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멍난 한화 선발진, 다시 희망으로 돌아온 류현진
[이준목 기자]
▲ 프로야구 한화 이글스 류현진이 19일 삼성 라이온즈전에서 투구하고 있다 |
ⓒ 한화 이글스 |
'에이스' 모드로 돌아온 류현진이 위기의 한화를 꼴찌 추락으로부터 구해냈다. 5월 19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2024 신한 쏠뱅크 KBO리그' 한화 이글스와 삼성 라이온즈의 경기에서 선발등판한 류현진은 5이닝 3피안타 1볼넷 4탈삼진 무실점 호투로 승리투수가 됐다.
류현진은 총 18타자를 상대로 80개의 투구수를 기록했고 최고구속은 149Km였다. 주무기인 직구(31개)와 체인지업(28개)의 구사가 많았고 간간이 커브(16개)와 커터(5개)를 섞어 던지며 삼성 타선을 상대했다. 피안타 3개는 모두 단타였고 장타는 하나도 내주지 않았다.
류현진은 1회 1사 1루에서 데이비드 맥키넌에게 2루수 병살타를 유도하며 순조로운 출발을 알렸다. 3회에 안타, 4회에는 볼넷과 안타를 각각 하나씩 허용하기는 했지만, 후속타자들을 가볍게 범타처리하며 이렇다할 실점 위기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마지막 이닝인 5회는 삼자범퇴로 가볍게 마쳤다.
한화 타선이 오랜만에 초반부터 대폭발해준 것도 류현진의 어깨를 가볍게 했다. 한화는 이날 장단 17안타 4홈런을 터뜨렸고, 팀이 기록한 12점을 모두 류현진이 마운드에 올라있던 초반 3이닝에 몰아치며 일찍 승기를 잡았다.
한화 타선은 1회 안치홍, 2회에는 문현빈과 김태연이 차례로 2점 홈런을 터트렸고, 3회엔 타자 일순하며 6득점의 빅이닝을 만들어냈다. 절정의 타격감을 이어가고 있는 외국인 타자 요나단 페라자는 3점홈런을 터뜨리며 시즌 14호로 강백호(KT)와 홈런 공동 1위 자리를 사수했다.
한화 벤치는 류현진이 5회를 마치고 승리투수조건을 갖추자 일찍 마운드에서 내렸다. 구위나 투구수에서는 아직 여유가 있었지만, 큰 점수차와 짧은 휴식일 등을 고려하여 류현진의 체력을 안배해주려는 결정이었다. 이어 장시환-윤대경-김서현-장민재의 불펜진이 1이닝씩을 책임졌다. 7-8회에 윤대경과 김서현이 1점씩을 내주기는 했지만 승부에 큰 영향을 미치지는 않았다.
한화는 류현진의 호투와 타선의 폭발을 앞세워 12-2로 대승하며 4연패에서 탈출했다. 류현진은 시즌 3승(4패)째를 따내며 평균자책점을 5.33에서 4.83으로 크게 낮췄다.
류현진과 한화 모두에게 평소보다 더 중요한 의미가 있었던 1승이었다. 한화는 이날 경기를 앞두고 중요한 고비에 몰려 있었다. 한화는 직전까지 4연패 포함 5경기연속 무승(1무 4패)의 부진에 빠진 상황이었다.
특히 전날 18일인 경기에서는 접전 끝에 9회 8-9로 끝내기 재역전패까지 당했다. 한화는 올시즌 네 번째 3연전 스윕패와 동시에, 롯데 자이언츠와 순위를 바꿔 올시즌 첫 최하위로 내려앉을 수 있는 절체절명의 위기였다.
류현진 역시 반전이 필요했다. 올시즌을 앞두고 8년 170억이라는 초대형 계약을 맺고 한화로 돌아온 류현진은, KBO리그 복귀 첫 시즌부터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었다.
이날 경기전까지 류현진의 평균자책점 5.33은 올시즌 규정이닝을 채운 리그내 24명의 투수 중 22위에 피안타율은 .286로 19위에 불과했다. 한화 1기 시절, 리그를 폭격하던 괴물의 모습과는 거리가 멀었다. 절치부심하여 1경기 호투하면, 다음 경기에서 곧바로 다시 부진에 빠지는 기복도 아쉬움을 남겼다.
류현진의 직전 등판이자 한화의 무승행진이 시작된 14일 NC전에서 류현진은 6이닝 8피안타 2실점으로 호투했지만 노디시전으로 승리와 인연을 맺지못했다. 당시 류현진은 KBO리그복귀 이후 최다 투구수는 110개를 던지는 투혼을 발휘했으나 불펜 난조로 승리가 날아갔다.
더구나 삼성전은 류현진에게 불과 4일 휴식만의 등판이었다. 류현진은 특히 60구 이상을 던졌을때 피안타율이 4할대 이상으로 크게 높아지며 체력적 약점을 드러낸바 있다. 최근 삼성타선이 물이 올라있는 데다, 류현진이 직전 등판에서의 많은 투구수와 올시즌 첫 4일 휴식이라는 핸디캡 속에서 정상적인 구위를 유지할 수 있을지 관심사였다.
하지만 류현진은 보란 듯이 2경기 연속 호투를 이어가며 오랜만에 기복과 노쇠화에 대한 우려를 말끔히 씻어냈다. 무엇보다 이전과 달리 투구수가 늘어나도 구위가 흔들리는 듯한 모습이 나오지 않았다는 것도 의미가 크다.
류현진은 직전 NC전에서도 본인이 6회까지 등판을 자청하며 100구 이상을 던진 상황에서도 구위가 떨어지지 않았다. 삼성전은 투구수와 점수차를 감안해도 80구를 던질 때까지 위기 상황이 전혀 없었다. 한화이 가장 어려울 때 '연패 스토퍼'로서의 역할을 완벽하게 해내며 팀의 기대에 부응했다.
한화는 현재 선발진에 큰 구멍이 뚫린 상황이다. 김민우가 개막 3경기 만에 팔꿈치 통증으로 수술대에 오르며 시즌 아웃된 데 이어, 최근에는 외국인 투수 펠릭스 페냐가 타구에 손목을 맞았고, 리카르도 산체스도 팔꿈치 통증을 각각 호소하며 연이어 조기 강판 당하여 당분간 로테이션을 건너뛰게 됐다. 지난해 신인왕 문동주도 부진을 거듭하다 2군에 내려갔다.
당초 선발진이 최대 강점으로 꼽혔던 한화이지만, 어느새 개막 주전 선발 로테이션에서 류현진만 유일하게 자리를 지키는 상황이 됐다. 당초 한화 선발투수 중 가장 선발승이 늦었을 만큼 '에이스가 아니라 구멍'이 되었다는 혹평까지 들었던 류현진이지만, 이제 다시 위기의 한화 마운드를 지탱해야 하는 '한줄기 희망'으로 돌아왔다
한화는 올시즌 5강 후보라는 기대치와 초반 10경기(8승 2패)에서의 상승세가 무색하게 하위권으로 추락한 상황이다. 5강권과의 격차는 어느새 7.5게임까지 벌어졌다. 공교롭게도 한화는 다음주 공동 5위인 LG(홈)와 SSG(원정)를 연이어 만난다. 어려운 상황이지만 에이스 류현진이 점점 정상적인 컨디션을 되찾아가고 있다는 것은, 한화가 아직 순위싸움을 포기하기에는 이른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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