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시중 꿀물 70% 이상이 사양꿀…문제 없다는 ‘원조’ 호연당

김건주 2024. 5. 20. 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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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중 꿀음료 18개 中 13개 ‘사양꿀’ 함유...소비자 혼란 우려
벌에 설탕 먹여 만든 사양꿀, 가격 저렴해 시중 유통多
사양꿀, 칼륨·아미노산 등 영양분 부족…유통 근절 목소리도
식품당국 “유통량 많아 근절 어려워”…“가공식품에 벌꿀 써야”
편의점에서 판매되고 있는 꿀이 함유된 음료들. 인지도 높은 업체들도 사양꿀을 사용하고 있다. 사진=김건주 기자

시중에 판매되는 꿀 음료에 ‘천연꿀’이 사용될 것이라는 소비자 인식과 달리, 대부분 ‘사양꿀’이 쓰여 소비자들의 혼동이 우려되고 있다. 특히 사양꿀을 쓴 음료 표지에 ‘순 우리벌꿀’이라는 문구를 적는 경우도 있어 오해가 가중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서울 동작구의 한 편의점. 판매되는 꿀 음료의 성분표에는 전부 ‘사양꿀’이 적혀 있었다. 이곳에서 만난 이창현(56)씨는 “꿀이라고 적혀 있으면 다 벌꿀이 들어간 줄 알지, 어떤 꿀이 쓰였는지는 잘 모른다”며 “사양꿀과 천연꿀 차이를 알고 사는 사람이 얼마나 되겠냐”고 반문했다. 이어 “차라리 설탕꿀이라고 써놓았다면 훨씬 이해하기 쉬울 것”이라고 말했다.

소비자들의 구분이 어려운 ‘사양꿀’이 꿀 음료에 쓰이는 가운데, 20일 취재 결과 ‘원조 꿀물’을 자처하는 호연당 아카시아꿀물도 사양꿀을 사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호연당 꿀물은 표지에 ‘순 우리벌꿀로 진하게 만들었습니다’라는 문구를 기입해 소비자들의 오해를 가중시키고 있다.

호연당꿀물은 판매사 홈페이지에도 벌꿀을 사용하는 것으로 표기되고 있었다. ‘호연당 꿀물’과 ‘호연당 아카시아꿀물’ 2종에 최대 20%의 벌꿀이 함유됐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시중에 판매되는 해당 제품에는 사양꿀이 9.5% 사용되고 있다. 아카시아꿀은 0.5%만 함유됐다. 파우치에 담아 판매되는 ‘호연당 아카시아꿀물 파우치’ 제품도 마찬가지로 사양꿀 7%와 아카시아꿀 0.5%가 사용되는 것으로 확인됐다.

서울시 동작구의 한 편의점에 꿀 혼합음료들이 진열돼 있다. 해당 제품들의 성분표에는 모두 사양꿀이 쓰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김건주 기자

꿀 음료에 사양꿀을 사용하는 곳은 호연당만이 아니다. 대부분 인지도 높은 업체에서도 꿀물에 사양꿀을 사용하고 있다. 시중에 판매중인 꿀 음료 18개 제품을 확인해본 결과 13개 제품에는 사양꿀이 함유돼 있었다. 70% 이상이 사양꿀을 사용하는 셈이다.

사양꿀을 사용하는 꿀 음료는 △웅진식품 ‘웅진 꿀홍삼’ △광동제약 ‘홍삼꿀D’ △다인음료 ‘다인 꿀물’ △헤이루 ‘아카시아 꿀물’ △대일 ‘참맑은 벌꿀’ △델몬트 ‘허니레몬&배 로어슈거’ △미닛메이드 ‘허니&유자’ △썬키스트 ‘허니유자’ 등이다. 용량이 다른 제품들도 사양꿀을 사용하고 있다.

이날 편의점·마트를 방문한 소비자 10명에게 ‘꿀 음료에 대부분 사양꿀을 쓰는 것을 알고 있었는지’ 질문했지만 10명 모두 ‘잘 모르고 있다’고 답했다.

무엇보다 사양꿀은 천연꿀에 비해 일부 영양소가 부족한 것으로 분석된다. 한국식품영양학회지 ‘천연꿀과 사양꿀의 성분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사양꿀보다 천연꿀에 비타민·무기물·유리아미노산 성분이 우수한 것으로 나타난다.

또 천연꿀이면 나타나지 않는 ‘설탕 성분’인 맥아당·자당도 최대 7% 가량 포함된 것으로 분석됐다. K(칼륨), S(황), 아미노산 함량 등 무기물도 천연꿀에 비해 매우 낮은 것으로 조사됐다.

앞서 지난달 24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밀원 부족 해결을 위한 꿀벌목장 제도화 토론회’에서도 한상미 농촌진흥청 양봉생태과장은 “사양꿀은 과학적으로 꿀이 아니라 어떠한 것도 아니다”라며 “우리나라만 사양꿀을 꿀로 인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가공식품에 사양꿀이 쓰이는 이유는 천연꿀에 비해 수급이 쉽고 가격이 저렴하기 때문이다. 천연꿀과 사양꿀 시중 가격은 2~3배까지 차이를 보인다. kg당 3~4만원에 판매되는 천연꿀과 달리 사양꿀은 1만~1만5000원에 판매되고 있다. 때문에 천연꿀 양봉 농가에서는 사양꿀의 이름을 ‘설탕꿀’로 표기해 소비자가 제대로 구분할 수 있게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반면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사양꿀의 유통물량이 많아 표기 방법을 변경하는 건 어려우며, 현재로서는 검토하고 있지 않다는 입장이다. 식약처 관계자는 “이달 초 식품관련협회 3곳에 벌꿀·사양꿀을 정확히 구분해 표시하라는 취지의 공문을 보냈다”며 “천연꿀과 사양꿀 구분을 홍보할 카드뉴스를 만들어 타 부처에 배포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하지만 공문에는 표기에 대한 강제력이 없어 소비자들의 혼동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일반 꿀의 경우 용기 외부에 ‘벌에게 설탕을 먹여 만든 꿀’이라는 취지의 문구를 쓰게 하지만 가공식품은 이 같은 의무가 없다.

호연당꿀물 관계자는 “우리나라에는 천연꿀을 써서 꿀물을 만드는 곳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 천연꿀 가격이 너무 비싸 (가공식품에) 사용하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며 “소비자들도 사양꿀에 크게 의미를 두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소비자가 오해할 수도 있다는 지적에 대해 “사양꿀을 쓰고 성분표시에 천연꿀을 써놓으면 문제가 되겠지만 ‘사양꿀’로 쓰여 있으면 문제가 되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웅진식품 관계자도 “천연꿀을 사용하다가 사양꿀로 바꾼 적은 없으며 계속 사양꿀을 사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건주 기자 gun@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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