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군분투한 캡틴, '부활'은 증명했으나 올해도 아쉬운 '빈손'

이준목 2024. 5. 20. 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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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목 기자]

 손흥민의 모습.
ⓒ 연합뉴스
 
토트넘과 대한민축구 대표팀의 '캡틴' 손흥민이 그 어느 때보다 파란만장했던 2023-24시즌을 마감했다. 손흥민은 시즌 최종전에서 도움 1개를 추가하며 '10-10 클럽(득점-도움)'에 가입하는 것으로 유종의 미를 거뒀다.

5월 20일(한국시각) 영국 셰필드의 브래몰 레인에서 열린 '2023-2024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38라운드' 경기에서 손흥민의 토트넘은 데얀 쿨루셉스키와 멀티골과 페드로 포로의 추가골을 앞세워 셰필드 유나이티드에게 3-0 대승을 거뒀다.

이날 승리로 토트넘은 20승 6무 12패(승점 66)를 기록, 5위로 시즌을 마감했다. 4위까지 주어지는 유럽 챔피언스리그 티켓 확보에는 실패했지만, 대신 유로파리그 출전권을 획득하며 2년 만에 유럽클럽대항전에 복귀하게 됐다. 2023-24시즌 프리미어리그는 맨체스터 시티가 아스널을 제치고 사상 첫 4연패를 달성하는 쾌거를 이뤘다.

손흥민은 최종전에서 선발 출전해 최전방과 왼쪽 측면을 오가며 약 88분간 그라운드를 누볐고, 클루셉스키의 선제 결승골을 어시스트하며 도움을 기록했다. 손흥민은 이로 2023-24시즌 공격포인트를 17골 10도움으로 늘리며 10-10 달성에 성공했다.

손흥민으로서는 지난 2019-2020시즌(11골 10도움)과 2020-2021시즌(17골 10도움)에 이어 개인통산 3번째다. 프리미어리그에서 10-10을 3회 이상 달성한 선수는, 웨인 루니, 모하메드 살라(리버풀, 이상 5회), 에릭 칸토나, 프랭크 램파드(이상 4회), 디디에 드록바(3회)에 이어 손흥민이 역대 6번째다.

손흥민에게 2023-24시즌은 '다사다난'이라는 키워드 한마디로 요약된다. 손흥민은 올시즌을 앞두고 중요한 전환점을 맞이했다. 토트넘은 지난 시즌 8위라는 최악의 성적에 그치며 모든 유럽클럽대항전 진출이 좌절되는 부진을 겪었다. 팀의 에이스인 해리 케인과 오랫동안 주장을 역임한 위고 요리스 등이 팀을 떠났다. 또한 사령탑 구인난에 시달리던 토트넘은 빅리그 경험이 전무한 호주 출신의 엔지 포스테코글루 감독에게 지휘봉을 맡겼다.

놀랍게도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올시즌을 앞두고 손흥민에게 주장 완장을 맡겼다. 토트넘이 한국 선수가 주장을 맡은 것은 손흥민이 사상 최초였고, EPL에서는 박지성이 2011-12시즌 퀸즈파크 레인저스(QPR)의 주장을 역임한 데 이어 두 번째였다.

손흥민은 대한민국 국가대표팀에 이어 토트넘의 주장을 겸임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그동안 팀을 이끌어오던 주축 선수들이 대거 팀을 떠나며 제임스 매디슨 –크리스티안 로메로-미커 판더팬 등 새로운 주장단과 이적생들을 이끌며 팀을 하나로 모아야하는 막중한 책임이 주어졌다.

지난 시즌의 슬럼프과 케인의 그늘을 벗어나 '홀로서기'에 성공해야 하는 것도 손흥민의 또다른 과제였다. 손흥민은 지난 2022-23시즌 10골(6도움)을 기록하기는 했지만 각종 부상의 여파로 토트넘 입단 첫해 이후 가장 부진한 시즌을 보냈다. 토트넘에서 총 47골을 합작하며 환상의 호흡을 선보였던 케인이 떠나면서 손흥민이 사실상 에이스의 역할까지 맡아야 한다는 것도 부담이었다.

전반기의 손흥민은 리더로서나 에이스로서나 만점에 가까운 활약을 보여주며 부활을 증명했다. 손흥민은 전반기인 2023년까지 리그에서 총 12골 5도움을 기록하며 8번이나 경기 최우수선수(MOM)에 선정될 만큼 우리가 다 알던 '전성기 손흥민의 귀환'을 알렸다.

손흥민은 시즌 초반 히살리송이 부진을 거듭하자 최전방 공격수 역할까지 소화하면서 팀 공격을 이끌었다. 토트넘은 손흥민의 맹활약을 앞세워 리그 개막 10경기 무패행진(8승 2무)을 이어갈 만큼 돌풍을 일으켰다. 매경기 열정적으로 동료들을 독려하고 팬들까지 따뜻하는 챙기는 손흥민의 한국적인 솔선수범 리더십도 현지의 호평을 받았다. 손흥민은 EPL 사무국이 선정한 프리미어리그 전반기 베스트11에도 선정되며 그 가치를 인정받았다.

하지만 아시안컵 차출 기간을 전후하여 후반기의 행보는 아쉬움이 더 켰다. 손흥민은 2024년 1월 대한민국 축구대표팀의 일원으로 2023 AFC 카타르 아시안컵에 출전하여 64년 만의 우승을 노렸으나 4강에서 요르단에게 완패하며 끝내 우승의 꿈을 이루지 못했다.

특히 대회 직후 감독 클린스만의 근무태만과 선수단 기강해이, 손흥민과 이강인의 충돌 등이 폭로되며 한국축구는 엄청난 후폭풍에 휩싸여야 했다. 손흥민 개인에게도 "대표팀 은퇴까지 고민했다"고 고백할 만큼 힘겨운 시간이었다.

손흥민이 자리를 비운 기간 동안 토트넘도 흔들렸다. 그나마 우승 가능성이 있었던 리그컵과 FA컵에서는 모두 무기력하게 조기탈락했다. 초반 무패행진이 끊기고 난뒤 리그에서도 부침을 거듭했다. 손흥민이 아시안컵을 마치고 팀에 복귀했지만 위기의 팀을 살리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

토트넘은 포스테코글루 감독의 변화 없는 전술패턴이 후반기 다른 팀들에게 분석당하며 급격한 하락세에 빠졌다. 포스트플레이에 약하고 침투형 세컨톱이나 윙어에 더 어울리는 손흥민을 최전방에 배치하고도, 정작 크로스만 남발하는 비효율적인 전술로 인하여 시즌 후반으로 갈수록 손흥민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한다는 비판이 커졌다.

또한 토트넘은 세트피스 수비에 대한 고질적인 불안, 시즌 막바지 강팀과의 경기가 몰렸던 대진운상의 악재 등이 겹쳤다. 뉴캐슬-첼시-아스널-리버풀-맨시티 등으로 이어진 '빅6급' 강팀들과의 후반기 맞대결에서 모두 전패했다는 것은 포스테코글루 토트넘의 한계를 극명하게 드러낸 장면이었다. 결국 토트넘은 빌라에게 밀려 4위 자리를 내주며 마지막 희망이던 다음 시즌 유럽챔피언스리그 출전도 불발됐다.

손흥민도 리그 마지막 8경기에서 단 2골(PK 1골)에 그치며 부진의 책임에서 자유로울수 없었다. 특히 지난 3일 맨시티와의의 26라운드 순연경기에서 0-1로 뒤지던 경기 막판 손흥민이 왼벽한 일대일 찬스를 오르테가의 선방으로 놓친 장면은, 올시즌 팀의 4위 경쟁과 리그 우승판도까지 뒤바꾼 결정적인 순간으로 남고 말았다.

마무리는 아쉬웠어도, 시즌 전체적으로 보면 손흥민은 여전히 리그 상위 클래스의 경기력을 보여줄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한 시즌이었다. 손흥민의 17골은 EPL 득점 전체 8위, 10도움은 공동 3위에 해당하며, 공격포인트 27개는 전체 5위이자 토트넘 팀내에서는 독보적인 1위다. 주장으로서의 리더십도 나무랄 데 없이 잘 소화해냈다.

여기에 EPL 8시즌 연속 두 자릿수 득점, 토트넘 통산 400경기 출장-EPL 300경기 출장 등 위대한 기록들을 추가하며 토트넘의 '리빙 레전드'로서의 입지를 굳건히 다졌다.

하지만 손흥민의 화려한 개인 커리어에 비하여 우승 경력이 없다는 것은 여전히 풀지 못한 숙제로 남았다. 토트넘은 2007-08 시즌 리그컵 우승 이후 각종 대회에서 16년 연속 무관에 그치고 있다. 국가대표팀도 아시안컵 우승 실패에 이어 후임 A대표팀 감독을 선임하는 데 난항을 겪으며 11회 연속 월드컵 본선진출을 향한 행보에 먹구름을 드리우고 있다.

손흥민도 어느덧 30대를 넘긴 나이로 커리어의 후반기에 접어들었다. 비시즌에는 토트넘과의 재계약 여부, 국가대표팀의 북중미월드컵 예선 일정 등 많은 현안들을 앞두고 숨 돌릴 틈 없는 일정을 소화해야 한다. 팬들은 어려운 상황에서 고군분투했던 손흥민이, 다가오는 새 시즌에는 부디 소속팀과 대표팀 모두에서 더 이상 부담과 스트레스 없이 '행복 축구'를 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되기를 응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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