한 세예드 에브라힘 라이시 이란 대통령은 강경 보수 성향의 법조인 출신이다. 이란 권력 서열 2위인 라이시 대통령은 이란 정치·종교의 최종 결정권자인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85) 최고지도자의 뒤를 이을 인물로 꼽힌다.
검사 생활만 40년…인권 탄압에 앞장
테헤란 샤히드 모타하리 대학에서 법학을 전공했으며 1981년 21세에 테헤란 인근 카라즈에서 검사 생활을 시작했다. 1989~1994년까지 테헤란 검찰청장, 2014년 검찰총장에 이어 2019년 대법원장에 해당하는 사법부 수장에 올랐다.
라이시 대통령은 1988년 감옥에 수용된 반체제 인사 수천 명을 숙청하는 작업을 주도하면서 '테헤란의 도살자'라고 불렸다. 이란·이라크 전쟁(1980~88년)에서 이라크 편을 든 반정부 단체인 이란인민무자헤딘기구(PMOI) 조직원 등 정치범을 대거 처형했는데, 라이시 대통령이 관련 위원회에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제앰네스티 보고서에 따르면 당시 약 5000명에 대한 사형이 집행됐다.
2009년 대통령 부정선거 의혹에 항의하는 반정부 시위가 몇 달씩 이어졌는데, 그는 이때도 폭력적인 진압에 앞장섰다. 2019년 인권 탄압 혐의로 미국의 제재 대상에 오르기도 했다.
그는 2017년 대선에 출마했다가 하산 로하니 당시 대통령에게 패배해 낙선했다. 그러나 2019년 사법부 수장과 국가지도자위원회 부의장이 되면서 힘을 얻었다. 국가지도자위원회는 차기 최고지도자를 뽑는 조직으로 성직자 88명으로 구성돼 있다.
라이시는 2021년 대선에 재도전해 득표율 61.9%를 기록하고 이란의 8대 대통령에 당선됐다. 서방 매체들은 라이시 대통령이 이란 정부의 인권 탄압을 주도했다고 비판한다. 2022년 히잡을 제대로 착용하지 않았다며 경찰에 끌려가 의문사한 22세 여대생 마흐사 아미니 사건으로 전국에서 '히잡 시위'가 확산하자 발포 등으로 강경 진압했다. 유엔 인권이사회 조사단은 시위대 551명이 사망했고 1500명 넘게 체포됐다고 추산했다.
라이시 대통령은 대외적으로도 강경한 입장을 고수했다. 미국 등 서방을 비난하고, 핵무기 제조를 위해 우라늄 농축을 계속 하고, 무인기(드론)·미사일 개발에 주력했다. 또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의 가자지구 전쟁 와중에 시리아 주재 영사관 피폭에 대한 보복 차원에서 지난 4월 앙숙 관계인 이스라엘 본토를 처음으로 공격했다.
최고지도자 후임 놓고 하메네이 아들과 경쟁
라이시 대통령은 최고지도자 하메네이가 사망하면 그의 뒤를 이을 유력한 후보 중 한 명으로 거론됐다. 핵심 지지 기반은 보수 종교계다. 라이시 대통령이 쓰는 검은 터번과 이름 앞에 붙는 '세예드'라는 호칭은 이슬람 예언자 무함마드의 후손이라는 의미인데, 이런 출신 배경으로 시아파 종교인들에게 신임을 얻었다.
이런 상황에서 같이 이동한 헬기 3대 중 다른 장관이 탑승한 2대를 무사히 돌아오고, 라이시 대통령이 타고 있던 헬기만 추락하면서 소셜미디어(SNS)에선 음모론이 나오고 있다고 BBC방송이 전했다. 이코노미스트는 "하메네이 후임으로 라이시 대통령 외에 하메네이의 차남 모즈타바 하메네이가 거론되고 있었다"고 짚었다.
만 55세인 모즈타바는 하메네이가 자신의 뒤를 이을 후계자로 키웠다. 이란 정부에서 공식적인 직책은 없지만 아버지의 경제 기반을 흡수하고, 이란 핵심 보안조직인 혁명수비대와 바시즈 민병대 등을 배후에서 지휘해 권력을 키웠다. 2022년에는 아버지처럼 '아야톨라'라는 칭호를 받았다. 아야톨라는 시아파에서 고위 성직자에게 수여하는 칭호다.
모즈타바에 대한 이란 내 지지는 높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공개적인 석상에 모습을 잘 드러내지 않아 인지도가 떨어지는 데다 통치권력 세습 문제로 국민 사이에서 논란이 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국가지도자위원회의 성직자 88명은 아버지 하메네이에게 충성하고 있지만 모즈타바가 과반수의 표를 얻을지는 확실치 않다고 지적했다.
박소영 기자 park.soyoung0914@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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