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사흘 천하로 끝난 정부의 '직구 금지' 대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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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구체적인 방법이 확정되지 않아서 추가로 논의해봐야 합니다. 세부 사항도 유관 기관과 논의해서 정할 예정입니다."
정부가 안전인증을 받지 않은 제품의 해외 직접구매(직구)를 차단하겠다고 전날 발표한 것을 두고 소비자들의 혼란이 가중되던 시점이었다.
결국 정부가 미인증 제품의 직구 차단이 아닌 위해성 조사일 뿐이라고 말을 바꾸며 '직구 금지' 규제는 사흘 만에 사실상 철회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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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직구 사실상 막혀 소비자 선택권 제한
충분한 논의 필요…규제 영향 다방면서 고려해야
"아직 구체적인 방법이 확정되지 않아서 추가로 논의해봐야 합니다. 세부 사항도 유관 기관과 논의해서 정할 예정입니다."
지난 17일, 정부가 국가통합인증마크(KC) 미인증 제품을 통관 과정에서 어떻게 걸러낼 것이냐는 기자의 질문에 관세청 관계자는 이렇게 답했다. 정부가 안전인증을 받지 않은 제품의 해외 직접구매(직구)를 차단하겠다고 전날 발표한 것을 두고 소비자들의 혼란이 가중되던 시점이었다. 규제 시행까지는 당장 보름 남은 시점이었지만, 주무관청인 관세청과 국가기술표준원 등도 구체적인 기준을 마련하지 못한 채 혼선을 겪었다. 결국 정부가 미인증 제품의 직구 차단이 아닌 위해성 조사일 뿐이라고 말을 바꾸며 '직구 금지' 규제는 사흘 만에 사실상 철회됐다.
정부가 발표했던 규제안은 국내에서만 통용되는 KC 인증을 사실상 강요한 점이 문제점으로 꼽혔다. 인증 비용이 수백만원에 든다는 점을 고려하면 해외 판매자가 한국 시장만을 위해 KC 인증을 받을 가능성이 크지 않아서다. 여기에 정부가 민간 영리법인도 KC 인증을 할 수 있도록 법 개정을 진행 중이라는 사실까지 알려지면서 불필요한 의심까지 남겼다.
소비자들의 선택권이 제한될 수 있다는 점도 간과했다. 소비자들은 이미 오래전부터 해외 직구를 통해 같은 제품을 비교적 저렴하게 구매해왔는데, 규제 시행 시 국내 유통을 거쳐야 해 가격이 오를 수밖에 없었다. 여기에 일부 소비자들은 원하는 제품이 국내에 출시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해외 직구를 통해 구해왔는데, 이들은 제품을 구할 방법이 사라질 위기에 놓였다.
정부가 내놨던 이번 해외 직구 관련 대책은 소비자 안전을 위해서라는 명분을 내세웠다. 물량 공세를 쏟아부어 국내 소상공인에게 타격을 주고 있는 C커머스(중국 e커머스)를 견제하겠다는 의도까지 담았다. 하지만 내놓은 결과는 충분한 고민의 흔적이 보이지 않은 '행정 편의주의'적 대책이었고, 유통업계와 소비자 모두 혼란을 겪어야만 했다. 진정으로 소비자 안전을 위한 직구 규제였다면 세부 실행안이나 부작용 등에 대해서도 충분한 시간을 두고 논의했어야 했다.
정부는 이번 혼란을 교훈 삼아 국내 유통업계와 소비자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 방안을 내놔야 한다. 국내 유통업의 생존권과 소비자들의 편익 모두가 걸린 만큼, 여러 방면에서의 검토를 통해 신중하게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이번 규제의 원인이 된 유해 상품의 해외 직구와 관련해서도 C커머스 플랫폼이 공정거래위원회와 자율 협약을 맺은 상태다. 플랫폼의 자율규제 현황을 지켜보면서 시장에 미칠 영향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직구 관련 대책을 내놔도 늦지 않다.
이명환 기자 lifehwa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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